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나는 나를 유예한다

2019.06.14 21:23

구준모 조회 수:459

나는 나를 유예한다. 신원 미상의 인물을 마음속에 새겨 넣는 건 하릴없이 고단한 아토포스. 자, 이제부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토포스로 정의하겠다. ⠀⠀⠀ 

(없음) + topos (장소) ⠀⠀⠀ 

정체를 헤아릴 수 없음. 유랑하는 자. 행려병자. 그리고, 너의 묘사를 하고 싶으나 더 이상 쓸 수 없는 유일한 신앙. ⠀⠀⠀ 

바르트에게 소설은 필연적으로 사랑의 집필이었다.

 에로스, 스토르게, 필리아, 아가페. 바르트가 숨을 거둔 후, 그의 타자기에서는 스탕달에 대해 연구하던 원고가 놓여 있었다. 

그 원고의 제목은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그런 생각을 한다. 

축척했던 섬유질을 다시 곱는 반추 동물처럼, 인간에게도 추억을 여실히 되새길 수 있는 저장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행복보다 불온을 더 깊이 살갗에 새기는 사람에게 그런 저장고가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는 일따위, 조금 더 덜어질 텐데. ⠀⠀⠀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등단 축하 선물로 받은 만년필이 망막의 한축에 걸렸다. 올해 이보다 행복한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아껴 두고 싶다. 친구들은 사용법을 모르더라도 관상용으로 협탁 위에 두라고 했지만, 혹여나 먼지가 쌓일까 봐 셔터를 내린 뒤 쌓아 뒀던 포장지를 아직도 풀지 않았다. 

서랍 속 일면에 자리하고 있는 행복을 가끔씩 꺼내 볼 때마다 삶을 감각한다. 사랑하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해야 하지만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나는 너를 묘사하고 싶었어. 

너는 반드시 이 글을 읽을 거야. 언제가 됐든, 읽을 수밖에 없을 거야. ⠀⠀⠀ 

오늘은 너를 묘사할 수 있을 때까지 달리기로 했어. 나는 네가 밤바다인 줄 알았는데, 광막한 우주더라. 그 속에서 너를 위해 공전하는 행성이 되고 싶어. 소우주의 소유주. 그게 바로 나야. ⠀⠀⠀ 

투, 마이, 블랙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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