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베테랑스 에듀

〈화요칼럼〉 '오해'

지역뉴스 | | 2018-08-14 20:20:25

화요칼럼,장승순,오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화요칼럼> '오해'
<화요칼럼> '오해'

장승순<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

살아가며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가운데 피하고 싶으나 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서로간에 오해를 주고 받는 것이다. 진심과 진실은 그렇지 않은데 엉뚱한 오해로 진심은 왜곡되고 진실은 가리워진다. 일부러 악한 의도를 가지고 기만하려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관계 가운데 오해 받고 오해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필자에게 오해와 연결되어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25년쯤 과거를 거슬러 여름철의 기억이다.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던 필자는 집안 경제 사정이 어려웠기에 중고등학생들의 과외공부를 가르치며 집안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있었다. 그 날도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촌에서 과외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200 미터나 떨어져 있었을까. 저 멀리서 남녀 한 쌍이 거의 꼭 껴안듯 하고 나란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25년전의 한국 사회는 그래도 아직 남녀가 껴안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대는 아니었기도 하고,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필자도 한창 혈기 왕성한 20대 중반의 청년으로서, 늘 날이 날카롭게 갈린 칼과도 같이 자기 의에 충만한 '바른 생활' 젊은이었던지라 백주 대로를 이렇게 껴안고 가는 커플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몹시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 속으로) "참 너무하네"하는 생각이 치솟았던 상황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걷는 속도 보다 눈에 띄게 천천히 걸어오는 이 커플을 불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던 가운데, 거리가 가까워 지며 이제 어떤 사람들인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다가오자,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 커플의 여학생(이라고 추측되는 여성분)은 심한 장애로 말미암아 걷는 것이 대단히 불편해 보였고, 그 옆의 남학생은 이 여학생이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의지가 되어주며 손으로 잡고 찬찬히 보조를 맞추어 걸어오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필자는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추한 오해를 하며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걱정하며 비난하고 있었다니···.

필자는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어안이 벙벙해지고 스스로 민망하여 얼굴이 화끈거리는 상태로 이 커플이 지나쳐 가는 뒷모습을 계속 바라 보게 되었다. 비록 말로 표현은 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필자가 얼마나 세상을 경솔하게 보고 판단하고 있으며, 얼마나 진실을 왜곡하여 인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필자는 이 사건 이후로 뭔가 비판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면, 일단 한 호흡을 늦추며 말을 아끼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그래도 인격의 한계 때문에 실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좀더 다가가서 사정을 살피면, 그래서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인생의 지난함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혹 살피고 또 살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도 입을 여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면 자기 분노를 못 이겨 상대방에게 필요이상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피할 수 있다. 

사랑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통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먼저 오해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 실수를 피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 감사, 또 감사"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 감사, 또 감사"

HD 현대 건설기계 북미법인 아웃리치한국전 용사에 선물, 도서관 TV 기증 HD 현대 건설기계 북미법인(대표 스탠 박)이 주최한 ‘UN 및 한국전 참전 용사 감사 선물 전달식’이

조지아 메디케이드 퇴출 어린이 30만명
조지아 메디케이드 퇴출 어린이 30만명

퇴출자 대부분 미보험 상태서류 누락이 퇴출 요인 1위 조지아주는 메디케이드와 피치케어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서 30만명 넘는 어린이들을 제외시켜 이들 중 대다수가 현재 보험에

4월 애틀랜타 주택시장 매물증가, 가격 소폭 상승
4월 애틀랜타 주택시장 매물증가, 가격 소폭 상승

3월보다 1% 미만 상승, 지난해보다 3.8% 증가모기지 상승으로 판매자, 구매자 모두 망설여매물 1년 전보다 46% 늘어, 5년 전 절반 수준 조지아 다중목록서비스(GMLS)에

치솟은 식·음료비에 소비자 지갑 닫혀
치솟은 식·음료비에 소비자 지갑 닫혀

패스트푸드 가격 33%↑식품기업 ‘역성장’ 현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패스트푸드를 비롯, 식음료비가 급등하면서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로이터] 미국에서 외식업을 비롯한

하루 몇 알씩 먹는 각종 영양제… 알고 복용해야
하루 몇 알씩 먹는 각종 영양제… 알고 복용해야

비타민ㆍ미네랄ㆍ피시오일 등등 이점 있지만건강보조제 잠재적 부작용 위험도 주의라벨 표기와 실제 함유성분이 다르기도USP 또는 NSF 인증로고 확인 필수 미국인들은 건강을 증진한다고

〈한인타운 동정〉 '100% 올개닉 침구 올가리노 20~30% 세일'
〈한인타운 동정〉 '100% 올개닉 침구 올가리노 20~30% 세일'

100% 올개닉 침구 올가리노 20~30% 세일히말라야 방목 최상급 올개닉 양모를 사용해 만든 이불과 베개 등의 무공해 올개닉 침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올가리노가 둘루스 9292

US 뉴스 평가, 조지아 탑 10 고등학교
US 뉴스 평가, 조지아 탑 10 고등학교

귀넷과기고, 조지아 1위·전국 9위애리조나 BASIS Peroia고, 전국 1위 US New & World Report가 조지아주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 순위를 발표했다. 이

교사 감사 주간, 할인 이벤트
교사 감사 주간, 할인 이벤트

5월6일-10일교사와 학생들에게 할인 행사 2024년 교사 감사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 5월6일-10일)을 맞이하여 다수의 업체에서 교사들에게 할인

둘루스 바디프랜드, “마더스데이 1+1 이벤트”
둘루스 바디프랜드, “마더스데이 1+1 이벤트”

팬텀 메디컬 케어 안마의자 특별 할인피부 관리기 ‘GLED 마스크’ 무료 제공 글로벌 No. 1 마사지체어, 바디프랜드에서 마더스데이를 맞아 5월 3일부터 5월12일까지 마더스데이

은퇴 저축자 보호 새 규정 시행
은퇴 저축자 보호 새 규정 시행

은퇴 저축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연방 노동국은 최근 투자 자문가 등 금융 전문인이 은퇴 투자 자산과 관련된 조언을 제공할 때 고객의 이익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