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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낯선 시간을 기다리다

지역뉴스 | | 2017-06-24 19:19:01

수필,김정자,행복한아침,시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풋풋함 같은 감성들을 일깨우듯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엷은 흥분에 겨운채 몇날을 달뜨고 진정되지 않은 형국으로 덤벙대는 스스로를 제풀에 겨우 눈치 채게 되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에 성경읽기는 물론 필사까지도 속도감을 잃었다. 도대체 어린아이도 아닌데 공연히 허영같은 겉치레에 휩싸인 기분으로 열기가 가라앉지 않아 흥분일색으로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설레임을 부추긴 것은 크루즈 여행티켓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여행보다 여행일정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레임 예고를 은근히 더 즐겼던 것 같다. 만나게 될 풍경을 그려보기도 하고 내다보이는 눈부신 추억거리를 블로그를 통해 채집하기도 하며 설레임을 누리고 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맛을 알듯, 주기적으로 하룻길 여행이라도 하지 않으면 똥마려운 강아지 같이 끙끙대는 일상을 보내온 탓에 여행의 흥분이 지나치리 만큼 일상을 바꾸어놓기도 했었다. 나이가 깊어가면서 하나 달라진 것은 이 설래임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주위 지인분들께 잘난 채 여행지를 들먹거렸던 일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백수풍진 늘그막 철이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여행을 기다리는 설레임의 시간들은 다가올 그리움이라서 잊어버리려해도, 덮어버리려 하면 할수록 달려가고픈, 숨길 수 없는 심중이라서 솔직한 본성으로 어찌하지 못할 심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설령 마음 지키기에 매달려본다 한들 일상에 충실히 집중해야 한다는 다짐에 비해 설레임은 좀체 누그러들지 않은체 날개를 달고 집안을 누비고 다닌다. 철부지처럼. 가장 순수한 감정의 유희라는 부추김도 없었는데 심성은 여행지 위로 드론을 띄워놓은 것 같이 쉼 없이 비행하고 있다. 느낌이 좋다. 설레임의 예고는. 숨길 수 없는 마음의 일기장을 열어놓은채 그리움으로 물든 설레임 예고가 나이들어버린 아낙을 얼마나 맑게 해주는지. 여정을 앞둔 설레임은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설레임의 기억은 구름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가끔은 핑그르르 눈물을 고이게할 때도 있다. 두고온 여행지의 추억을 더듬게도 하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외로워질 때도 있다. 추억 속의 설레임은 새순 같은 여림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다가오기도 하면서 해맑은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준다. 만족감이나 상쾌감을 주는 일들이 그리 흔한 것이던가. 셀레임 예고를 즐기는 일들은 항상 흐뭇하고 거슬림 없이 달달하고 흥겹기까지하다. 설레임은 세파에 시달리지 않은 해맑은 모습이라서 정취깊은 그윽함 속으로 빨려들듯 은근히 즐기게 되는 것 같다. 

계절마다 편차가 뚜렷한 여행지가 던져주는 역동성을 다시 추구하며 한계없는 분주함에서 어느 순간 멈춤을 붙잡기도 하며 삶의 씨줄과 날줄을 교차시키는 지혜를 얻기도 한다. 짧은 여정이든 긴 여정이든 눈부신 추억을 안겨주기도 하고 틀에 박힌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환희였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침들은 더 없이 반가운 정경들을 펼쳐보여 주었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로하여 가슴 가득 상큼한 기운이 차오르기도 했었다. 맑은 시냇물 같은 표정들이 그립다. 여정의 피로는 건망증에 숨어버리고 여정 속의 설레임은 귀환과 동시에 다시 그리워진다.

산다는 것은 기다림과 여행하는 것이라 했다. 무언가를 하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기다림이 저물 무렵이면 또 다른 기다림이 오두마니 기다리고 있었고, 그 기다림이 스러지면 새로운 기다림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기다림은 기쁨을 나누기도 하지만 고통을 데려오는 적도 있긴하지만 생에서 잡초처럼 뽑아버릴 수도 없음이라서 피할 수도 없거니와 거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기다리는 기다림은 낯선 시간을 기다리는 기쁨이라서 운명처럼 반가움을 동반한 유쾌하고 아름다움이 만개한 희열이다. 여행지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즐거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날마다의 꿈길도 하늘하늘 환희로 가득하다. 낯선 시간으로의 기다림이 석양의 은빛 노경을 한결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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