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신규 아파트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아파트 개발 업체들이 주택 임대 시장의 수요 트렌드를 잘못 읽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 트렌드에 맞지 않는 아파트가 공급되면 공급 과잉만 초래해 결국 아파트 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임대 시장 주요 수요층은 대부분 임대료가 낮은 아파트 시장에 몰려있어 심각한 매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반면 아파트 개발 업체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높은 고급 아파트 위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급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AP>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급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AP>

 

주택 매물 수급 불균형으로 주거비 급등

개발 업체들 임대 시장 수요 트렌드와 역행

 

■ 아파트 신축 40년래 최고지만 대부분 고급 아파트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등 임대용 다가구 주택 신축은 4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아파트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이 임대 시장 수요 트렌드와 역행하는 고급 아파트 건물들로 아파트 시장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파트 시장 정보 업체 ‘리얼 페이지’(RealPage)는 지난해 전국 150개 대도시 지역에서 신축된 아파트 물량은 약 39만 5,775유닛으로 2016년 신축 물량보다 무려 약 46%나 급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과거 장기 평균 연간 신축 물량 대비로도 2배나 많은 물량이지만 지난해 공급된 신규 아파트 물량 중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약 75%~약 80%가 고급 아파트 유닛에 치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 수지타산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현상

고급 아파트 공급 과잉 현상에 대해 아파트 개발 업계는 건축비 급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건축비가 너무 올라 저가 아파트 개발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렉 윌렛 리얼 페이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개발 부지, 건축 자재비,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올라 저가대 아파트를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저가대 아파트 건설로는 건설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힘들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고급 아파트 수요가 아직 살아 있는 점도 고급 아파트 공급이 줄지 않는 원인이다. 그러나 고급 아파트 수요의 경우 2차 또는 심지어 3차 주택 용도의 수요로 경기가 나빠질 경우 언제든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이다.

아파트 개발 업체 ‘보주토 그룹’(The Bozzuto Group)의 토비 보주토 대표는 “고급 아파트 임대료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의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반면 중산층 및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경우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아파트 시장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 주거비 급등으로 저소득층용 아파트 공급 절실

최근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의 주거비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추세가 주택 시장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버드 대학 ‘공동 주택 연구 센터’(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세입자 가구 중 약 47%(약 2,100만 가구)의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이미 3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약 1,100만 가구의 주거비 비율은 50%를 초과할 정도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위험 수준으로까지 치솟는 것은 임대 주택 매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허버트 하버드대 공동 주택 연구 센터 디렉터는 “중산층 및 저소득층 세입자의 수요를 충족할 아파트 매물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아파트 건설 업체들은 이같은 수요 트렌드를 외면하고 있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고급 아파트 시장 공급 과잉 현상 시작

고급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미 물량 공급 과잉에 따른 현상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고급 아파트 임대료가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인센티브 제공 고급 아파트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윌렛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고급 아파트 시장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인해 건물주들 간 세입자 유치 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고급 아파트 임대료가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하고 있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아파트 건설 업계가 고급 아파트 임대료 정체 현상에도 고급 아파트 공급을 멈추지 않는 것은 건축비 상승에 따른 수익 감소가 원인이다. 자재비 등 각종 건축비 급등으로 고급 아파트와 중저가대 아파트 간 건축비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

보주토 대표는 “고급 아파트 개발이나 저가대 아파트 개발이나 소요되는 건축비에는 큰 차이가 없다”라며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고급 아파트를 건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 건축비 내려야 저가대 아파트 공급 증가한다

아파트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목재의 가격은 현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올랐다. 철근과 콘크리트 같은 주요 건축 자재의 가격 역시 과거에 비해 상당히 오른 수준이다.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부지 가격도 부동산 시장 호황을 타고 이미 급등한 상태다.

특히 인력난과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에 건축 업체들은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저소득층용 아파트 개발 업체를 위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고 업체가 경쟁이 심해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