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계에서 내시경(십이지장경)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광섬유로 만들어져 뱀처럼 잘 구부러지는 이 기구는 그러나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있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소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손으로 문질러 닦은 다음 디시워셔 같은 세척기에 집어넣고 미생물을 죽이는 화학약품으로 소독해야 하는데, 그 방법대로 세척한 후에도 박테리아가 남아있어 환자에게 전염될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내시경 치료를 받은 환자 수백명이 병에 감염되었고, 최근 검사 결과로는 치료 불가능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도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의학계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 관계자들은 FDA가 내시경 제작사들에 압력을 가해 제대로 소독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당장 모든 내시경을 마켓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DA의 요구로 제작사들이 실시한 최근 검사에서 내시경 20개중 1개는 제대로 세척한 후에도 이콜라이 같은 질병 유발 미생물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FDA가 기대한 200개 중 1개의 오염 가능성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닥터 제이 웨버는 “만일 비행기 조종사가 승객에게 엔진이 고장 날 확률이 5%라고 말한다면 그 비행기를 타겠는가? 자동차의 에어백이 5%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면 그 차를 타고 다니겠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4월 FDA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 액션이 취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내시경(Duodenoscopes)은 끝에 카메라가 달린 길고 유연한 튜브로, 이를 환자의 입에 삽입해 위장을 거쳐 십이지장이라고 불리는 소장의 입구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구다. 역행성췌담관조영(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이라고 하는 이 기술은 췌장, 담관, 담낭 같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치명적인 황달, 종양, 막힌 담관, 담석 등을 치료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50만건 이상의 내시경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시경 시술의 대안은 개복수술인데 이 역시 많은 위험을 안고 있고, 현대 의학계에서 담석을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번 사용했던 내시경을 완전히 소독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다. 다른 기구들처럼 고열 소독이 안 되는 탓이다. 좁은 내부의 튜브는 손으로 세척하기도 어렵고, 내시경 끝에 달린, 수술 시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움직이는 메커니즘의 미세한 틈에 체액이 흘러 들어가면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딱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내시경의 대부분은 올림퍼스 메디컬 시스템, 펜탁스 오브 아메리카, 푸지필름 메디컬 시스템이 만든 것으로 이중 올림퍼스가 가장 많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사태가 나오기 전까지 FDA는 한번도 제작사들에게 이 복잡한 기구의 소독에 관한 데이터 점검을 요구한 적이 없다.

FDA는 의료 기기 승인에 대해서는 신약 승인에 요구되는 안전성과 약효성 같은 테스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사용 때마다 적절히 소독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제조회사들의 의무로 남아있다.

내시경 제조사들은 자기네 설명서대로 세척하고 소독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설명서는 100여개의 단계를 거치도록 지시하고 있고, 또 내시경을 일년에 한번 제조사로 보내서 서비스와 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으니 지키기가 힘든 것이다.

2012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명이 내시경 오염으로 감염됐는데 이중에는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치사율 50%의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오염도 있었다.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시애틀에서만 30여명이 내시경을 통해 C.R.E.에 감염됐고, 이미 중병을 앓고 있던 환자 11명이 사망했다. 2013년 일리노이 주 파크 리지에서도 수십명이 C.R.E.에 감염됐다. 2015년 UCLA 메디컬 센터에서는 내시경 시술로 7명의 환자가 C.R.E.에 감염돼 2명이 숨졌다.

그리고 최근 보스턴의 의사들은 최후의 항생제라는 콜리스틴에 저항성을 가진 균이 전염된 최초의 케이스를 보고했다. 제조사의 지시와 FDA의 추천을 충실히 따라 세척한 내시경을 통해서였다.

이 내시경을 제조사에 보내서 해체해보니 위험한 균이 붙어있는 내부적 결함이 발견되었다. 제조사 펜탁스는 지난 해 이 기기를 리콜 조치했다.

FDA는 4년전 이 문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내시경 소독을 요구했으나 스팀(열) 소독은 기기를 손상시킴으로써 오히려 박테리아가 서식할 틈을 만들기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다. 2015년 FDA는 제조사들에게 오염률 분석을 요청했으나 이 작업은 60%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 의학계는 십이지장경을 비롯해 끝에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과 기관지경, 대장내시경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기구 오염 문제는 환자들과 병원, 의료관계자 모두를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저온 살균 테크놀러지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스코프의 제조가 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회용 기관지경은 이미 개발돼 시장에 나오고 있으나 일회용 십이지장경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수퍼버그의 출현으로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항생제가 듣는 박테리아의 경우 미리 예방 항생제 투여를 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이제는 이 방법으로 오염 방지를 보장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감염이 큰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항생제를 남용하고 오용했으며, 공장과 농장에서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여한 결과 현대 의학이 만들 수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창궐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질병이 글로벌 헬스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선언했는데 내시경이 특별히 그 박테리아를 키우는데 은신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일반 환자 개인에게는 내시경을 통한 박테리아의 오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예방통제국의 닥터 알렉산더 칼렌은 이 문제가 “개별 환자보다는 공중보건에 대한 우려”라고 전하고 “내시경 시술을 받는 대다수의 환자가 그 위험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잠재적 역효과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술이 주는 혜택이 역효과를 뛰어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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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쓸개에 있는 담석증의 색깔 X-ray. 내시경 튜브가 왼쪽으로 돌아있다. <뉴욕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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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장 검사대의 끝이 길고, 휘어지는 튜브에 달려있다. 복잡해서 소독하기가 쉽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