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스트레스는 성적 불량과 상관관계

학부모들, 시험 앞두고 자녀 압박 보다는

시험 성적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시켜야


‘시험 울렁증’(test anxiety)은 교실에서 어린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한 감정적 동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인생 자체가 크고 작은 시험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지 시험 점수를 높이는 요령보다 시험에 대한 울렁증을 극복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심리학 부교수로 지난해 시험불안에 관한 과거 30년간의 연구결과를 재검토해 첫 번째 보고서를 펴낸 나다니엘 본 데어 엠브세 박사는 “시험 불안은 성적 불량과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중간대 성적 그룹에서 불안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관관계가 둘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린이들은 불안감 때문에 시험을 망칠 수도 있지만, 시험을 망쳤기에 불안할 수도 있다. 순서가 어찌됐든 이 같은 상관관계는 불안감과 성적 불량의 반복적 주기를 형성한다.

본 데어 엠브세 박사에 따르면 시험 불안에는 세 개의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시험 전날이다. 본 데어 엠브세 박사는 “시험 울렁증은 타인의 평가와 평가 결과에 대한 인지적, 감정적, 물리적 반응”이라고 설명하고 “부모와 교사는 테스트에 앞서 시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시험성적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어린 자녀들이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종종 임박한 시험을 상기시킴으로써 자녀들이 느끼는 압박감에 기름을 끼얹곤 한다. 마인드-바디 코치이자 행동건강치료사로 자녀들을 위한 학부모들의 시험불안 대응지침을 써낸 제인 페르노토 에르만 박사는 “시험을 하루 앞둔 학생들은 내적인 압박감과 외적인 압박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밝혔다.

외적인 압박감은 보통 “내일 아주 중요한 시험이 있으니 잘 먹고, 일찍 자야 한다”는 부모들의 뻔한 잔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에르만 박사는 시험 전날 공연스레 부담스런 얘기를 쏟아내는 대신 평소에 규칙적인 취침시간, 영양식과 뇌기능에 도움을 주는 건강한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어야 한다지적했다. 언제 어떤 경우에서도 자녀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제인 박사는 “그동안 네가 배운 것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라는 식으로 자녀들이 테스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것을 권한다. 시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두 번째 단계는 자녀들이 행동적·물리적 반응을 경험하게 되는 실제 시험이다.

에르만 박사는 “이때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편리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호흡법”이라고 말했다.

몸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한곳으로 불러 모은다는 기분으로 깊숙이 숨을 들이쉬고, 이렇게 모은 감정적 쓰레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라도 하듯 입술을 모은 채 천천히 숨을 내쉬는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 일종의 심호흡인 셈이다. ”

시험을 치를 때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불러낼 수 있도록 미리 사전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득한 정보는 늘 기억의 선반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시험 후에 발생하지만 종종 간과된다는 게 본 데어 엠브세 박사의 지론이다. 그러나 이 단계는 시험 결과와 그것의 활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대학 초년생들의 시험 울렁증을 연구한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심리학과 조교수인 섀넌 브래디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험을 걱정거리로 생각하고, 성적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 불안감을 키우는 일종의 자해행위를 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고조된 심리적 반응은 어린이의 집중력을 높이고, 시험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브래디는 “불안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이는 우리 몸이 우리 자신을 도우려 노력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해 성인과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도 대단히 유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들이 어떤 상황에서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면 그들은 시험이나 공개연설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만성적 울렁증을 덜게 된다. 물론 시험, 혹은 다른 일에 극단적인 불안감을 보이는 어린이들은 다른 종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시험불안은 학습을 해치는 가장 파괴적인 감정이다. 이탈리아 베로나대학 인문학부의 개발 및 교육 심리학자인 다니엘라 라카넬로는 “시험불안은 어느 한 국가, 혹은 특정 교육시스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독일과 미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리카넬로와 그의 동료들은 시험 불안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여주는 교내 프로그램이 대단히 유용하며, 긍정적인 정서를 촉진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예컨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이탈리아 학생들은 그들의 불안한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진 등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본 데어 엠브세 박사는 학부모와 교사 및 학교 상담원은 몸을 움찔거린다든지,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진땀을 흘리는 등 불안감의 신호와 증상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 그 같은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래디 박사도 “테스트를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틀 짓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부모는 자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야만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자녀들의 성적과 시험점수를 중요시하는 성향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설사 아이들이 몇 번 시험을 망쳤다 해서 그들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데어 엠브세 박사는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시험성적으로 교사를 평가한다”며 “이것이 스트레스로 가득찬 환경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터져 나온 명문 사립대학 입학비리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시험성적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라며 “초등학교 2학년생인 어린 학생에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이비리그에 들어갈 수 없다며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보라”고 권했다.

본 데어 엠브세 박사는 “우리 역시 평생을 성적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며 “어차피 시험을 피할 수 없다면 아이들에게 현명한 대처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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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울렁증을 극복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생들이 SAT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