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전 '급해서' 화장실 다녀온 흑인 남성에 “내려라”
애틀랜타공항서...탑승했던 변호사가 SNS에 사연 띄워
유나이티드항공 승객 퇴출사건으로 미 항공사들의 고압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이륙 전 화장실을 다녀온 흑인 남성이 기내에서 쫓겨나 논란을 빚고 있다.
27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륙하려던 여객기 내에서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다녀온 흑인 남성 키마 해밀턴(39)이 승무원들에게 강제로 쫓겨난 사연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위스컨신주 밀워키공항으로 가는 델타항공 기내에서 발생했다.
해밀턴은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활주로로 진입하지 않은 채 대기 상태일 때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장실이 급해져 승무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화장실로 가 소변을 보고 돌아왔다.
그때 기장이 기내에 나타나 “신사 숙녀 여러분,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비행기는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 승객 1명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델타 승무원 2명이 차례로 해밀턴에게 다가와 “짐을 싸서 비행기에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밀턴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기장과 승무원은 기내에 탄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해밀턴만 빼고 다시 태웠다. 해밀턴은 게이트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해밀턴은 마침 기내에서 복도 건너편 좌석에 앉아있던 변호사 부부가 변호를 해줘 무사히 풀려났다. 그는 이어 델타항공으로부터 항공권 비용 일부를 돌려받고 밀워키행 사우스웨스트 항공기를 탔다. 하지만 해밀턴은 델타항공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보다 3배를 더 주고 새 항공권을 사야 했다.
해밀턴의 사연은 기내에서 인근에 앉아있던 크리스타 로솔리노 변호사가 델타항공에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그녀는 “해밀턴이 기내에서 쫓겨난 것은 그의 검은 피부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는 델타항공을 타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로솔리노는 “일부 승객들 중에는 해밀턴의 편을 들어 함께 항의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해밀턴은 승객들에게 ‘자신으로 인해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델타항공 직원이 흑인 승객 키마 해밀턴(왼쪽)에게 이륙 전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기내에서 내리도록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