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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현대 삼몽사

지역뉴스 | | 2017-04-11 19:19:57

기고문,문학회,성성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가랑비가 내리는 원창고개를 피난민들은 말없이 오르고 있었다. 지난밤 비로 젖은 고갯길은 한 발자국을 내디디면 반 발자국은 미끄러졌지만 죽고 사느냐는 갈림길에서는 아무 누구도 불평이 없었다. 어머니는 두 살짜리 나를, 할머니는 7개월짜리 갓난쟁이 동생을 업고 짐을 이고 계셨고 15살 고모는 등짐을 지고 올랐다. 아기들은 포대기 속에서 쥐죽은 듯이 배고픔을 참아주었다. 구불구불 펼쳐진 고개를 넘고나니 저녁때가 되어 잘 자리를 찾아야했다.   

안전하다는 고갯닙, 그러니까 3부 능선쯤에 있는 빈집들은 벌써 피난민으로 가뜩가뜩 찼고 한집은 열병환자가 홀로 앓고 있었다. 할수없이 언덕 밑에 집을 찾아가 짐을 풀었는데 날이 밝자 마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을 하는데 앞, 뒤, 좌로, 우측으로 날아오는 포탄에 어디로 도망을 갈 수도 없고 꼼작 없이 죽는 줄 알았지만 포탄이 집을 덥치지는 안았다. 천만다행으로 살아나 포탄으로 불에 타버린 몇 집을 뒤로 하고 그 다음 날 피난길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어머니에 피난 이야기는 일 년에 세네 번은 족히 반복이 되는데 어떤 때는 꿈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삭 갈릴 때도 있다. 어머님이 꿈같이 겪은 전쟁 이야기를 지금 말씀하시고 계시고 나는 이 세상에 나와 어머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때는 겨울잠에서 깬 느즛한 초봄, 동승은 물을 다 길어놓고는 대청마루에서 경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마을로 내려가 그 동안 사모하고 있던 처자 손을 덥석 잡았다. 벌써 그들은 서로 마음에 두고 있던 처지였으니까 처자는 동승이 이끄는대로 따라 나왔고, 둘은 멀리멀리 도망을 쳐 깊은 산골로 들어왔다. 화전을 일구고 씨를 동냥해 심고는, 산나물을 비롯해 일체를 산에서 해결을 하며 둘이서 알콩달콩 살았다. 너무 행복해서 꿈이 아니냐고 서로 웃으며 말했다. 이런 사랑을 더 일찍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가을 추수는 푸짐했고 다음해에는 첫 아들을 순산했다. 그 다음 해도 풍년이였고, 계속 풍년이어서 남부러울 것이 없이 살게 되었다. 그동안 아들 둘이 더 태어나 삼 형제를 둔 부모가 되었다.   

그러나 셋째 아들이 태어난 해, 가뭄으로 화전에 소작이 엉망이 되었다. 첫 흉년은 넉넉히 넘어갔지만 계속되는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해 쩔쩔매게 되고 넷째 흉년에는 굶어서 퉁퉁 부은 아내가 여기서 이렇게 굶어 죽느니 친정집으로 가자고 애원을 해 아들 셋을 앞세우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때는 추운 정월, 헐벗고 배고파 울던 셋째가 앞으로 쓰러지며 죽었다. 그들은 슬퍼 부둥켜 안고 울었다. 두째가 죽고, 첫째도 죽고, 아내도 지치고 기진하고 슬퍼서 죽었다. 동승은 이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니 너무너무 슬퍼서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했다. 옆에서 명상에 들어있던 서산대사가 안쓰러워 동승을 흔들어 깨웠다. 아 ! 이 모든 것이 한바탕에 꿈이었다. 동승은 서산대사에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서산대사는 아직도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승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꿈속에 있을 때도 한바탕에 꿈이고, 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너도 꿈속에 있고, 네 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도 꿈속에 있노라고. 삼세 현상이 모두 부질없는 꿈같은 것이라고.

오늘도 어머님은 꿈같은 피난 이야기 보퉁이를 열고 죽을 고비들을 넘기신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다. 이꿈같은 피난도 꿈이었고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어머님도 꿈속에 계시고 이야기를 의무 삼아 듣고 있는 나도 꿈속에 있는 줄 아는 나는 7지 보살 어디쯤에 도달했을까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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