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산업을 집어삼키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10조원 규모의 수주가 증발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던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결국‘휴업’ 카드를 꺼내 들었고 국내 해운업계 5위인 흥아해운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업황이 얼어붙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하늘길이 닫힌 항공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다. 

 

 

탈원전에 수요위축 엎친데 덮쳐

한계 도달한 두산중‘휴업’선언

노조, 위기극복 동의하지만 반대

해운업 중국발 물량 끊기며 난파

국내5위 흥아해운 결국 워크아웃

항공은 일노선까지 스톱 생존기로

 

 

11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일 노조에 ‘경영상 휴업’을 위한 노사 협의 요청서를 보내며 “더이상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원자력 및 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인한 천문학적인 수주 물량 감소를 ‘비상경영’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 사장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며 “2012년 고점 대비 현재 매출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노조 합의를 얻는대로 오는 4월부터 3개월간 휴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근로자들은 이 기간에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받게 된다. 노조는 “ 위기 극복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직원들에게만 고통과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수긍할 수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여러 가지 고정비 절감 자구안을 살펴보고 있으며 일부 유휴인력에 대한 휴업도 그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시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수년간 이어진 영업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조정·유급휴직·명예퇴직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벌여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75%까지 떨어졌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에 대한 기자재 납품이 마무리되는 올해는 10% 미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은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최대한 늦춰보려했지만 코로나19로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가 내리막길을 걷자 결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파도는 흥아해운도 집어삼켰다. 흥아해운은 이날 “산업은행을 주채권 은행으로 하는 채권금융기관 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흥아해운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터지며 경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근해 선사인 흥아해운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이 끊겨 타격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아해운은 동남아시아 항로 시장의 선복 과잉 공급으로 컨테이너선 시황이 악화하며 2016년 이후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2018년 연결기준 37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적자가 469억원으로 늘었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12월 컨테이너선 사업을 장금상선에 매각하고 영업외 자산매각, 주식감자, 대주주 유상증자 등 자구책을 시행했으나 결국 워크아웃을 택하게 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해운업계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SCFI는 1월 말 981.19에서 이달 6일 871으로 11.1% 내렸다. 건화물선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BDI지수는 1월 평균 701.09에서 2월 460.6으로 34.3%가량 급락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시장 긴급점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정기선사들이 미주노선에 대해 2~3월 두 달간 총 82회의 임시결항을 발표했으며 이 중 약 26%인 21회가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항공업계는 ‘호흡기’ 역할을 했던 일본의 하늘길마저 막히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아시아나항공은 31일까지 일본 전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일본 노선 운항 중단에 돌입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65만2,6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 줄었다. 중국 노선에서는 여객 수가 85.2% 감소했고 일본(70.6%)·동남아(62.1%) 여객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협회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6월까지 LC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의 매출은 5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세계 경제 침체로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의 기폭제가 됐다”며 “면역력을 잃은 현 상황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한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