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조이너스 케어 최은숙 대표가 지난 2년간 진행해온 라디오 프로그램인 ‘내 얘기 좀 들어봐’가 내일(5월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내 얘기 좀 들어봐’는 65세 이상이 되신 어르신들을 초대하여 그 분들의 인생 이야기, 재미있고, 즐겁고, 슬프고, 아프고, 감동적인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방송이었다. 2년 동안 100여명이 넘는 초대 손님들이 방송실을 찾았고, 평범한 이웃 어르신들께서 소박하게 털어 놓는 삶의 여정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로로 다가왔었다. 또한, 조지아/애틀랜타 교민 사회에서 활동 중인 16개 동호회와 동문회를 초대하여 청취자들의 여가 및 사회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제공했었다.
애틀랜타 사회에 의미있는 노년기 문화를 창출하자는 의도로, ‘출연진이 계속 섭외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속에 제작된 이 방송은 굳게 지켜온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자기 자랑/ 자식 자랑하지 않기, 남 흉 보지 않기였다. 아마추어들이 진행한 ‘내 얘기 좀 들어봐’가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의 간판 방송이 될만큼 회를 거듭하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나를 아름답게 봐주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로 방송이 채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르신들은 자기 얘기를 이처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신명나게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는 누구에게든지 행복을 주는 것이다. 매 회 최선을 다했던 때문인지, 방송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이 들기 보다는 뿌듯하고 마치 근사한 상을 받은듯한 느낌까지 든다. 출연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한 분 한 분 떠올리다보니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라디오 프로그램 ‘내 얘기를 들어봐’를 진행하면서 평범한 어르신들의 인생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음을, 나의 인생이 그 분들이 살아온 인생 덕분에 보다 나은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부유한 사람은 많은 소유를 자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발견하는, 일상의 길에서 경이감을 느끼며 마음에 울림이 있는 ‘내 얘기가 있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