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 행복한 아침] 봄과 여름 사이

지역뉴스 | | 2018-05-26 09:09:30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봄과 여름 사이는 언제나처럼 두루뭉술 어물쩍 넘겨지고 만다. 입하가 들어서고 어느새 소만 절기도 여상스레 지나가고 햇보리를 먹게되는 망종이 코 앞이다.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지만 한 낮이면 여름이 성큼 들어선 것 같다. 봄 기운은 스치듯 홀연히 사라지고 산이며 들녘은 푸름이 가득하고 개구리 우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산책길 길섶에서 쑥이 무성하게 자라고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볕살이 넉넉하게 내려앉는다. 만상이 윤택을 입고 아쉬울 것 하나없는 족함에 들떠있다. 들판에 질펀한 들풀들도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여름으로 들어설 준비로 풍족으로 하루들을 세워나간다. 5월은 타박받을 이유없을 만큼 화창함의 극치를 이루더니 하리케인 영향으로 비와 뇌우가 봄 뒷자락 붙드는 시늉을 한다. 한 순간에 천지가 푸름으로 덧입혀진듯 신록이 아름다움의 적기로 접어들었다. 짙푸른 초록으로하여 가슴뛰는 감동이 아릿한 흥분으로 다가온다. 우수 경칩이 데불고온 묘한 훈기를 타고 꽃잎이 열리기 시작될 무렵 할 일 없이 봄비가 내리는 동안 길손처럼 머물다 가버린 멋쩍음이 봄이 남긴 흔적이다. 아스라히 봄 기운을 흘리고는 주섬주섬 떠날채비를 하는 봄을 더는 붙들 수 없으매 봄이 남기려는 유추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달리고 있는 차 속에서 뒤돌아본 풍경이 낯선 풍경으로 멀어져간다. 다가오는 풍경과 뒤돌아 본 풍경은 어느새 낯선 풍경처럼 남겨진다. 달려온 인생길과 돌아본 인생길의 차이 처럼. 타성이려니 해보지만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낯섦은 줄어들지 않고 아쉬움을 끼고 살아가는 이방인의 습성인가 보다. 아지랑이 속 봄이 남긴 흔적이 뒤돌아보아지는 것 처럼. 비몽사몽 흘러가듯 이제 봄날은 갔다. 인생의 굴곡을 미쳐 모르는 청춘의 계절이라서 은근스레 넘겨지기엔 상실감이 큰 봄 날이다. 맑은 하늘이 기다려준 것만도 감격이다. 힘찬 물소리를 뿜어내고 흐르는 폭포의 경관이며, 맑고 깨끗한 공기에 어우러진 청청한 물소리가 경쾌하게 산야로 퍼져나간다. 천지에 드리워진 푸름의 풍요로움에 감복하게 된다. 느릿느릿한 산야의 몸짓들이 서로의 섞임을 유인하듯 눈짓을 주고 받기에 분망해 보인다. 푸름으로 뒤덮인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감기고 분분하게 꽃잎을 날리던 가지들도 어릿어릿 넘겨지는 계절의 능선을 무연한듯 지켜보고 있다.  

짙은 흙냄새와 달큰한 나무 냄새가 축축한 공기에 실려 물씬 풍겨온다. 산 냄새, 숲 내음, 흙내음은 생명의 내음이다. 씨줄 날줄로 엮어낸 관계에서 강세에 짓눌린 심리를 부드럽고 유화시켜주기도 하고, 예고치 않았던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마음졸이는 상태를 느슨하게 완화시켜주는 완충의 은혜를 나누는 천혜의 보고다. 흙내음을 맡으면 군중 속의 외로움도 희석되고 해이된 삶의 질서가 주는 긴장감 까지 용납 받을 수 있게된다. 풍진 세상을 살아낼 적응력을 얻어낼 만큼 격정을 누그러지게 만드는 신묘한 품이다. 봄과 여름 사이에 만난 흙내음은 예술의 경지다. 산과 숲이 일궈낸 자연의 품이 없었다면 치밀하지 못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람은 세상이란 바다에서 삶의 진통을 소롯이 감당해야할 밖에. 흙내음을 깊이 들이킨다. 지금보다 더 허름한 바보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무섭도록 소란하고 분주할수록 보잘 것 없어 엉성하고 빈틈 많은 사람은 가슴 아플일이 많아진다. 무심하고 소홀한 것이 세상 인정이라서 허름한 마음이면 어떠랴, 어설픈 몸짓이면 어떠랴. 받은 상처를 흙내음이 이완시켜주기 위해 얼마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애연한 상흔을 어쩔줄몰라 숲내음을 찾게되고 흙내음을 맡으며 깊디 깊은 산자락에 묻혀 살고 싶어진다. 세상이 던져주는 작은 눈짓 하나에도 흠집이 나고 그 생채기가 아물날이 상거도 멀다. 숲내음, 산내음은 하늘의 깊음을 품고 흙내음 위에 숲내음이 머물고 숲 내음 위에 산내음이 요동하고 산내음의 휘둘림에 새소리 바람소리가 생명의 소리를 실어 나른다. 생명의 원천이 흙에 있음이며 숨겨진 사랑이 있다. 천지창조로 부터 부여받은 불가사의하고 심묘한 치유의 힘이다. 창조주의 뜻이라서 흙내음이 사랑과 은혜를 한 껏 천지 가득 실어나른다. 흙내음이 상이된 마음자국을 더는 쓸쓸하게 하지 않으리라 따듯한 눈짓을 건네준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향수란 허허로움을 안고 동쪽 한반도로 귀를 쫑긋 세우고 살아가는 우리네들. 봄과 여름 사이에 빚어지는 작은 연민마저도 그저 흘려보내지 못하고 기웃대다 문득 문득 밀려드는 망향곡은 어이하려는지. 봄이 남기고 간 충만함으로 풍요한 여름의 기적을 기대할 수 밖에. 울다가 웃는 아이처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5월 4일 오후 2시, 일대일 상담도 대입전문 JJ에듀케이션이 1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5월 4일 학원에서 대학원서(Common Aplication)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하이브 "뉴진스 컴백에 최선을"…멤버들-민희진 간 유대감이 변수뉴진스, 소속사 변경 쉽지 않아…민희진, 감사 답변·자산 반납 아직 안 해뉴진스 팬들 트럭 시위…"버니즈는 하이브 소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뉴욕에서 바를 운영하는 마이클 레이놀즈는 비즈니스 검색 사이트인‘옐프’(YELP) 등록을 요청한 적이 없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픈한지 몇 주 안 돼 옐프 측에서 바에 다녀간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조지아주 달튼 공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큐셀 등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한 설비나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관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개그맨 조세호, 유재석 /사진=tvN‘유 퀴즈 온 더 블럭’ SNS개그맨 조세호가 오는 10월 20일 결혼한다.24일(한국시간 기준)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애틀랜타 한국학교(교장 심준희)는 지난 20일 고급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주제로 외부 강사 특강을 개최했다. 안소현 케네소주립대학교

켐프, 16세 미만 청소년 SNS 가입 시 부모 허락
켐프, 16세 미만 청소년 SNS 가입 시 부모 허락

켐프 주지사 청소년 SNS 법안 서명 음란사이트 접속 시 1만 달러 벌금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가입하려면 부모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는 상원 법안351에

메트로 애틀랜타, 주택 평균가 40만 달러
메트로 애틀랜타, 주택 평균가 40만 달러

풀턴 70만 달러, 귀넷 49만 달러봄철 주택시장, 수요↑, 공급 부족 2024년 봄철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의 주택 시장에서 주택 수요는 최고치로 상승한데 반해 공급은 여전히 제한

FDA "저온살균우유서 조류독감바이러스 발견"
FDA "저온살균우유서 조류독감바이러스 발견"

"양성반응 보였으나 활성화된 실질적 바이러스는 아냐"최소 8개주 젖소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확인…인간감염 사례도 미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젖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식품의약국(FD

한화큐셀, TGC와 450㎿ 태양광 모듈 공급·발전소 EPC 계약
한화큐셀, TGC와 450㎿ 태양광 모듈 공급·발전소 EPC 계약

마이크로소프트 이어 두번째 대형 계약…"EPC 등으로 사업다각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미국에서 상업용 태양광 모듈 공급 및 발전소 시공 계약을 따냈다.한화큐셀의 자회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