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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마음 주었다가 재산 잃는 노인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6-01 09:09:25

재산,노인,잃는,외로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단골식당 웨이트레스

너무 믿은 게 화근

친딸처럼 믿었는데…

노후재산 몰래 빼돌려

노년에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이다. 재산은 있지만 곁에 아무도 없으면 노인들은 어디 마음 둘 곳이 없다. 이런 노인들에게 접근해 마음을 사로잡은 후 재산을 가로채는 범죄가 가능한 배경이다. 최근 브루클린에서는 딸처럼 자신을 사랑하던 노인의 재산을 빼돌린 여성이 절도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노인은 여전히 그 여성과 같이 찍은 사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사는 젤마 하스켈 할머니(85)는 지난 2003년, 50여년 함께 살았던 남편 어윈과 사별을 했다. 그리고는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나의 모든 것이었지요.”

남편 떠난 지 10여년 지난 지금 과거를 회상하면서 젤마 할머니는 말한다. 그 세월은 또한 상냥한 미소 뒤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손실과 절도가 벌어진 기간이기도 했다.

남편과 사별할 당시 할머니는 71살이었다. 집 근처 식당인 아치 다이너의 단골로 점심식사 때마다 갔다. 남편과 자주 갔던 옛날 풍의 식당으로 남편 떠난 후에는 종종 혼자 가서 식사를 했다.

남편이 떠난 즈음 할머니는 그곳에서 앨리시아 리갈이라는 웨이트레스를 만났다. 그들은 보자마자 서로 통했다. 이후 할머니는 식당에 가면 바로 앨리시아가 서브하는 테이블을 찾아서 앉았다.

“예쁘고 정말 상냥하거든요. 금방 앨리시아를 좋아했어요.”

지금 85세가 된 젤마 할머니는 회상한다. 할머니는 남매를 두었다. 의사인 아들은 뉴저지에 살고, 딸은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산다. 딸이 지적 장애인이어서 정기적으로 보살피고 재정적 지원을 해야 했다. 

30대인 앨리시아는 친자녀들보다 조금 더 어렸다. 

“나는 너무나 좋았어요. 새 딸이 생긴 것이지요. 앨리시아도 곧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인 앨리시아는 13살 때부터 웨이트레스 일을 해왔다. 그는 “음식과 미소로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두 여성은 차츰 식당 밖에서도 만나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 “나를 데리고 가서 장도 봐주고 여러 곳들로 데려가곤 했지요, 그래서 결국 내가 차를 사주었어요. 아주 좋은 중고차였지요.”

젤마 할머니 가족 모임이 있을 때면 앨리시아는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참석했다. 할머니는 앨리시아의 가족사진을 집에 걸어둘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녀가) 내 삶에 많은 기쁨을 가져다주었지요.”

하지만 뒤로는 할머니로부터 가져가기도 했다. 젤마 할머니 집 근처 HSBC 은행에 여러 번 같이 가면서 앨리시아는 할머니의 은행구좌 정보를 갖게 되었다. 몇 년 전 할머니는 앨리시아로부터 자신의 저축예금 구좌에서 돈을 빼갔다는 고백을 들었다. 빚을 갚아야 해서 돈이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돈을 갚겠다는 말로 들렸어요. 내가 너무 순진했지요.”

그런 사건이 있을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였어요. 많이 만났지요.”

두 사람은 같이 근처 식당들을 찾아가고 같이 셀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앨리시아는 온라인에 올렸다. 

2013년 할머니에게는 마지막 살아있던 언니인 마시가 플로리다에서 사망했다. 앨리시아는 할머니와 같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할머니가 비행기 타고 오가는 길을 동행하며 보살펴 준 것이었다. 앨리시아에게는 짧은 휴가 같은 것이었다고 할머니는 회고한다.

그리고는 4년이 더 지나갔다. 그런 어느 날 할머니의 아들, 로이드는 등기우편을 한통 받고 깜짝 놀랐다. 어느 은행에서 온 편지였다. 

할머니의 집을 담보로 한 리버스 모기지 42만4,000달러와 관련해 수수료들을 내지 않고 있어서 집을 차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리버스 모기지라니? 그의 어머니는 가진 돈으로 안락하게 살고 있었다. 어디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비싼 옷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돈을 쓴다면 인형 수집을 좀 과하게 하는 정도였다. 어머니가 뭐 하느라 40만 달러가 필요했단 말인가?

그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앨리시아가 빚을 갚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빼내 주었다고 대답했다. 로이드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앨리시아가 어머니를 잘 보살피고 있다고 너무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 길로 그는 경찰서로 가서 경제사범 담당 형사를 만났다. 사기와 재산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수사가 시작되었다. 

경찰에 의하면 절도는 두 여성이 만난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앨리시아는 75장의 체크를 위조하고 현금으로 바꾸어서 20만 달러 이상을 훔쳤다. 크레딧 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아서는 애플, 제트블루, 빅토리아스 시크릿, 그리고 마이애미의 클럽과 식당 등지에서 엄청난 액수를 긁어댔다.

거기에 더해 앨리시아는 경마에 돈을 걸곤 했다. 뉴욕 승마협회 뷔페와 술집 등지에서 마구 돈을 썼고, 온라인 경마 사이트에서도 돈을 펑펑 썼다. “도박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담당 형사는 말했다. 

지난 10월 17일 형사들은 앨리시아를 체포했다. 앨리시아는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할머니가 크레딧 카드를 주고 심부름과 샤핑을 시켜서 그대로 한 것일 뿐이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쓴 돈은 나중에 갚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리버스 모기지 역시 할머니의 아이디어였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앨리스는 절도 및 위조 혐의로 기소되었다. 할머니로부터 47만달러 이상을 훔친 혐의였다. 

수년을 함께 지내면서, 앨리시아는 할머니의 신뢰를 받는 존재가 되었고, 그와 함께 할머니의 신상 정보, 즉 생년월일, 거주지 주소, 소셜시큐리티 번호, 은행구좌와 신용카드 정보 등을 알게 되었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4월25일 앨리시아는 절도 관련 유죄를 인정하고 이번 달 3년에서 9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10대 자녀 두 명 그리고 한 남성과 같이 살고 있었다. 

리버스 모기지로 인해 할머니는 46년 살았던 집을 잃어버렸다. 가족들이 그 집을 되찾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할머니가 언제 그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할머니는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게 되고 집 앞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지면서 1년 전부터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재활센터 복닥복닥한 방에서 살고 있다. 

“내 집은 페이먼트가 다 끝났는데, 내가 완전 엉망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앨리시아와 같이 찍은 사진을 지갑에 넣어 간직하고 있다. 구겨진 사진 안에서 두 여성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난 후에도 왜 그 사진을 가지고 다닐까?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어깨를 움찔하며 말한다. “추억이니까” 

외로움에 마음 주었다가 재산 잃는 노인들
외로움에 마음 주었다가 재산 잃는 노인들

요양시설 작은 방에 갇히듯 살게 된 젤마 해스켈 할머니. 페이먼트가 다 끝나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집이 있었지만 친딸처럼 믿었던 단골식당 웨이트레스가 할머니의 재산과 집을 모두 가로 채버렸다.         <Sam Hodgson - 뉴욕타임스>

외로움에 마음 주었다가 재산 잃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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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여전히 지갑에 간직하고 있는 사진. 한때 딸로 여겼던 웨이트레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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