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1세들 역이민 늘어
언어불편 · 비싼 의료비 이유
젊은 시절 미국에 이민 온 베이비부머 한인 1세들이 은퇴 연령에 접어들면서 남은 여생을 어디서 보내야 하는 지에 대한 갈등과 함께 역이민이 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영주귀국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년에 한국으로 역이민한 사람은 1,600여명에 달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9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중남미(164명), 캐나다(111명), 뉴질랜드(22명), 기타(1,137명) 순이었다.
반면 지난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이민자 수는 6,257명으로 이 중 미국행이 50.8%로 가장 많았다. 아직도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이민자 수가 역이민자보다 많지만 앞으로는 양측 모두 비슷한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한인들은 한결같이 ‘언어소통’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왔다는 가정주부 미셀 정(54세)씨는 “10년 전 두 명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됐고 제 앞가림을 하고 있다”며 “10년 가까이 미국에 살면서 영화를 볼 때도, DMV나 마켓에 가서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말이 통하는 한국에 가서 남은 삶을 살고 싶다”며 역이민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역이민의 또 다른 이유는 비싼 의료비와 복잡한 병원 절차 때문이다. 올해 72세의 앤디 김 씨는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는데 비싼 의료비 역시 부담이다, 물론 오바마케어가 있어 도움이 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고 의료 서비스도 한국이 훨씬 낫다”며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대기 시간이 4시간이나 걸리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한인 이민 1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국에 대한 향수가 못내 그립다. 올해 56세의 스테판 이 씨는 “한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다 이민을 와서 그런지 요새 부쩍 한국에 있는 친구나 가족, 그리고 예전에 자주 갔던 곳들이 그립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국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