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이 재개되고 탑승예약이 늘기 시작하면서 비행덕후라면 비행기 표를 살 때 작은 글자로 쓰인 새로운 법률용어들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갈수록 많은 항공사들은 승객들에게 항공사와 분쟁 발생 시 법정이 아닌 민사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집단소송을 시작하거나 이에 동참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들을 첨가하고 있다.

 

 

팬데믹 비행취소 따른 환불요구 송사 차단 의도

 “분쟁 발생 시 법원 아닌 민사조정 통해 해결”

아메리칸 항공·브리티시 항공 등 집단소송 당해

현 법제상 개인적으로 구제 받을 방법 별로 없어

 

 

지난 4월 초 아메리칸 항공은 티켓 소지자와 항공사의 법률적 책임을 기술한 업계의 표준 문서인 운송계약에 집단소송 포기 조항을 새로이 넣었다. 브리티시 항공도 지난 5월 말 이규제큐티브 클럽 거래약관에 집단소송 포기와 의무적인 민사합의 조항을 넣어 아메리칸 항공의 뒤를 따랐다. 이 클럽은 미국과 캐나다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충성고객 프로그램이다. 브리티시 항공은 이 사실을 이메일로 회원들에 통보했다.

스탠포드 법대 데보라 헨슬러 교수는 “항공사들은 만약 우리와 분쟁이 생길 경우 당신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은 개인적인 것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헨슬러 교수는 “이런 합의 방식은 보통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밍은 우연이라 보기 힘들다. 모든 규모의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비행이 취소된 승객들이 지불한 수십억 달러를 환불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한 소송을 당하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은 4월 집단소송을 당했으며 비슷한 소송이 5월 초 브리티시 항공을 상대로 제기됐다. 이와 별개인, 그러나 내용은 비슷한 소송이 저가 항공사인 프론티어와 스피릿 항공을 상대로 제기됐다. 이 소송들의 원고는 100명 이상이며 총 500만 달러 이상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들은 항공사들이 비행이 취소될 경우 통상적으로 승객들은 현금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운송조약을 위반했거나, 미국 내 항공편들과 미국으로부터 이륙 혹은 미국에 착륙하는 항공편들이 취소될 경우 환불해주도록 하고 있는 연방교통부 규정을 비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새로운 집단소송 포기 조항은 “승객들에게 개인 소송을 포함한 분쟁 해결 방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는 분쟁이 일어날 경우 고객별로 이를 해결해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 항공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법률회사의 변호사인 존 알바네즈는 “이 이슈는 팬데믹 상황에서 튀어 나온 것으로 이전에 이런 대규모의 비행취소 사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규제큐티브 클럽 규정 변경이 우리의 소송 제기에 따라 잠재적 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로 취해진 것이라 의심은 되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브리티시 항공 집단소송의 주도자인 스티븐 아이드는 지난 9월 보스턴에서 런던까지의 3월 예정 항공편을 예약하면서 700달러를 지불했다. 아이드와 그의 아내를 스코틀랜드까지 데려다 줄 예정이었던 이 여행은 결혼 36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쳤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와 리프트 운전자로 일하던 아이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런던까지의 비행편도 취소됐다. 아이드는 환불을 받기 위해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바우처가 그가 받을 수 있는 구제의 전부였다. 아이드는 비우처를 현금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마침내 연결됐을 때 돌아온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제한돼 있는 개인구제 채널

셀폰 계약들과 유사하게 항공 운송계약은 가입방식이다. 받아들이든지 떠나든지 중 택일이다. 승객들은 표를 사거나 마일리지를 얻을 때 개인적으로 조건을 협상하거나 특정 내용을 삭제할 수 없다. 미국에서 개인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극히 어렵다. 스몰 클레임 코트조차도 그렇다. 비슷한 고발 내용을 가진 다수를 대표하는 집단소송들은 소비자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법원 문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공사들은 대다수 소비자 보호법을 관장하는 주 및 지방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승객권리 보호단체인 플라리어스라이츠 폴 헛슨은 설명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의 문제가 항공사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 해도 개인적 구제를 받기는 힘들다. 항공사가 벌금을 부과 받거나 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벌금은 항공 소비자 보호부서를 갖고 있는 연방교통부로부터 내려진다.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45건의 환불 관련 불만이 제기됐다. 이 항공사는 40건 이상 불평 이 접수된 9개 국제항공사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국내선 환불과 관련한 163건의 불만이 접수돼 무려 653건이 접수된 유나이티드 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아메리칸과 브리티시 항공의 조항들에 법률적인 문제가 제기될 될 경우 법원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그리고 이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알바네즈 변호사는 진행 중인 송사에 대한 대응으로 집단소송 금지와 민사중재가 도입된 경우 법원은 이 조항들의 타당성을 인정해주길 꺼린다고 설명했다.

■“로열티는 보상을 받아야”

항공사들은 얼마의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지 등 로열티 프로그램을 자신들의 뜻대로 바꿀 수 있다. 마일리지를 얻고 사용하는 것은 법률적 권리가 아니지만 자주 비행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팬데믹 시기에 항공사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비행 포인트와 마일리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알렉스 밀러는 말했다. 그는 “고객의 로열티는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약관 규정이 항공기 예약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밀러는 가격과 스케줄, 그리고 항로 등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y Sarah Firshein>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체크인 키오스크에 여행객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독티슈함이 비치돼 있다. <Chang W. Lee/The New York Times>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체크인 키오스크에 여행객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독티슈함이 비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