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서던대 학생들 책 불태우며 항의
작가 "백인 특권의식 및 인종차별" 비판
다수의 백인이 재학하는 조지아 서던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백인 특권을 비판한 라티노 소설가의 책을 학생들이 집단으로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9일 밤 조지아 남동부 스테이츠보로 소재 조지아 서던대 극장에서 소설가 제니 카포 크루셋(사진)의 강연이 열렸다. 크루셋은 현직 네브라스카대 교수이자 뉴욕타임즈 기고 소설가이다. 쿠바 난민의 딸로 마이애미에서 성장한 크루셋은 동부의 명문대 입학 시 경험하고 느꼈던 백인 특권의식을 2015년 출간한 소설 '낯선 이들 사이에서 정착하기’(Make Your Home Among Strangers)에서 그려냈고, 지난 9월에는 새 소설 ‘백인들 사이에서의 내 시간’을 출간했다.
크루셋의 2015년 소설은 이 대학의 1학년 필독서로 지정됐고, 크루셋은 이날 1학년생 전원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그러나 몇몇 참석자들은 그녀의 소설이 백인들 대다수를 특권층이자 인종차별주의자로 그리고 있다고 질의-응답 시간에 주장했다.
카포 크루셋은 학생의 질문에 대해 “나는 학교의 초청으로 강단에 섰으며, 당신들이 현재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백인 특권에 대해 토론하고자 한다”고 대답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크루셋이 1시간 이상 백인을 특권층이라 공격했고, 백인 학생들까지도 특권층이라 가정하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모든 백인이 특권층이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공격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백인이 특권층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대다수가 백인 학생으로 구성된 이 학교에서 와서 그렇게 말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화가 난 학생들 일부가 학교에 모여 그녀의 책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20-30여명의 학생들은 “이 책은 나쁜 책”이라고 외쳤다. 또 일부 학생들은 카포 크루셋에게 항의하기 위해 그녀가 머무는 호텔까지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카포 크루셋은 이날 밤 트윗에서 “잘의응답 시간에 공격적이고 무지한 코멘트가 있었지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훌륭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적었다.
이 강연을 추진했던 학교의 작문 및 언어학과장 러셀 윌러튼 박사는 “파괴 및 위협적 행동이 우리 학교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존 레스터 부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학생들에 대한 조치는 계획에 없다”고 전했다. 10일로 예정된 이 학교 암스트롱 캠퍼스에서의 크루셋 강의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취소됐다.
조지아 서던대는 2만 6,000여 재학생 중 백인 60%, 흑인 25%, 히스패닉 7%, 아시안 3%의 구성비율을 보이고 있다. 학교 상담센터는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학생들을 도울 준비가 돼있다”고 공지했다. 조셉 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