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이동하며 폭우 쏟아
수천명 대피...94만가구 정전
동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16일 오전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했지만 '느림보 행보'로 물폭탄을 쏟아부으면서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ABC 방송은 16일 오후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플로렌스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4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16일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자리 잡고 있는 플로렌스는 시간당 115마일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플로렌스의 풍속은 시속 110마일로 줄었으며 곧 저기압으로 더욱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폭우가 계속되면서 치명적인 홍수 위협도 이어질 것이라고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경고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스완스보로 등에는 이미 30인치의 비가 내린 가운데 캐롤라이나 지역에는 향후 며칠간 최고 40인치의 강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지난 1999년 24인치의 폭우로 56명의 사망자를 냈던 허리케인 '플로이드' 때보다 이미 더 많은 비가 내렸다.
인명피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듀플린 카운티에서는 화재로 인해 집안에서 부부가 숨지는가 하면 81세의 노인은 대피하기 위해 짐을 꾸리던 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목숨을 잃었다. 윌밍턴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주택을 덮치면서 생후 8개월 아이와 어머니가 숨졌다.
아울러 곳곳이 침수되면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0만 명 이상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7천 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로 피신해있다. 뉴번에서는 미리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된 인원 455명이 구조되는가 하면, 해안경비대 헬리콥터는 뉴번을 포함한 잭슨빌에서 지붕과 승용차 등에 고립된 주민 50여명을 구출했다.
노스캐롤라이나 77만2,000 가구, 사우스캐롤라이나 17만2,000 가구 등 약 94만 가구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곳곳의 강이 범람위기에 처하면서 당국은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엣빌의 '케이프 피어 리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리틀 리버' 등 해안에 거주하는 주민 7,500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한편 조지아에는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플로렌스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우빈 기자
16일 노스캐롤라이나 제임스시에서 구조대원들이 한 여성주민과 개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