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두런두런 이야기 하던 빗줄기
소리없이 가버리고
가끔씩 칭얼대던 바람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집 뒤 작은 숲이 고요합니다.
찬바람 속에서 힘겹게 푸른잎을 튀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처음 만난 작은 숲
어느새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또 다시 처음 만났던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름 모를 꽃들의 웃음과
나뭇잎에 모여드는 빗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곳을
"식영정"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란 뜻이지요.
내 마음이 쉬고 있는 뜰이라는 생각에서
이조시대에 지은 정원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저는 잘은 모르지만 한시 같은 고전을 좋아합니다.
시인이자 정치가인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식영정에서 썼다지요
그 옛날 한 시대를 안고 고민하고 사랑하며
교훈과 문학을 남겼던 학자들이
그들의 꿈을 이야기 하던 곳 식영정
나도 낮이면 멀리 떠가는 구름도 보고
밤이면 은은한 달빛아래 별도 헤어보며
지나치게 쓸쓸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꿈을 꾸며
식영정의 소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창밖엔 무심한듯 천천히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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