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에 태어나 97세를 향유했던 스페인의 첼리스트 거장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는 90대의 고령에도 매일 3시간씩 첼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1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전한 모음곡으로 재해석한 연주가로 유명한 그는95세 때 아직도 매일3시간씩 연습하는 이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저는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I'm beginning to notice some improvement. And that's the thing that's in me. I notice myself getting better at this.)"라고 대답했었다.
새해를 맞으며,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해 생각해본다. 죽음이 다가옴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나이에도 매일의 발전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파블로 카잘스는 인생을 행복하게 누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어떤 변화에도 연연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또한, 한 청소부가 너무나 행복하게 길을 청소하고 있어 “무엇이 당신을 이토록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정성껏 경이롭게 대한다면 그것은 기쁨과 행복을 준다. 문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누구와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고 있느냐’다.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바라보면 삶은 재밌어진다.
방문간호/간병 회사에서 일하면서 매일 감사하고 늘 주변에 자신의 것을 나누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직업이 아닌 소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 간병인에게 앞으로 돌볼 환자에 대해 자세하게 일러주는 간호사님의 목소리가 참 아름답게 들린다. 동료 중에는 자신이 천재나 재벌이 아니더라도, 좀 더 아는 것, 좀 더 가진 것을 세상에 나누고 싶고, 그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워질 거라고 굳게 믿는 분도 있다. 그런 분들과는 더 대화하고 싶고, 더 함께 하고 싶다.
2017년을 맞으며, 몸이 불편한 분들과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멋진 일을 종사할 수 있음에, 앞이 막막한 분들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음에 나 또한 감사함을 느낀다. 소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오늘을 잘못 살아도 내일이 있고, 올해를 잘못 살아도 내년이 있지만, 이 인생을 잘못 살면 다른 인생은 없다. 그래서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나에게 있어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을 깨닫는 것, 그 눈으로 인생을 보는 것, 좋은 것들을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