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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은퇴, “행복감은 잠깐” 할 일 없어 산책·골프로 소일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2-02 09:37:09

조기은퇴,행복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상속 등 재정 여유 있지만

함께 지낼 친구 없어 허전

선택에 후회하는 사람 많아

모임에서“무슨 일 하세요?” 

질문 받을 때 가장 곤란

자녀에 어떤 롤 모델? 고민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떠나 은퇴하면 얼마나 좋을까. 출퇴근 시간도 없고, 해야 할 일에 쫓기지도 않고, 

싫은 사람 상대 안 해도 되고…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실제 그런 삶을 꿈꾸며 조기

은퇴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한창 일할 때인 40~50대에 은퇴한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고충도 겪는다. 

3년 전 42세의 나이로 은퇴한 존 헬무스는 

처음 몇 달간은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늦게까지 

누워서 잤고 아무 때나 샤워했으며 어떤 날은 아예 샤워도 안 하고 지냈다. 그렇게 한동안 빈둥대다가 

집을 정리하기 시작한 헬무스는 부엌의 향신료와 

양념들까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렬했고 안 입는 

디자이너 청바지를 모아 간이의자 만드는 일까지 

마치고 나자 더 이상 할 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은퇴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헬무스처럼 지나치게 이른 나이,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회원가입조차 안 되는 

나이에 은퇴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나 바쁘게 일했던 사람, 중요한 위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일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료함과 

고립감,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어색한 위치에 놓이는 일들을 겪게 된다.

헬무스의 경우 문짝과 가구 및 부품들을 만드는 

목재회사를 2002년 공동창업해 10년간 사업이 크게 번창했다. 그러자 동업자는 사업을 2배 이상 확장

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즈음 이혼을 겪고 인생을 재정비할 필요를 느낀 헬무스는 자기 몫으로 500만달러를 챙겨서 나와 버렸다. 그러나 막상 나와 보니 함께 놀아줄 친구들은 모두 일하러 갔고, 

45세 은퇴자가 갈만한 곳은 없더라는 것이다.

AARP에 따르면 현대의 근로연령 추세는 조기은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65~69세 근로자 비율이 1985년 18.4%이던 것이 2015년에는 32.1%로 크게 늘었다.

조기 은퇴하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보면 10년, 20년, 혹은 30년 전부터 재정적으로 준비했거나, 헬무스처럼 비즈니스에서 한몫 챙겨 나오거나, 부모에게서 큰 재산을 상속받거나, 혹은 배우자가 잘 벌기 때문에 굳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장 곤란한 순간은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을 때다. 또한 주변 친구들의 호기심에 찬, 혹은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곤란한 것은 자녀들 눈에 일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떻게 보이며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컴퓨터 오퍼레이션 일을 하다가 46세에 은퇴한 도나 벅스턴의 경우 그녀가 맞닥뜨린 가장 큰 이슈는 죄책감이었다. 남편이 괜찮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없었고, 딸도 은퇴를 적극 권했지만 그녀를 망설이게 했던건 ‘나도 가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강한 노동윤리’였다.   

하지만 남편은 “일하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당신이 정말 하고 싶으면 일하라”고 설득했고 그녀도 마침내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심했던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있었다. 지금 그녀는 시민단체에서 조금씩 봉사하면서 골프 그룹과 헬스클럽에 조인해 활기찬 생활을 보내고 있다.

퀸즈 지역에서 UPS 운전자 겸 배달부로 일했던 알 빌레타는 2015년 52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일을 무척 좋아했지만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드는 일이었지요. 또 늘 고객들과 상대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졌습니다. 일을 떠나던 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   

빌레타는 많을 때는 연간 8만달러를 번 적도 있지만 평균 6만~6만5,000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늘 절약하며 검소한 생활을 해왔고, 그의 아내는 아직도 롱텀 케어기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여윳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정기적인 수입원을 마련해두었다.

다 큰 성인 자녀 둘을 두고 있는 빌레타는 사람들 앞에서 은퇴했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 늘 돌아오는 반응이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어 보인다”는 것이고, 때로는 “도대체 UPS 운전수가 얼마를 벌길래 벌써 은퇴할 수 있다는거지?”하는 표정을 상대방에게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동년배들은 아직도 모두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빌레타는 요즘 자기보다 30년 위의 노인들과 어울리고 있다. “아내에게 이제 그만 은퇴하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애원해도 자기 직장 사람들과 워낙 친하게 지내는 터라 그만 둘 생각을 안한다”는 그는 할 수 없이 낮에는 애완견과 놀거나 산책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앞서 예를 들었던 헬무스의 경우 가족 문제로 은퇴를 결심한 케이스다. 그는 2012년 이혼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일도 그만둔 것이다. 

“나의 삶 전체를 리셋할 필요성을 느꼈고, 일과 생활의 균형도 불만족스러웠습니다. 때마침 동업자가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싶다고 하자 나는 빠지겠다며 내 몫을 챙겨 나온거죠”    

어떤 젊은이들은 가족이 경영하는 큰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 기업이 매각되면서 은퇴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UBS 오피스의 수석부회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리카르도 J. 아르미호는 “고객들 중에는 35~40세에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새삼 이력서를 들고 다니며 직장을 찾으려고 하지 않지요. 대부분 낮에는 자전거 타기나 골프와 테니스 운동을 하면서 지낸답니다”

이런 조기은퇴자들이 부딪치는 문제는 자녀들에게 어떤 롤 모델이 될 것인가 하는 것과 자신의 노력 없이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은 데서 오는 ‘생산성 결여’의 자의식이다. 그러나 아르미호에 따르면 이런 젊은 은퇴자들은 현실의 상황인식이 빨라서 얼마간 적응기간을 거치고 나면 인생을 즐기기면서 자신의 투자를 관리하는 데 전력투구하게 된다.

“이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며 일정한 수입이 있을 때와는 다르죠. 과거엔 투자가 좀 잘 못 돼도 다시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과감한 선택도 했지만 지금은 ‘이게 전부다’하는 태도로 아주 신중에 신중을 기합니다”

조기은퇴자들 중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막상 일을 놓고 보니 허전해서 결국 다시 파타임 잡이라도 찾아 일하러 나가는 것이다. 

또 자신이 은퇴한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51세에 편집자 일에서 은퇴한 벅스턴은 4~5년이 지난 후에야 은퇴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것도 ‘은퇴’라는 말보다는 그저 “지금은 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헬무스는 ‘은퇴’라는 단어에 붙어있는 고정관념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맨날 골프나 치고 한심한 취미나 즐기며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휴가처럼 시작된 은퇴가 지금은 거대한 삶의 여정이 되었다”면서 인생 이모작을 꿈꾸고 있다. 2015년 헬무스는 ‘플라잉 더치맨’(The Flying Dutchmen)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 자신이 퇴행성 안질환을 가진 친구와 함께 모터사이클로 대륙횡단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조기은퇴, “행복감은 잠깐” 할 일 없어 산책·골프로 소일
조기은퇴, “행복감은 잠깐” 할 일 없어 산책·골프로 소일

UPS 드라이버로 일하다가 52세에 은퇴한 알 빌레타는 자기보다 30년 연상의 노인들과 어울리고 있다.                                   < Annie Tritt for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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