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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낙엽 이후

지역뉴스 | | 2018-12-15 21:21:34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아직은 가을을 품고있는 애틀란타와는 달리 뉴욕으로 보스톤으로 다녀오신 지인들께선 동북부의 눈 얘기로 화제는 눈꽃처럼 폴폴 분분하게 이어진다. 하이웨이 주변의 나무들도 가을 여운이 남겨져 있다고 여겨주고 싶은 것은 마을 산책길에서 한집 건너, 두어집 건너, 뜨락에 심겨진 단풍나무의 짓붉음이 저만큼 가고있을 가을을 붙들고있기 때문이다. 싸늘한 겨울비가 스산한 기운을 몰고왔지만 가랑잎 콘체르토가 잔잔하게 번지고 있다. 마지막 잎새를 떨구지 못한 나목들의 협주가 조촐하게 어우러지며 가랑잎 더미를 헤집듯 출렁이고 있다. 켜켜이 쌓여 바람에 밀려다니는 낙엽의 예사롭지 않은 굴러다님이 마치 환상곡 오라토리오를 연주하고 있는 품새다. 현란했던 단풍이 소멸의 아름다움을 안고 어쩔 수 없는 낙상으로 체념과 비통과 자유와 아픔의 교차를 겪고 있다. 우거진 초록의 무성을 누리었는데 나무와 가지와의 분리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영아기 때의 아기들은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다가 유년기로 접어들면 엄마 손에서 손을 빼내려 용을 쓴다. 어느 순간부터 저 혼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귀여운 만용으로. 청소년기엔 방문을 걸어잠그기 시작하고 홀로서기에 자신만만함을 과시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들의 여정인데, 낙엽의 여정은 어디메일까. 어쩌면 식물적 본성에서 숲을 누비고 들판을 휘둘러 보고싶은 꿈의 성취일 수도 있겠다 싶다. 식물의 순환과정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낙엽 덤불이 이산가족의 그리움 무덤으로 보임은 어쩜일까 모를일이다. 넘치는 감성일까. 계절의  우수일까.

단풍이 아무리 고와도 새 싹은 아니라 했다. 마지막 열정을 토해내는 초록의 낭만일 뿐.노을처럼 불태우고는 사색의 길로 떠나는 과정이지만 낙엽의 여로가 인간에게 시사하는 섭리의 순응을 발견하며 배워야하리라. 존재성의 모든 과정을 다한 기쁨을 안고 가야할 길을 처연히 들어서는 감동의 파노라마가 만든 채색이 우리네 인생들에게 얼마나 행복한 기쁨과 평안을 안겨주었던가. 바람따라 정처없이 굴러다니던 낙엽이 축축한 낙엽이 되어 더 이상의 여정을 포기하고 서로를 부비며 포개진채 오소소 추위를 견디고 있다. 젖은 낙엽은 가을이 건네주는 마지막 엽서같다. 초록의 꿈이 알알이 박힌 계절의 친서이다.  

일본 노년 풍속도에 젖은 낙엽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정년퇴직한 남편이 집안에서 성가신 존재가 되어 떨쳐버리려해도 좀체로 떨쳐버릴 수 없는 귀찮은 존재성에 비유한다는 사실이 쓸쓸하고 서글프다. 나이든 남편은 내 아버지였었고, 내 오라버니요, 내 동생인 것인데 어찌 젊은날의 헌신이 묵살되는 아픔을 여인네들의 행복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젖은 낙엽을 일컬어 껌딱지 같다는 속어까지도 처량맞고 속상하다. 껌딱지라는 단어와 함께 문득 떠오르는 시가 있다. ‘쾌속 주파수가 잡힌다. 껌 씹는 소리다. 씹어도 씹어도 씹는 것이 습관이 돼버린 이들은 관자노리가 무지근하게 통증이와도 씹고 또 씹는다. 이유 없이 씹히고 씹히는 모습이 처절하기 이를데없어 껌은 뱉으라고, 입가에 서린 허연거품을 걷어내라고 다그친다. 똥뚜깐에나 진흙탕에나 가릴 것 없이 껌을 뱉으라고 쥐어박아주고 싶다.’ 삶의 켜켜로 끼어드는 불쾌한 일들이 떠올려진다. 씹는 일에 열중하는 무리들을 똥뚜깐에나 진흙탕에 던져버리고 싶다. 씹는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무리는 되진 말아야지.

낙엽으로 굴러다니다 종국엔 나무들에게 귀중한 천연퇴비가 되어주는 보람있는 소멸이 서정적 아리아가 연주되듯 돋보인다. 뿌리가  깊은 나무도  모진 바람 앞엔 어쩔 수 없이 흔들린다.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어쩌면 나목의 울음이 아닐까. 낙엽으로 떨구어낸 어린 자식같은 잎새들 생각에, 겨울 삭풍에 떨어져나간 잔가지들 생각에 . 나목으로 덩그러니 남겨진채 일제히 사라져버린 겨울 숲은 상처가 굳어진 옹이투성이 삶을 절절이 드러낼 수 밖에. 낙엽 이후의 나목 무도회는 이제부터 리허살이 시작된다. 낙엽 이후의 어느 공간에서도 담백을 잃지않은 나목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휘봉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서로의 조용한 요구를 수용하고, 어떤 부름에도 서로의 몸짓으로 화합을 이루며 정중하게 기다리고 있다. 맑음으로 비운, 내려놓음의 웅장한 연주곡이 마지막 잎새가 내려놓음을 하는 순간 울려퍼질 기세이다. 나목의 순절한 비움이 인간에게 전이될 수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을. 관계가 맑아야 만남의 두께가 두터워지고 돈독해지고 담백해지는 법이다. 고아한 관계까지는 탐하지 않더래도 맑음을 함께 누릴 만남을 고이고이 가꾸고 싶을뿐이다. 나목 같은 맑음을 간직한 조우가 그리 쉽겠냐만. 낙엽 이후, 나목의 비움에서 맑음과 환희와 감사와 절제를 배운다. 떠난 가을을 놓고 싶지 않은 여운이 베풀어준 사은의 하사품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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