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사람의 ‘변 캡슐’ 삼키는 실험

일부“효과 봤다”… 일반화는 일러

비만은 다양한 방법 병행해야 효과

 

 

몇 년전 과체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만과 미생물군 유전체 연구를 시작할 무렵,  이를 발표한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제너럴병원 내분비학자인 일레인 유 박사에게는 지원자가 몰려 들었다. 지원자들은 멀리는 알라스카와 하와이에서도 쇄도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연구를 위해 지원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도 몰려 들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마른 사람들의 내장에 있는 박테리아가 비만한 사람들의 대사성 건강을 향상 시킬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어서 지원자들은 변이 든 캡슐을 삼켜야 했다. 

 

“변이 든 알약을 삼켜야 하는 구역질 나는 일이어서 지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원자는 많았다”고 유 박사는 전했다.      

비만 연구에 있어서 내장과 대사 질환의 연관 문제는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이다. 최근 몇 년새 과학자들은 장에 살고 있는 수 조의 미생물 군이 체중 증가와 대사질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몇몇  소규모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마른 사람들의 장에 있는 미생물을 비만인 사람의 장으로 이전하는 FMT(변의 미생물 이식) 치료법을 통해 장의 미생물 집단이 신진대사와 체중에 어떤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아직 유아기인 이 연구는 혼재된 결과와 함께 많은 의구심을 가져 왔다. 전문가들은 마른 사람의 변을 비만인 사람에게 이식하는 변 이식 치료법은 결코 비만과 2형 당뇨병을 막는 식이요법이나 운동, 행동치료 등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방법이 대사질환을 막는 박테리아의 발견을 이끌 수 있으며, 살을 빼기 위해 애쓰는 비만 환자들이 살을 빼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검 & 여성 병원 FMT 프로그램의 제시카 알레그레티 소장은 “비만은 아주 복합적인 장애”라고 말한다. 

“장에 있는 미생물군 유전체가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일 수 있지만 사람들 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설사 미생물군 유전체가 큰 역할을 하는 비만 환자의 경우에도 이 치료법은 전체적인 감량 프로그램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비만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에서 검출된 미 생물군 유전체들이 어떤 경우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만, 대사 증후, 지방간 등의 질환은 미생물의 다양성 보다, 후벽군(Firmicutes) 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유기체 그룹의  정도와 더 연관돼 있다. 비만과 이 질환들은 어디가 먼저 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미생물군 유전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표시는 있다.

과학자들은 6개월 된 유아들의 장 박테리아에서 장차 이 아이의 체중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 차이점을 발견했다. 비만인 쥐는 음식에서 에너지를 더 잘 취할 수 있는 장 미생물을 품고 있어서 이 미생물을 마른 쥐에게 이식했을 때 쥐의 몸무게가 늘었다.

이같은 사실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과학자들은 변 이식이 항생제로 인해 건강한 장내 박테리아가 감소되면서 생기는 악성 박테리아 감염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치료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기부자의 변이 대장경이나 건조된 변이 든 캡슐을 통해 이식되자 C.  디피실리 균에 저항하는 이로운 박테리아가 환자에게 다시 생겨난 것이다.

메디칼 저널에 소개된 최소 한 케이스에서 과체중의 딸에게서 변을 이식받은 마른 여성이 C. 디피실리 감염을 치료하고 빠른 시간 안에 체중이 34파운드나 늘어난 사실이 보고 됐다.  하지만 그녀의 의사는 변 이식이 갑작스런 체중 증가의 원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요 클리닉 장 미생물 연구소의 푸르나 카쉬얍 소장은 변 이식을 C. 디피실리 증을 치료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장내 해로운 병원균을 몰아내고 장의 평형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만과 대사 질환은 유전자, 다이어트,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다. 따라서 새로운 미생물 군을 이식하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카쉬얍 소장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비만 환자들에게 마른 사람의 장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이식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직접적인 테스트는 2012년에 이뤄졌다. 네덜란드에서 행해진 이 연구에서 대사장애 증후군이 있는 비만 남성에게 마른 사람의 장 미생물을 이전시키자 6주 후 인슐린 감수성과 장 미생물의 다양성이 급상승 곡선을 그려 장 미생물 이식이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했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의 유 박사와 동료들은 대사 장애가 있는 비만 남녀 24명과 검진결과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마른 기부자 4명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 4명은 살찐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실험에서 가장 이상적인 후보는 나는 뭘 먹어도 살이 안 쪄 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유 박사는 “이 사람들이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 이라며 “장 미생물과는 관련이 없는 유전적인 원인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이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만 실험대상자 중 반은 일주에 한 번 마른 사람들의 변이 담긴 냉동 캡슐을 삼켰고, 나머지 반은 가짜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12주 후 변 치료법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고, 실험대상인 비만인 사람들에게서 변을 기부한 마른 사람들과 유사한 미생물 군을 얻긴 했으나 네덜란드의 실험과는 달리 신진대사 건강이 좋아졌다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지금까지 행해진 많은 미생물 실험에서처럼 두 실험은 소규모였고, 탐색적이어서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또 다른 2번의 작은 실험에서도 관심을 끄는 발견이 나왔다. 브리검 & 여성 병원의 실험에서는 비만 환자가 변 캡슐을 복용한 후 간에서 생산되는 소화효소인 담즙산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왔다.

캐나다에서 이뤄진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방간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변 이식을 한 후 영향을 살펴 봤다. 그 결과가 아직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 연구의 담당자는 이 치료법이 변을 복용한 환자의 장에 변화를 가져와 장 세포막의 투과성을 낮췄다고 전했다.

이같은 연구들은 모두 변 이식이 체중에 어떤 변화를 미쳤는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간상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시간적으로는 더 길고, 더 광범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제너럴의 유 박사는 연구가 더 진척되면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약이나 건강 보조제인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 진척이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저널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임상 실험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에게 마른 쥐나 사람의 장 미생물을 담은 보조제를 복용토록 한 결과,  콜레스트롤, 염증, 인슐린 수치가 낮아졌을 뿐 아니라 몇 파운드가 빠지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 박사는 유익한 미생물 칵테일을 담은 캡슐이 비만치료에 요술방망이 같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연구에서 좋은 비만 치료방법이 발견된다면 아주 좋은 일이겠으나 다른 비만 치료법을 병행하지 않으면서 이 한 가지만으로 비만을 치료하리라는 환상은 갖지 않도록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