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베테랑스 에듀

[행복한 아침] 가을 하늘

지역뉴스 | | 2017-10-21 19:19:29

김정자,수필,가을,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아침 산책길의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드높아 보인다. 계절이 바끨 때마다 올려다 보는 하늘이긴 하지만 가을날의 하늘이 유난히 시선을 오래도록 붙든다. 키를 높인 것 처럼 멀어졌고 깊어졌다. 구름도 이불 솜을 털어놓은 듯 머쓱하니 듬성듬성 하늘 가을로 무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막원하다는 말로도, 아득하다는 말로도 표현될 수 없는 투명한 하늘 높이가 깊음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찾지못하도록 감지할 수 없는 막막한 깊음으로 푸른 빛을 띠고 있다. 무한 우주의 깊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계절은 신의 손길에서 빚어진 자연 풍광뿐 아니라 인생들이 굴려온 삶의 궤적과도 예고없이 마주치게 해준다. 인생들의 삶이 역사로 엮여지고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시간들의 막연한 풍경까지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혜은의 온정과 배풂을 품고 있다. 길섶이며 숲 덤불 사잇길에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지는 소리가 시방은 그리 낯설지 않다. 서걱서걱 포개지는 가랑잎 흐느낌도 바람에 하늘대는 코스모스의 나즈막한 속삭임까지도 하루들을 정화시켜 주고있다. 말귀 어두운척 멋쩍게 들판을 누비는 가을 바람의 맵시가 푸석거리며 말라가고 있다. 구수한 입담을 풀어놓듯 알알이 열매를 여물게 해주던 가을 햇살 마저도 농후한 열기가 엷어져가고 있다.

 

청청 푸르렀던 나뭇가지의 손끝마다 계절의 극진한 언어가 녹아나고 계절의 수레바퀴는 다시 한 번 덜컹 세월의 과속방지턱을 넘어간다. 가을이 여물어가는 풍경이 호수같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지고 있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면 언뜻 예계나 예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곤 한다. 어찌나 투명한지. 어찌나 푸른지. 어찌나 맑은지.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하여 가을을 하냥 붙들어두고 싶어진다. 감싸주듯 포근하고 지순한 모성의 순수가 고여있다.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더는 보챌수가 없어진다. 꼬깃꼬깃 숨겨진 죄책감 까지도 마알갛게 헹궈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라다보면 볼수록 풍덩 안기고 싶은 맑음이 고여있다. 가만히 손을 담그고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빛누리를 꼬옥 움켜보고 싶지만 분진이 고여있는 가슴이 부끄러워진다. 맑은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처럼 티 없이 맑고 고요하다. 무릇 사람의 모습을 비쳐볼 수 있는 것은 흐르지 않는 물이어야 가능한 것이라서 가을하늘은 흐르지 않는 머묾이 고여있기에 마음을 풀어놓아도 품어줄 것만 같다. 사람에게 풀어놓지 못했던 쓰린 고해의 진액까지도, 가다듬지 못한 울퉁불퉁 아쉬움 가득한 아린 마음까지도, 은밀한 간청도 다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알간 가을 하늘에 손마디가 굵어지고 힘줄이 돋아나고 주름투성이로 앙상해진 두 손을 비추어본다. 가을 햇살에 투사된 초라한 손을 본다. 못생긴 손이기도 하지만 좀 더 나은, 좀 더 선한 곳에 손을 담그지 못한 부끄러움에 가슴이 떨린다. 참담하도록 쓸쓸한 행색과 한 없이 비탄스럽고 왜루한 실존을 절감한다. 흔히들 가을을 풍요의 계절이라 불러주지만 가을 하늘은 하냥 건조하다. 가스랑거린다. 해서 존재가 초라해지고 미흡한 틈만 도드라져 보인다. 해서 고독이라는 단어가 나비처럼 날아와 살포시 빈 마음에 앉는다. 땅을 내려다 보면 현실이 눈을 부릅뜨고 있고, 시선을 돌려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외람이 꼬무락거리는 겨를 탓에 가을을 못견뎌하는 것일까. 끝모를 공허, 아무것도 채워져있지 않은 하늘을 만져볼 수 없음이라서 남정네들은 가을을 타나보다.

 

가을 하늘을 우르러면 수필을 쓰고 싶어진다. 차갑고 깊고 둥글고 텅 비어있는 하늘이라서, 세상사 이런들 어찌하며 저런들 어찌하랴며 뒹굴듯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려는 몸짓이라서, 수필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얼마나 멀 것이며 얼마나 깊을 것인까. 푸름의 물감은 어디로 부터 흘러와 물들여졌을까. 온통 가늠의 불가능에 불들여 공허만 메아리져 아무런 느낌도 붙들 수가 없어진다. 끝간데 없는 통찰을 요구하기에 낙엽에도 수필을 적어두고 싶고, 가을의 생태에도 은밀한 가을 역사에도 수필로 가득채워 놓고 싶어진다.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기억력에도 수필로 가득채워주고 싶다. 가을 하늘 같은 고요하고 맑은, 깨끗하고 조용한 수필을 써갈 수 있는 성정과 필력을 지니고 싶다. 평안으로 다스려내며 잔잔하고 넉넉하게 다 내려놓은 참회록같은 그런 수필집 하나쯤 남기고 싶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입양은 최고의 사랑” - 프라미스686 후원모임 열려
“입양은 최고의 사랑” - 프라미스686 후원모임 열려

입양 사역 후원자 모임‘한인교회들의 참여 환영’한인 예식장 페인-콜리서 가족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교회 성도 및 일반인들과 연결하는 사역을 전개하는 입양전문 사역기관 프라미스686(

귀넷, 주말 즐길 만한 5가지 이벤트
귀넷, 주말 즐길 만한 5가지 이벤트

3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귀넷 카운티에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즐길 만한 이벤트 5가지를 소개한다. (정보 및 사진 제공 Gwinnett Daily Post) 스톤마운틴 부

[한인마트정보] 부활절 세일!
[한인마트정보] 부활절 세일!

H마트-대표 한인 마트주말 특별 상품은 허니버터칩 4.23OZ 2.49, 칠리안 씨베스 스테이크 19.99, 노르웨이 자반고등어 3.99, 유기농장 유기농 메주콩 3LB 6.99,

조지아 공화당 수석부의장 9차례 불법 투표
조지아 공화당 수석부의장 9차례 불법 투표

PA에서 위조수표 혐의로 중범죄배상을 이행 안해 보호관찰 연장 조지아주 공화당 수석 부의장이 9차례나 불법으로 투표를 했다는 판결을 받았다.조지아주 행정법원 리사 보그스 판사는 2

"노화된 생쥐 면역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
"노화된 생쥐 면역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

미 연구팀 "항체요법으로 면역 세포 생산 균형 회복…사람 적용 기대" 노화된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한 항체요법으로 혈액 세포 생산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노화 관련 면역력 저하를 줄여

호텔 수영장 놀러 간 8살 소녀,파이프로 빨려 들어가 숨져

6시간째 실종, 수영장 파이프 안에서 발견돼  텍사스의 한 유명 호텔 수영장에서 8살 소녀가 익사한 것과 관련, 유가족이 호텔 체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현지시간으로 27일 C

애틀랜타 공항 봄방학 맞아 이용객 급증
애틀랜타 공항 봄방학 맞아 이용객 급증

봄방학, 부활절 맞아 29, 31일 제일 붐벼국내 2시간 반, 국제 3시간 전 도착 권고 봄방학 및 부활절을 맞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으며,

홈디포 건축자재업체 SRS 183억 달러에 인수
홈디포 건축자재업체 SRS 183억 달러에 인수

현재 사업 보완 및 새 경로 추가 주택 개선 용품 판매업체 홈디포(HD)가 28일(현지시간) 건축자재 공급업체 SRS 디스트리뷰션을 부채를 포함해 약 183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

"ADHD 치료제, 환자의 입원·자살 위험 줄여준다"
"ADHD 치료제, 환자의 입원·자살 위험 줄여준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환자에 대한 치료제 투여가 정신장애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입원 또는 자살 위험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ADHD는

손석구 주연, ‘댓글부대’ 개봉 첫날 1위로 출발
손석구 주연, ‘댓글부대’ 개봉 첫날 1위로 출발

영화‘댓글부대’/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27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가 개봉 첫날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댓글부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