디지털 플랫홈 늘었지만
시청자들 광고는 외면
TV 스크린 나와야 시청
연 TV 광고비 90억달러


TV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미디어 주가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TV 선을 아예 없애버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몇 달 TV 방송국들로서는 아픈 뉴스들이 줄을 이었다. 투자가들은 시청률 하락에 우려를 표하고, 시청자들은 TV가 아닌 다른 매체로 오락을 즐기는 법을 점점 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유튜브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집스럽게도 일편단심 TV에만 딱 붙어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광고주들이다. 


이번 주 뉴욕에서는 공중파 TV 방송국들이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가을시즌 대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라디오시티 뮤직홀이나 카네기 홀에는 광고시간을 사들이려는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들어 새 시즌 프로그램들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이 연간 TV 광고비로 쓰는 돈은 무려 90억 달러. 올해 TV 광고시장이 좀 가라앉을지는 몰라도 눈에 띄게 떨어질 조짐은 없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의문이 들 것이다. 디지털 시대인 2017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광고)효과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은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광고 재벌 WPP의 광고매입을 담당하는 그룹M의 북미주 투자 대표 라일 슈워츠 사장은 말한다. 
그렇다하더라도 30초짜리 TV광고를 사들이는 것은 요즘 수준으로 좀 구식이 아닌가?
미디어 분석가인 브라이언 와이저도 동의한다. 공중파 TV방송에 광고를 내는 것은 수도관을 통해 물이 흐르는 것처럼 구식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드론을 이용해 저수지에서 직접 퍼서 첨단 테크놀로지로 물을 길어올 수 있는 세상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구식 시스템을 쓰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광고주들이 ABC, NBC, 폭스 그리고 CBS 등 공중파 방송에 계속 매력을 느끼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광고회사와 TV 방송국 임원들은 말한다. 시청률과는 별도로 TV는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광고가 풀 스크린으로 소리와 함께 방영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수단이다. 
한편 웹은 무한대이지만 TV 광고는 내보낼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때 광고 방송시간을 사들이지 않고 지체하면 가격이 뛰어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 문제 있는 내용들 옆에 광고가 실려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곤욕을 치렀던 것도 TV 광고시장에는 나쁠 게 없다. 
방송국 광고판매국장들은 이렇게 말할 만하다. 
“우리는 전문적으로 제작된 최우수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평가과정도 다 거쳤으니 여기에 귀사 브랜드 광고를 내보낸다고 해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는 좀 더 개선되었어야 했다 싶은 내용들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TV 광고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 추세를 보면 언제 어느 때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알 수가 없다. TV 방송국들은 자사 제작 프로그램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는 지 자료를 제시하기가 어렵다. 시청자들은 점점 광고 없이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는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광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잠재적 고객들을 정확히 겨냥해 광고를 내보낼 방법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다.
현재 TV 방송들이 광고시장에서 우세를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이든 시청자들 덕분이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이나 최고 인기 리얼리티 쇼인 ‘목소리(The Voice)‘ 시청자의 중간 연령은 55세이다. 
18세에서 49세 사이 연령층의 공중파 TV 시청률은 이번 시즌 11% 떨어졌다. “비즈니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지금은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상당부분 베이비 붐 세대가 있어서 TV가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터너 엔터네인먼트의 창조성 담당 대표인 케빈 라일리는 말한다. 
광고주들도 지금 같은 현상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룹M은 디지털 플랫폼들이 광고에 투자되는 돈을 점점 잠식해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하지만 디지털 주자들이 떠오르고 있어도 아직은 TV가 광고주들에게는 관록 있는 정치인 같이 확실한 존재이다. 
그룹M에 의하면 지난해 광고에 투자된 비용 중 42%는 TV 몫이었다. 반면 디지털에 들어간 것은 31%에 불과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소비자 개개인에 맞게 광고를 내보내는 타겟 광고 능력은 상당히 발달했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TV 방송국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방법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디지털 회사들은 시청자들을 콕 집어서 맞춤광고를 내보낼 수가 있다. 어느 정도로 구체적인가 하면 예를 들어 아이다호 주민들 중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으로 미니밴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수준이다.(페이스북 광고 매니저는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3.100명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플랫폼들이 이렇게 세심하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면 TV 방송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실제 광고시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트럭 운전기사가 트럭을 사고 싶어 한다는 걸 집어내는 건 좋다. 하지만 내가 만든 광고를 그 사람이 어디에서 보게 할 것인가? 누가 광고를 보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폭스 네트웍스 그룹의 광고 판매국장인 조우 마치즈는 말한다. 
그런 반면 TV는 여전히 엄청난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광고를 내보내는 시간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동영상으로 내보내는 것보다 훨씬 많다, 몇 배는 더 많다”고 그는 말한다. 
세계적 규모의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의 전략담당 대표인 리처드 토바코왈라는 광고를 TV 인기 프로그램에 붙일 때 그 가치가 훨씬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똑같은 광고를 예를 들어 100만 달러를 들여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올리면 사실상 사람들은 광고를 한꺼번에 보지 않고 조각조각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각 방송국들이 가을 시즌 새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행사에서 광고사들 간 경쟁은 치열하다. 시즌 개봉 전에 광고시간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경쟁사들이 그 시간을 사들일 것이고, 지금 안 사들이면 나중에 가격이 뛰어오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에 관한한 TV 방송국들은 여전히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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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NBC 방송은 미드타운 맨해턴의 라디오시티에서 가을시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TV 광고시간을 미리 매입하려는 광고회사 관계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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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중순 공중파 TV 방송국들은 가을 시즌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광고시간을 판다. 이렇게 나가는 TV 광고비용은 연간 90억 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