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골목 끝은 지중해… 카탈루냐 바람의 드라이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2-17 08:32:54

지중해,바르셀로나,여행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구르는 것은 차이고 일렁이는 건 여행자의 가슴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칼라세이테까지, 바람은 이곳 저곳으로 우릴 데려다 놓았다.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서 빠져나간 차는 바르셀로나 외곽을 향하고 있었다. 바달로나(Badalona)다.

바달로나는 더워지기도 전에 여름을 부르는 휴양 도시다. 시체스보다 더 빠르게 비키니 수영이 가능한, 바르셀로나에서 10km 떨어진 외곽이다.

바달로나에 앞서 이곳이 속한 카탈루냐 지방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카탈루냐는 프랑스와 피레네 산맥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바달로나가 속한 바르셀로나와 헤로나, 레디다, 타라고나주를 포괄한 역삼각형 지방이다. 이곳의 자부심은 소름 끼칠 정도다. 그럴 만도 하다. 토양은 비옥하고, 산업은 번성하며, 문화의 꽃은 풍성하다. 카탈루냐 언어와 문화가 존재한다. 10%밖에 안 되는 면적에서 20%에 가까운 국내 총생산(GDP)를 책임지니, 스페인을 먹여 살리는 가장인 셈이다. 그래서 늘 억울함을 호소한다. 언제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외쳤다. 카탈루냐 주지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위헌일 지라도) 분리 독립을 묻는 투표를 하겠다고 공표했다.

바달로나는 유난히 스페인보다 카탈루냐 지방임을 강조한다. 거리는 부유한 도시의 안락한 정취가 묻어났다. 정신 없는 바르셀로나의 시간도 여기선 느리게 흐른다. 그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바달로나 길의 막다른 골목은 바다다. 온화한 지중해가 길을 지워버린다. 본능적으로 낭만은 가득 충전되었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바달로나에 짐을 푼 데엔 운명이 있었다. 

길에서 만나 길에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탕탕의 실크로드 여행에서 만난 후안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 집 문을 연 순간, 편백나무 향이 났다. 삐거덕 나무 바닥의 소리까지 음악 같던 그곳은 바달로나이자 곧 스페인이었다. 

테이블을 가득 메운 환영 만찬 후 동네 주민 같은 산책이 이뤄졌다. 그는 이웃과의 인사로 수시로 걸음을 멈췄고, 와인숍은 그가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선별해주곤 했다. 서로의 욕실에 무엇이 있을 지까지 알 듯한 관계에 자주 미소를 지었다. 우린 눈 뜨면 상다리 부러질만한 푸짐한 아침을 먹고, 점심이면 슬슬 바르셀로나로 지하철(TMB)을 타고 마실 나갔다가 늦은 저녁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거듭했다. 게으른 직장인 같은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귀갓길은 늘 기쁨에 찼다. 오늘은 어떤 저녁이 준비될까. 잃었던 일상의 기쁨이었다. 기한이 있는 여행은 이럴 때 밉다. 헤어질 시간이었다. 괜찮다. 우린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강미승 칼럼니스트

골목 끝은 지중해… 카탈루냐 바람의 드라이브
골목 끝은 지중해… 카탈루냐 바람의 드라이브

바람이 곱게 빗어 내린 암벽 아래 마을 가르가요(Gargallo). 앞은 연두 바다다.

골목 끝은 지중해… 카탈루냐 바람의 드라이브
골목 끝은 지중해… 카탈루냐 바람의 드라이브

칼라세이테의 라 칸토나다 바. 문을 열자마자 포커 치던 사내들의 시선이 꽂혔다. 우린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오늘 가입…내일 해지 그리고 모레 재가입”
“오늘 가입…내일 해지 그리고 모레 재가입”

‘스트리밍 유목민’ 급증25%가 3번 이상 해지구독료 인상, 비용 부담업체,‘번들 판매’대응 테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최모씨는 최근 공개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디즈니 플

미 항공사 '정크 수수료' 폐지…연착 땐 자동 전액환불
미 항공사 '정크 수수료' 폐지…연착 땐 자동 전액환불

기존엔 연착 환불도 수수료 부과 재선 노리는 바이든, 근절 고삐미국에서 항공편 운항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일정 시간 이상 연착될 경우 별도 수수료 없이 자동으로 환불해주는 규정이

비타민 D 부족,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위험 높여
비타민 D 부족,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위험 높여

한국인 비타민 D 섭취, 적정량의 3분의 1<사진=Shutterstock> 비타민 D 부족이 비만·이상지질혈증·고혈압·당뇨병·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 20% 증가한 1,700만대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 20% 증가한 1,700만대

2035년 신차판매의 절반가격 인하, 경쟁은 심화 전기차 판매가 2035년에는 신차 판매 중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 이상 증가

“트럼프, 여성 선택권 제한”… 낙태권 논쟁 재점화
“트럼프, 여성 선택권 제한”… 낙태권 논쟁 재점화

플로리다 찾은 바이든   11월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낙태 금지 문제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

LA 한인타운 한남체인 몰서 한인 야간 경비원 칼 찔려 중상
LA 한인타운 한남체인 몰서 한인 야간 경비원 칼 찔려 중상

업소 침입 저지하려다 히스패닉 2명에 피습병원 이송돼 긴급수술 “타운 치안 너무 불안”24일 새벽 한인 경비원이 흉기 피습을 당한 사건 현장. [박상혁 기자] 피해 한인 경비원이

미주민주참여포럼 주최 ‘코리아 평화 컨퍼런스’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대표 최광철)은 연방 상·하원 의원들과 한인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내달 22∼24일 워싱턴 DC에서 ‘코리아 피스 컨퍼런스’를

미 금융시장 지배자… 이젠 은행 아닌 자산운용사
미 금융시장 지배자… 이젠 은행 아닌 자산운용사

운용자산 44조달러 달해은행권 23조달러의 2배웬만한 국가 경제보다 커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젠 전통적인

음식 자주 하는 여성, 폐암 8배 높아
음식 자주 하는 여성, 폐암 8배 높아

‘암 사망률 1위’ 폐암, 담배만 피우지 않아도 90% 예방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인‘고약한’ 암이다. 하지만 폐암은 담배만 피우지 않아도 9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버지니아 한인회장이 횡령·무고 ‘벌금형’

버지니아 은영재 회장 버지니아 한인회의 은영재 회장이 24일 한국에서 벌금 2,5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경기일보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3단독(판사 정수영)은 24일 횡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