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성수기 파리 날리고 여름 성수기도‘한산’

외국인 투자자도 서서히 발 빼, 위기감 고조


잘 나가던 주택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거래가 가장 활발해야 할 봄철 오히려 주택 거래가 감소했고 향후 주택 거래를 보여주는 잠정 주택 거래는 정체 현상을 나타냈다. 미국 주택 시장만 한 투자처가 없다던 외국인들마저 주택 구입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택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파리만 날렸던 봄철 성수기

지난 6월 재판매 주택 거래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는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거래량은 늘었지만 남부와 서부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국적인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이 재판매 주택 거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매물 부족 외에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심각한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라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6월 주택 중간 가격이 주택 수요자들을 주택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6월 중 주택 거래가 완료된 주택(단독 주택, 타운 하우스, 콘도 미니엄, 코압 포함)은 연율 환산 기준 약 538만 채로 전달(약 541만 채)보다 약 0.6%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지난 6월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6월 대비 약 2.2%나 떨어졌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에 따른 판매 기간 단축과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주택 구입자들의 구입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택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물 부족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세는 매달 신기록을 작성 중이다. 지난 6월 주택 중간 가격은 약 27만 6,9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2%나 상승하며 전달 최고가를 다시 갈아 치웠다. 연간 대비 주택 중간 가격은 지난 6월까지 76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6월 주택 매물이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어난 주택 구입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6월 주택 매물은 약 195만 채로 전년 동기(약 194만 채) 대비 약 0.5%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달 매물 대기 기간은 약 4.3개월로 빠른 속도록 소진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6월 중 주택 매물의 평균 판매 기간은 약 26일로 직전 3개월과 동일했지만 지난해 6월(28일)에 비해서는 약 2일 단축됐다. 6월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절반이 넘는 약 58%가 한 달 이내에 팔린 것으로도 조사됐다.

■ 가장 바빠야 할 여름 성수기도 한산

향후 주택 거래 실적을 보여주는 잠정 주택 거래에도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정 주택 거래는 주택 구입 계약 체결 건수를 집계한 지표로 거래가 완료되는 1~2달 뒤의 주택 거래 실적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사용된다. 

NAR는 6월 중 잠정 주택 거래가 전국 4개 지역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NAR의 발표에 따르면 6월 전국 잠정 주택 거래 지수는 약 106.9로 전달의 약 105.9에 비해 약 0.9%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6월과 비교할 때는 약 2.5%나 하락한 수치로 향후 전반적인 주택 거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들어 주택 매물이 소폭 증가하면서 잠정 주택 거래가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잠정 주택 거래는 심각한 매물 부족으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바 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 현상이 주택 가격 상승, 모기지 이자율 상승 현상을 상쇄시켜주고 매물 증가와 맞물려 주택 거래 증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6월 매물 증가량이 억눌린 주택 구입 수요를 해소시키기에는 부족하지만 사상 최악의 매물 부족 사태가 해소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NAR 측은 내다봤다. 6월 매물 증가 현상은 3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며 일부 대도시의 경우 매물 증가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NAR에 따르면 포틀랜드(오리건 주)와 프로비던스(로드아일랜드 주) 등의 도시는 전년 대비 매물량이 각각 약 24%와 약 20%씩 급증했다. 수년째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을 겪었던 시애틀도 매물이 전년에 비해 약 19%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고 샌호제 역시 약 15%가 넘는 매물 증가폭을 기록했다.

■ 발빼기 시작한 외국인

미국 부동산 시장만큼 안전한 투자처가 없다던 해외 구입자들도 미국 주택 시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2017년(2016년 4월~2017년 3월) 급증했던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올 들어(2017년 4월~2018년3월) 다시 감소했다. NAR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들은 약 1,210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을 구입했지만 2017년 구입 규모에 비해 약 2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주택 구입 비율도 낮아졌다. 올해 약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주택 구입 규모 중 외국인과 이민자들이 차지한 구입 비율은 약 8%로 2017년의 약 10% 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NAR 측은 2017년 급증했던 외국인 주택 구입이 올해 다시 감소하며 2016년 규모와 비슷해졌다고 밝혔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역시 매물 부족 사태의 피해자”라며 “국내 경제 호전으로 국내 구입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주택 구입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구입 규모 순위에서는 중국이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미국 주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중국, 캐나다, 영국, 인도, 멕시코 등의 순이었다. 

이중 중국인들의 구입 규모는 약 304억 달러로 전체 외국인 구입 규모 중 가장 높은 약 49%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캐나다인들은 약 105억 달러어치의 주택을 구입했고 영국인은 약 73억 달러의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구입 규모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액 규모 면에서 2위를 차지한 캐나다인의 구입은 2017년 대비 무려 약 45%나 급감, 미국 주택 시장에서의 ‘엑소더스’ 현상을 보였다. 중국인들의 구입 감소폭은 약 4%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금액으로 따질 경우 감소액은 상당하다.

외국인 주택 구입자 중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가장 컸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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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 2개월 연속 하락한 잠정 주택 거래가 6월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