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기업 31%가 근로계약 때 서명 요구
일부 주는 폐지 움직임, 상원에 폐지법안도 계류
한국에서 현재 약 20만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재테크 유튜버 ‘돌디’는 원래 삼성전자 8년 차 직원이었다. 퇴근 후 부동산 관련 재테크 정보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문제는 올해 초 회사에서 유튜브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회사 측에서는 ‘겸업금지’ 조항을 근거로 퇴근 후 유튜브 활동을 제한했다. 결국 돌디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나서 전업 유튜버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풀타임 직원의 부업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겸업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근로계약서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생존권과 직업 선택 자유 침해라는 직원의 입장과 영업비밀 누설과 직무태만이라는 업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의 31%가 겸업금지 조항이 담긴 근로계약서에 직원 전원의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된 부서나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겸업금지 조항에 서명을 받고 있는 기업은 무려 50%나 된다는 게 EPI의 연구 결과다.
겸업금지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겸업금지 조항에 서명을 요구하는 것이 취업 통과 의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겸업금지는 일종의 족쇄와도 같은 존재다.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추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부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입 증대를 방해하는 겸업금지 조항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셈이다.
여기에 직업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 역시 겸업금지 조항의 악영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겸업금지 조항은 특정 직업군을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위 경영진의 경우 겸업금지 조항은 필수다. EPI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30% 이상이, 소매업체의 25%가 모든 직원에게 겸업금지 조항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행 및 숙박 관련 업체의 경우 14%가 겸업금지를 취업 규칙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급여가 높으면 높을수록 겸업금지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높아진다. EP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간당 22.50달러를 지급하는 업주 중 36%가 전 직원에게 겸업금지 조항에 서명을 요구하는 반면 시간당 13달러 이하로 지급하는 업주의 경우는 29%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을 고용해 교육과 훈련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이들이 경쟁업체로 이직해 소위 영업비밀을 누설하면 기업으로서는 손해라는 게 겸업금지를 옹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EPI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겸업금지 조항에 묶인 직원들은 한 기업에 오래 근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급여를 덜 받고 있어 겸업금지로 수입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겸업금지 조항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주정부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겸업금지 조항 철폐 청원을 현재 검토 중이다. 겸업금지 조항을 없애자는 법안 역시 연방 상원에 계류 중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