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Ⅰ한국 38년(42)
고난의 책 장사
최 군보다 투자를 많이 한 나는 어떻게 하든 사업을 살리고 본전이라도 찾아야 할 형편인데 길이 안 보인다. 아버지가 농촌에서 알뜰 살뜰 모은 금쪽 같은 귀한 돈을 다 투자 했으니 어찌 해야 좋을 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고민하고 애가 타 방방 뛴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고 어떻게 하든 활로를 찾아야 된다. 친구가 부재 중 판매 장부를 정리하다 차질이 많은 것을 발견케 돼 종업원에게 물으니 동업자 최군이 한 일이라고 했다. 큰일이다. 판매 수입금을 유용 한 것은 묵과 할 수 없는 사업의 암이다. 심사숙고 한 끝에 최군에게 동업에 문제가 있으니 사업을 한 사람이 인수해 운영 하는것이 어떠냐. 원한다면 나는 손을 떼겠다고 하니 최군은 자기는 처음부터 책 장사에 대한 관심도 미련도 없었는데 너 때문에 책 장사를 시작 해 후회 막금이다. 투자한 돈만 해결해 주면 당장 손을 떼고 인천으로 돌아 가겠다 더이상 할 말도 묘안도 없어 한숨만 나왔다.
사실 최군은 나 때문에 책 장사를 하게 돼 피해를 당한 것이다. 나의 무모한 꿈과 야심 때문에 도깨비에 홀린 듯 말려 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얻은 것이 많았다. 좋은 학교 2 학년으로 월반을 하게 됐고 사업은 실패를 해 고생을 하게 됐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또 돈 주고도 살 수없는 산 경험을 많이 얻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마련해 달라고 떼를 쓰고 거짓 화려한 사업 계획에 대한 꿈을 펼쳤으나 아버지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래도 자식 사랑을 어쩔 수 없어 며칠 후 돈을 가지고 오셨다. 있는 것 다 팔고 소까지 팔았다고 해 가슴이 아프고 벅차 어떻게 아버지의 깊은 정성과 사랑을 보답 해야 할 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삼켜야 했다.
아버지가 피땀을 흘려가며 만든 돈으로 친구의 투자금을 반환해 주고 동업 관계를 정리한 다음 서점을 셋돈이 싼 곳으로 옮기고 종업원도 임금이 싼 사람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악착같이 학교로 도매상으로 뛰어 다니면서 때가 되면 밥 한술 끓여 간장 찍어 떼우고 버스비 조차 여유가 없어 남자 차장들과 싸우고 협박 해가며 무임 승차로 살아 가는 삶이 고달펐고 또 죄스럽기 이를데가 없었지만 지난 날 꿀꿀이 죽을 먹고 살았던 시절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당시 큰 도시 각 곳에는 불량배, 쓰리꾼들도 많고 험했다. 그들 또한 살기 위한 과정의 일부였다. 나는 키가 크고 인상이 좋지 않아 가는곳 마다 불랑배, 주먹들의 표적이 돼 곤혹을 치렀다. 계속 당하다 보니 약하고 겁이 많던 본성이 반대로 강하게 변하고 악이 나서 칼을 목에 대도 웃을 수 있는 힘과 배짱이 생겼다. 하지만 심장이 뛰고 사지가 저리고 아픈 고통을 감내 해야 했다. 역경을 참고 버티고 헤쳐 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한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고학 생활은 너무나 험하고 고달픈 가시밭길이었다. 수 많은 난관을 넘고 넘으면서 사업에 탈출구를 찾으려고 전력을 다 했으나 야속하게도 변화가 없고 부진했다. 잘못 선택한 책 장사 때문에 당한 고통의 긴 터널을 어떻게 하면 무사히 통과 할 수가 있을지 그것이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