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9-02-22 09:09:06

소백산,한국여행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좀처럼 들리지 않는 눈 소식에

‘소백산엔 눈꽃 있을까 발걸음

‘연화봉서 마주친 빙판·천문대

‘영남 최고 얼음 희방폭포 보면

‘설경의 아쉬움’달랠 수 있어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으면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없다. 그래서 여행지를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겨울은 지난(至難)했다. 눈을 찾아 곳곳을 헤맸건만 눈다운 눈을 만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얼마 전 남부지방에 눈이 내렸을 때는 중부지방을 헤매고 있었다. 일정을 취소하고 남쪽으로 내려갈 수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애간장만 태웠다. 남부지방 눈이라는 게 하루만 지나면 진창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백산(小白山)으로 향했다. “하늘을 날면서 보면 태백산(太白山)의 이름이 왜 태백이고 소백산(小白山)의 이름이 왜 소백인지 알 수 있다”고 했던 조종사 친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산행은 단양군에 위치한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에서 시작했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죽령휴게소가 위치한 곳이다. 입구는 시멘트 포장 도로로 차 두 대가 비켜갈 만했다. 4.6㎞의 산행은 잘 포장된 도로로 이어졌다. 소백산은 주봉인 비로봉(1,439m)을 꼭짓점으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는 철쭉이 흐드러지고, 1~2월에는 정상이 흰 눈을 뒤집어쓰면서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올겨울 하늘은 찌푸려 있을 뿐 눈발이 날리지 않았다. 가파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 지 90분 만에 도착한 곳은 해발 1,357m의 제2연화봉 대피소가 있는 곳이다. 사방이 트여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 덕분에, 그리고 산의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지형 덕분에 제2연화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에서는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언제 내린 눈인지 알 수 없으나 눈은 다져져 빙판을 이루고 있다.

제2연화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기복에 평지나 다름없다. 제2연화봉과 연화봉에는 닮은꼴 돔 건물이 우뚝 서 있는데 “제2연화봉의 돔은 기상 레이더”라고 동행한 산 동무가 말했다. 한참 떨어진 연화봉의 돔 두 개 중 하나는 천문대의 망원경, 또 하나는 공군의 관제레이더로 해발 1,383m인 이곳까지 도로가 포장된 것은 이들 때문이다. 

소백산천문대는 국내 최초로 현대식 망원경을 설치한 천문대로 1974년 설립 이후 1986년 소백산천문대로 개칭했다. 소백산천문대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주위에 천문관측을 방해하는 인공의 빛이 없기 때문이다. 천문대는 일반에게도 개방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소백산천문대로 문의하면 된다. 

연화봉에서 희방사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한 편은 아니라 무릎이 아픈 것을 감수하고 하산해야 한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나무 데크로 꾸며진 포토존이 나오는데 이곳에 서면 조금 전에 올라왔던 제2연화봉의 대피소와 돔 구조물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까마득히 보인다. 내리막길 급경사가 끝나는 곳에는 얼어붙은 희방폭포가 우뚝 서 있다. 해발 700m 지점에 위치한 희방폭포의 높이는 28m로 영남지방에서 가장 크다.

폭포 아래에 위치한 희방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두운조사가 소백산 남쪽 기슭 해발고도 850m 지점에 창건한 사찰이다. 희방사에는 1568년(선조 1년)에 제작한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이 있었는데 한국전쟁 중 법당과 ‘훈민정음’ 원판, ‘월인석보’ 판목 등이 함께 소실됐다. 이후 1953년에 중건돼 오늘에 이르며 경내에 희방사 동종(경북유형문화재 226)과 ‘월인석보’ 책판을 보존하고 있다.

‘월인석보’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에 따라 석가세존의 일대기를 국문으로 엮은 ‘석보상절’과 세종이 ‘석보상절’을 보고 석가세존의 공덕을 찬송한 노래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책이다. ‘월인석보’는 불경언해서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와 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1권 머리에 훈민정음 판 15장, 30면이 포함돼 국어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소백산에는 이 밖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를 비롯해 에델바이스로 더 잘 알려진 희귀식물 왜솜다리와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군락’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코 여우다. 소백산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우복원사업은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증식 복원 종합계획’에 따라 2012년에 착수돼 현재까지 소백산국립공원 인근 지역에 총 55마리를 방사, 24개체가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단양·영주)=우현석객원기자>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닮은 꼴 돔 건물이 서 있는 소백산의 제2연화봉과 연화봉.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영남지방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희방폭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코로나 지원금 사기 연$5천억 달해
코로나 지원금 사기 연$5천억 달해

당국 3,500명 적발 기소피해 회수는 14억 불과합동특별단속부서 출범EDDㆍPPP 사기 집중수사<사진=Shutterstock>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

카약 타고 이동하는 두바이 주민들
카약 타고 이동하는 두바이 주민들

하루에 2년치 폭우가 쏟아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카약을 이용해 소유물들을 옮기고 있다. 평소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기후인 두바이에 이상 폭우가

바이든, 트랜스젠더학생 인권보호 강화한 '타이틀9' 개정안 공개

성적 지향 따른 차별금지…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배제도 원칙적 반대 조 바이든 행정부가 19일 성소수자 학생 보호를 위한 이른바 '타이틀 9' 개정안을 공개했다.바이든 정부는 당초 지

앨러지 시즌이 시작됐다
앨러지 시즌이 시작됐다

미국인 4명 중 1명 시달려 선글라스·마스크 착용 도움 미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이 봄철 앨러지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천식·앨러지 재단(Asthma an

수면을 부르는 멜라토닌, 우리 몸에서 자연 생성된다
수면을 부르는 멜라토닌, 우리 몸에서 자연 생성된다

어둠은 멜라토닌 촉진… 아침빛은 억제인공조명으로 생체리듬 깨져 불면증 불러취침 2시간 전 조명 낮게ㆍ청색광 차단해야 멜라토닌이 워낙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멜라토닌을 처방전

트럼프 ‘입막음돈 재판’ 배심원단 선정 마무리…내주 본격 심리
트럼프 ‘입막음돈 재판’ 배심원단 선정 마무리…내주 본격 심리

배심원 12명·대체후보 6명 모두 뽑아…법원 밖에선 한 남성 분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나흘째인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

김낙현 재외선거관 곧 이임 예정
김낙현 재외선거관 곧 이임 예정

제22대 대한민국 총선 재외선거를 위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했던 김낙현(사진) 재외선거관이 임무를 마치고 곧 뒤국한다.김낙현 선거관은 지난 1년간 관할 동남부 6개주를

"아름다운 동행, '여경'(여성경제인협회)에 오세요"
"아름다운 동행, '여경'(여성경제인협회)에 오세요"

여성경제인협회 이·취임23대 김순애 회장 취임 애틀랜타 한인 여성경제인협회(AKABWA)가 지난 18일 오후 7시에 23대 김순애 신임회장 취임식과 22대 이기선 전 회장 이임식을

김영자 부동산, NAMAR 액티브 더블 피닉스상 수상
김영자 부동산, NAMAR 액티브 더블 피닉스상 수상

20년 밀리언달러 탑 프로듀서 애틀랜타 마스터 리얼티(Master Realty) 김영자 대표가 북동부 메트로 애틀랜타 부동산협회(NAMAR) 밀리언달러 클럽 시상식에서 ‘액티브 더

수배 용의자 경찰과 총격전 끝 노크로스서 사망
수배 용의자 경찰과 총격전 끝 노크로스서 사망

강도 용의자 경찰에 총격 18일 저녁 귀넷카운티 노크로스에서 수배 남성이 귀넷 카운티 경찰과 대치끝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이 남성은 홀카운티에서 발부된 영장의 용의자였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