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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눈앞에 펼쳐진 태평양… 향수에 젖은 발걸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7-19 10:10:04

샌피드로,태평양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빅토리안 스타일 이층집 가옥·등대가 한 건물

포인트 빈센트 등대… 산책길 환상적 선물

추억 속에 펼쳐지는 장면이 그리울때가 있다. 고향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은 더욱 진한 색채를 띠고 다가온다. 마치 거리 탓인 양 시간의 차이는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게 제자리에 있으리라는 몽상에 빠져든다.

샌피드로(San Pedro)는 한인에게는 남다른 도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다만 우정의 종각이 있기 때문이다.

해군 포대로 사용하던 절벽 위 드넓은 잔디밭에 세워진 기와지붕과 단청을 입힌 서까래 그리고 커다란 범종은 향수에 젖은 발걸음을 무작정 끌어당기곤 했다. 그럴 때 눈앞에 펼쳐진 태평양은 곧바로 고국과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110번 프리웨이를 종착점까지 달려온 참에 이제 더 나아가야할 곳들이 필요하다. 바다와 등대는 잘 어울린다. 태평양을 굽어보는 해안선에 우뚝 선 등대는 앞뒤로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낸다. 대양을 건너 온 배에는 안식의 상징이었고, 육지의 사람에게는 장도에 오르라는 도전을 부추긴다. 등대를 찾아가는 충분한 이유다.

우정의 종각에 서면 푸르디푸른 바다만 보이지만 바로 발밑에는 포인트 퍼민 등대(Point Fermin Lighthouse)가 서 있다. 등대는 1874년 건축됐다. 북가주의 레드우즈와 프레즈노에서 가져 온 목재를 사용해 등대를 만들었다.

첫 등대지기는 메리 L. 스미스 자매였다. 두 여인은 용감하게 등대를 지키려고 나섰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너무나 외로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등대 주변에 집들이 가득 찼지만 그 때는 아무도 없었다.

고독과 싸움 끝에 떠난 자매를 대신해 나타난 등대지기가 조지 쇼 선장이었다. 그는 친구들을 불러들여 파티를 벌이며 이 곳 생활을 즐겼다.

인간의 각오보다 훨씬 강한 게 주어진 탤런트다. 지금 포인트 퍼민 등대는 샌피드로의 상징이 됐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빅토리안 스타일의 아름다운 이층집이다.

가옥과 등대가 한 몸으로 이어져 있다. 둘레에는 장미정원이 꾸며져 있다. 등대 창문을 열고 안내원이 올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관광객이 적은 평일이라야 누릴 수 있는 친절이다. 등대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와 4시 사이에 공개된다.

하루 세 번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포인트 퍼민 등대 일대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태평양을 바로 옆에서 내려 보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절벽을 따라 곳곳에 마련돼 있다. 커다란 나무의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하늘과 바다가 동일한 색깔로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야외극장에서는 여름철을 맞아 ‘바닷가의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극장 위에 내건 구호가 재미있다. ‘끝없는 이야기, 티켓 없는 입장, 한없이 소중한 경험’ (Timeless Tales, Ticketless Admission, Priceless Experiences). 발품을 팔면 추억이 넓어진다.

우정의 종각으로 온 길을 되돌아가다 25번 스트릿을 만나 좌회전한다. 길은 바다와 구릉의 중간을 가로지른다. 얼마 안가 웨스턴 애비뉴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곳에는 로얄 팜비치(Royal Palm State Beach)가 숨어 있다. 가파른 절벽 밑으로 자동차를 몰아 내려가면 갑자기 고요한 해수욕장과 마주친다.

구태여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언제라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비치파라솔과 피크닉 의자를 챙기면 끝이다. 대도시 바로 곁이지만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청량한 대양을 만날 수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하지 않는다. 마냥 바다에 눈을 꽂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길을 계속 달리면 25번 스트릿은 저절로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브로 이름이 바뀐다. 운전석 창문 너머 대양이 펼쳐지고 산줄기를 타고 조성된 고급 주택들이 양편에 이어진다. 바닷가 부촌 팔로스버디스에 들어선 것이다.

중간에 집들이 사라지고 바다부터 산 끝까지 자연 보호구역이 등장한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관목들 사이로 고불고불 뻗은 트레일을 따라 몇몇 사람이 경사 길을 오른다. 순간 동부 뉴잉글랜드나 영국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착각이 든다.

포인트 빈센트 등대(Point Vincent Lighthouse)는 보호구역이 끝나자마자 나타난다. 여차하면 지나칠 수 있으니 이쯤에선 속도를 줄여야 한다.

등대 입구 옆에 비포장 나대지가 있지만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들어가야한다. 주차장과 레크리에이션 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등대까지 이어지는산책길은 땅 위에서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선물이다.

오후시간이라면 더욱 좋다. 작열하던 태양이 기운을 뺄 즈음 빛은 온통바다에서 절벽으로 쏟아 내린다. 바위에 앉아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이 장면을 등 뒤에서 촬영한 사진은 누가 찍어도 작품이 된다.

포인트 빈센트 등대는 연방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매달 두 번째 토요일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입장이 허락된다. 그러나 밖에서도 기가막히게 우아한 등대의 뒤태가 고스란히 잡힌다.

등대 부지는 무려 8에이커에 달한다. 울타리 안에는 야자수와 잔디 그리고 섬세하게 가꾼 꽃무리들이 파란 하늘, 바다와 한데 어울려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등대라기에는 벅차게 아름다운 조화다.

지난 1926년 세워진 포인트 빈센트 등대는 민간인 등대지기가 지키다 1939년 해안경비대의 소관으로 넘어갔다. 이곳에는 기지 시설도 들어서 있다. 남가주 지역에서 해안경비대 통신과 헬리콥터 작전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개방시간이 제한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은 자유다. 다만 가던 길을 이어서 달리면 팔로스버디스 동네 구경을 첨부할 수 있다.

<글·사진=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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