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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빈곤층 우리가 돕자” 발 벗고 나선 부자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11-10 10:10:07

빈곤층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초호화 주택가 옆 빈곤층 밀집 

서로 딴세상 살며 빈부 대물림 

 “교육개선” 자선단체 만들어 지원

애틀랜타의 앤지 알렌은 투자 전문가로 성공했다. 1971년 베어 스턴스에서 증권거래 업무를 시작한 후 1990년 투자관리회사인 글로벌트 투자사를 공동 창업했다. 12년 후에는 회사를 시노버스 파이넨셜에 팔았다. 

증권투자가로 성공한 만큼 그는 애틀랜타의 가장 부유한 지역에서 살았다. 그런데 2000년 탓컴 붕괴가 일어나면서 그는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이 본래부터 부유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동안 돈의 거품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이 주는 안락과 편리함으로 채워진 멋진 거품이었다. 자신이 자라났던 곳으로부터 물리적 정서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비슷한 부류끼리 살아왔다. 

지난해 그는 남편과 함께 부유층 주민들 자선 그룹에 합류했다. 주민 4,000명 정도가 사는 아주 가난한 지역인 토마스빌 하이츠에 돈과 시간을 기부하는 모임이다.

“토마스빌 하이츠를 처음 가 봤을 때 그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알게 되었어요. 그곳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회의를 마쳤는데 나갈 수가 없었어요. 밖에 총기 난사범이 있었어요. 정말 혼란스럽더군요. 내가 사는 곳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경제적 불평등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익히 알려진 이슈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뿐 아니라 가진 자와 더 많이 가진 자 사이의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결과가 초호화 거주구역이다. 도심의 빈곤층 거주구역에 비하면 대단히 훌륭하고 안락한 곳이지만 똑같이 고립된 구역으로서 주민들의 시각은 좁고 그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다. 

초호화 거주구역 주민들은 영속적으로 부를 누리고 일류 교육기회를 대물림한다. 그로 인해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기회들을 갖지 못하게 막게 된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특징적 요소라고 토론토 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말한다. 비즈니스와 창의성 전공 교수인 그는 ‘도시의 새로운 위기’ 라는 책을 썼다. 

“경제적 불평등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사람들을 지리적으로 갈라놓는 것이지요. 한쪽에는 초호화 부유층만 사는 구역이 있고 다른 쪽에는 빈곤층 구역들이 밀집해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중산층 동네들은 사라졌습니다.”

플로리다 교수가 말하는 것은 소득과 직업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는 동네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지만 바로 옆집에 살던 그의 삼촌은 콜게이트- 팔모라이브 회사 중역이었다. “두 분은 단짝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못 살고, 삼촌은 잘 살았지요. 아버지는 민주당이고 삼촌은 공화당이었습니다. 오늘날은 상상도 안되는 일입니다.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이 옆집에 나란히 살지를 않습니다.”

그에 의하면 1970년대에는 70%가 중산층 동네에서 살았다. 지금은 40%가 그럴 뿐이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그룹이 다르면 사람들은 같이 어울리지를 않는다. 서로 접촉이 없으니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삶에서 이뤄내는 결과도 대단히 다르다. 

“과거에는 도시와 교외로 나뉘어서, 가난한 사람들은 도심에 부유한 사람들은 교외에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부유층 밀집 구역을 넓은 빈곤층 지역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더 이상 도심과 교외로 부가 갈라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제3세계 같이 되었습니다. 빈곤층과 부유층이 바짝 붙어 있는 형국이지요.”

그러면서 초호화 부유층은 다시 자기들만의 구역에 몰려있어서 일반 부자들과는 또 분리된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의 알렌은 이탈리아에서 이민 와 건설노동자로 일하다가 자기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부의 거품 속에서 자란 게 아니었다. 

그가 속한 부유층 주민 그룹은 인근 지역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퍼트넘 교수로부터 부유층 아동들과 빈곤층 아동들 사이의 엄청난 기회 격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그룹은 토마스빌 하이츠 아동들의 출석률을 높이고 자녀의 학과공부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높이며 전학과 이사를 줄인다는 실질적 일들을 위해 2년 간 35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얻으려는 목표는 평범하다. 아이들이 사회경제적 사다리에 조금이라도 높이 올라가게 도우려는 것이다. 알렌은 말한다.

“나는 돈을 잘 버는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물론 열심히 일했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매일 그 자리입니다. 돈을 잘 버는 직업들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들이 펼치는 자선사업을 통해 이 지역 아이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다른 부유층 아이들이 누리는 네트웍을 이곳 가난한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 노바토의 마린 커뮤니티 재단을 이끄는 토마스 피터스 회장은 빈부 격차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실감하고 있다. 마린 카운티는 밀 밸리, 실리콘 밸리 등 부유한 지역으로 유명하지만 이들 초호화 게토 바로 옆에는 극도로 가난한 지역들이 붙어있다.

“밀 밸리에서 5분만 가면 샌 라파엘이 나오는 데 거기서는 온 식구가 원베드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기서는 방을 하루의 1/3씩 렌트합니다. 방이나 카우치를 8시간만 세를 내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5분 떨어진 곳에는 미국에서 가장 으리으리한 집들이 나옵니다.”

마린 커뮤니티 재단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실리콘 밸리의 부와 카운티 다른 지역의 가난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하는 것이다. 재단에 관여하는 400가구는 13억 달러를 기부했고, 17억 달러가 약정되어 있다.

온갖 능력과 재능을 타고 났으면서도 기회가 너무도 제한되어 있는 수천명의 아동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금을 받고 성공한 기부자들을 멘토로 만나는 아동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또한 슬픈 현실이다. 

애틀랜타 인근 터커에 사는 재정자문가 브라이언 프리드만과 교수인 바네사 부부는 자선활동을 해외에 집중해왔었다. 그러다가 토마스빌 하이츠를 방문하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애틀랜타에서 20여년을 살면서도 그 지역에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말하지요.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야, 여긴 미국이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우리 바로 뒷마당에서 사람들이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살고 있어요.

토마스빌 하이츠의 형편이 개선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아파트 이주율이 낮아졌고, 교사 면담시간에 참석한 학부모 수가 늘었다. 10명이던 것이 80명이 되었다. 

“이웃의 빈곤층 우리가 돕자” 발 벗고 나선 부자들
“이웃의 빈곤층 우리가 돕자” 발 벗고 나선 부자들

애틀랜타의 빈곤층 거주 지역인 토마스빌 하이츠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인근 부유층 주민들이 토마스빌 하이츠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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