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으로 본 바이러스의 역사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2년여 동안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이 창궐해 세계적으로 2,500만~5,000만명이 숨지는 참사가 났다.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1,000만여명)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1957년에는 아시아 독감, 1968년에는 홍콩 독감이 터지며 각각 약 100만명, 80만여명이 숨졌다.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것은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나오면서 밝혀졌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류사와 함께 아주 오래됐으나 스페인 독감은 현대사의 대표적인 바이러스 참사로 손꼽힌다.

 

세균의 0.1~1% 크기인 바이러스는 사람의 단백질 세포 안으로 침투, 이를 숙주 삼아 번식해 전염성이 강하다. 독립된 세포로 이뤄져 공기나 생명체에서 홀로 증식하는 세균과 다르다. 역사상 천연두·메르스·사스·에볼라·지카 등은 바이러스, 장티푸스·콜레라·흑사병·결핵·폐렴·한센병 등은 세균이 각각 원인이다.

시간이 훌쩍 흘러 2002년 11월부터는 중국 광둥 지역에서 사스가 터지며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났다.

홍콩·싱가포르·동남아·미국 등 세계로 확산되며 8,000여명이 감염돼 774명이 숨졌다. 박쥐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주로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됐다.

 

두번째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는 2012년 말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를 들 수 있다. 메르스는 2015년 우리나라에서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진다. 메르스는 ‘박쥐→낙타→사람’ 순으로 전염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인 ‘우한 폐렴’은 세번째 고병원성 바이러스다. 확진자만 6,000여명에 달하고 이미 숨진 환자만 132명이나 된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는 최근 환자 분비물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79.5%가 일치하고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일치한다는 논문을 ‘바이오알카이브’에 발표했다.

앞서 코로나바이러스는 1967년 영국 솔즈베리 감기연구소가 환자의 비강 분비물을 분석하다가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의 모양이 왕관과 비슷한 것에 착안해 명명했다.

당시 발견된 OC43과 229E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있었지만 저병원성이었다. 사스 사태 이후인 2004~2005년 NL63과 HKU1 두 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2012년 말 메르스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많은 동물의 게놈서열을 분석한 뒤 알파·베타·감마·델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네 속(屬)으로 분류가 이뤄진다. 이 중 사람이 감염되는 알파·베타는 박쥐, 감마·델타는 조류가 각각 숙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바로 감염됐거나 중간 매개체가 있을 수 있으나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박쥐에 기생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속적인 돌연변이와 많은 재조합을 거쳐 약 100년 전부터 사람에게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팀과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이 각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전해졌다.

이는 동물 실험 등을 통한 백신 개발로 나가는 기초단계로 백신 개발에서 일반인 접종까지 5~1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홍콩대 연구팀이 아예 백신을 만들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의 취지에 연구원 등은 지난해 3월 ‘네이처 리뷰 미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전적 다양성으로 수시로 게놈을 재조합하는 것을 볼 때 미래에 새로운 변종이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그동안 바이러스의 역습은 다양하게 진행됐다. 신종플루가 2009년 발생해 인류를 괴롭혔고, 2014년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해 1만1,310명이 숨졌는데 2018년 콩고 등에서 재발했다. 2015년에서 모기에서 발생한 지카바이러스가 84개국에 퍼지며 임신부의 태아 소두증을 유발했다.

<고광본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