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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조상진 초슨재단 이사장

지역뉴스 | | 2019-01-12 18:18:29

조상진 초슨재단 이사장,노아은행 이사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수입은 선교·세금·개인몫으로 똑같이 나누죠"

자기자랑 한다고 욕먹을 것 같아서 인터뷰 요청을 일체 사양하던 그를 설득해 어렵사리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혹시라도 제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변해 하나님을 믿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인터뷰 변이었다. 9일 노크로스에 있는 그의 건물관리회사 암코(AM-KO)와 초슨(Choson)재단 사무실에서 조상진(사진) 노아은행 신임 이사장을 만나 그의 이민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주독야경' 가난한 유학생 출신

조 이사장은 21세 때인 1980년에 미국에 와 조지아 주립대(GSU)에서 공부하던 가난한 유학생 출신이다. 내년이면 이민 40년을 맞는다. 그가 미국으로 유학 오던 그 해, 그의 고향 광주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총칼에 쓰러졌다. 해병대 태권도 교관을 지낸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번역가의 꿈을 안고 그렇게 고국을 떠나 유학 길에 올랐다.

그 시절 많은 유학생처럼 넉넉하지 못했던 재정 사정으로 그는 학교 근처 한인식당에서 어렵사리 일자리를 얻어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갔다. 처음 식당에서 맡은 일은 밤에 식당 쓰레기를 모아 차량이 수거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식당 요리사로 발탁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3년 7개월 여를 일하다 보니 당초의 꿈은 온데 간데 없고, 일도 공부도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결국 그는 애틀랜타에 온지 3년 7개월만인 1984년 대도시를 찾아 LA로 이주하기로 맘먹고 400달러 들여 구입한 중고차를 타고 무작정 떠났다. 그러나 타고 가던 중고차가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에서 혹독한 여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고장 나 버렸다. 마침 댈러스에는 먼 외삼촌 뻘인 친척 한 분이 있어 연락했더니 전후 사정을 듣고 난 후 “마침 잘 왔다”며 일도 하며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소개한 일이 청소사업이었다. 

빌딩관리업체 암코 설립 그리고 신앙생활

그는 6개월을 일하며 어깨너머로 청소사업의 노하우를 익혔다. 애틀랜타에 지사를 설립해 주겠다는 친척의 제안이 있었지만 친척 부인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때는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1985년 2월 빌딩 관리업체 암코를 직접 설립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도 경험도 일천한 그를 믿고 선뜻 일을 주는 곳이 별로 없었다. 그 때 타자기로 문서작업을 도왔던 사람이 지금의 아내 조은경씨다. 일감을 얻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철야기도회도 나갔다. 지금의 슈가로프한인교회 전신인 새서울침례교회 문경렬 목사는 "기도하면 하나님이 응답해 준다"며 그에게 기도를 권했다. 기도 덕분인지 언제부터인가 미국인들이 말을 들어 주고, 일감을 맡기기 시작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며 “잘 되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서약도 했다. 27세 때 벌써 밑에서 일하던 종업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그는 1986년 12월 조력자 조은경씨와 결혼했다. 장인이 다니던 반석교회에 출석했고, 직접 설립한 개척교회는 150여명이 모이는 제법 규모 있는 모습을 갖추기도 했으나 여러 이유로 곧 교인들이 흩어져 버렸다. 또 지금의 올드피치트리 로드에 있던 장로교회를 빌려 새 교회를 시작했지만 가족교회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약 6년간 교회도 안 나가는 신앙적 방황이 있었다.

1990년대 말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그의 아들 패트릭이 ‘아빠는 왜 교회 안나가요’라고 물어 왔다. 가슴이 뜨끔해진 그는 장인 가족이 출석하던 연합장로교회에 출석했지만 전통예배가 아닌 열린예배 형식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출석을 하지 않았다.

하루는 막 부임했던 정인수 목사가 집으로 심방을 와 얘기를 나눴다. 그 때 조 이사장이 정목사에게 했던 말이 바로 “선교하는 교회를 하면 교회에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정 목사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교회 예산의 30%를 해외선교비로 쓰겠다고도 약속해 정 목사를 도와 선교 일에 매진했다.

고 정인수 목사에 마음의 빚 

그러나 당시 갓 40살이 된 조 이사장을 향한 교회 안팎의 눈초리는 마냥 곱지는 않았다. 정 목사는 “맘껏 선교를 하려면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선교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그래서 2002년에 선교와 구제, 장학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초슨재단이 설립됐다. 재단 설립 초기에는 100만달러 정도 출연할 생각이었지만, 정 목사는 “입을 크게 벌려 0 하나 더 붙여 1천만달러 출연하라”고 권했다. 그 결과 초창기 매년 10만달러 내외이던 출연금은 이제 매년 50만달러 이상으로 많아졌으며, 누적 출연금은 800만달러를 넘고 있다. 

초슨재단은 매년 연변과기대 학생, 한국의 대학생, 미국 대학생 등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인회 패밀리센터, 아시안아메리칸센터, 미션아가페 등을 통해서 구제사업도 펼친다. 지난 2016년 정 목사 소천 후 해외선교는 주춤하지만 조 이사장은 후반전을 뛰기 위한 숨고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초창기의 케냐 학교 건축, 니카라과의 유치원 건축 등은 나름 보람도 있었지만 선교사의 재산 사유화라는 문제가 노출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현지 어린이 인재를 신앙으로 길러내고 양육하는 교육과 의료사업 등에 매진할 생각이다. 재단 잔고도 넉넉해 후반전을 뛰기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제1회 재단 장학생이던 연세대 신학과 송용섭 교수로부터 종종 “장로님 덕분에 교수가 됐다”는 감사 인사를 받는다. 그에게는 이럴 때가 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함께 선교 동역자로 일하고 신앙의 꽃을 피우게 한 정인수 목사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교회를 떠난 것에 늘 송구한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선교... 주님의 '팔로워'로 

조 이사장은 얼마 전 잊혀지지 않는 선명한 꿈을 꿨다. 꿈에 벌거벗은 몸으로 예수님을 만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꿈이었다. 혼자 가려 하니 가시에 찔리고 너무나 아팠지만 예수님이 앞서 지난 길을 따라가니 너무 쉽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주님 보다 앞서지 않는 ‘팔로워(follower)'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다. 혈기대로 선교하는 것이 아닌 예수님이 시키는 일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이름은 없어져도 좋으니 예수님의 이름을 나타내는 일에 맘껏 헌신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에 노아은행 신임 이사장에 취임했다. 은행은 돈을 많이 벌어 주주와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사업이지만 그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 기여하는 은행을 만들고 싶어 한다. 더불어 아내와 현재 그의 사업을 도우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아들 패트릭도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존재다.

“가족한테도 존경 받는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집에서도 나름 모범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죠. 또 성경대로 살면 하나님이 복 주신다는 것을 저는 믿어요. 성경에 ‘주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했듯이 주려고 맘을 먹으면 하나님이 다 채워주는 것을 저는 삶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수입은 꼭 선교와 세금 그리고 개인재산으로 똑같이 나누겠다는 그 동안의 원칙도 지켜 나갈 겁니다”    조셉 박 기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조상진 초슨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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