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00% 가려내고 가격 저렴

증상·치매 지연·치료 가능해져

실패한 치매신약 재임상 청신호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혈액검사로 가려낼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됐다. 정확도도 매우 높아 치매 원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상윤 신경과 교수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알츠하이머학회 콘퍼런스(AAIC)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콘퍼런스에는 세계 60개국에서 6,000여명의 연구자가 참석했으며 아시아 국적 의학자가 기조발표를 한 것은 김 교수가 처음이다.

◇환자는 100% 환자로, 정상인 92%는 “환자 아니다” 진단

김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면 예방적 치료를 통해 기억·인지장애 등 증상 발현을 늦추거나 예방해 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줄일 수 있다”면서 “조기진단이 가능해짐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일시적 증상 호전에서 앞으로 증상 발현 억제라는 근본적 치료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의료기기 벤처 피플바이오가 김 교수와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를 개발해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최근 씨젠의료재단을 시작으로 ‘건강검진 위탁검사기관’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검사과정을 자동화한 기기도 개발했다. 진단키트에 대한 신의료기술 심사가 진행 중인데 인증을 받으면 의사들이 알츠하이머병 검사 처방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진단키트는 환자와 정상인 52명씩을 대상으로 시행한 식약처 허가 임상에서 환자는 모두 환자로(민감도 100%), 정상인 52명 중 48명을 환자가 아니라고(특이도 92.3%) 가려내는 등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진찰, 신경심리·자기공명영상(MRI) 검사결과 등을 종합해 진단하는데 초기인 경우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진단 정확도가 85% 수준에 그친다.

검사비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 정밀진단에 쓰는 아밀로이드-양전자단층촬영(PET)의 경우 한 번 찍는 비용이 미국 500만원, 한국 100만원 정도로 고가여서 널리 쓰이기 어렵다. 정상인을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PET의 특이도는 70% 수준으로 피플바이오의 진단키트보다 떨어진다. 다만 증상이 없는 유병자를 가려낼 수도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65세 이상 4명 중 1명은 알츠하이머 유병자일 것”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키트의 등장으로 임상시험에 실패했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알츠하이머병으로 바꿔 임상시험을 시작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 교수는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Aβ올리고머)만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이용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내준 샘플과 실패한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들을 테스트해보니 혈중 Aβ올리고머의 양을 확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인 것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중단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들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알츠하이머병 또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치료 시기가 늦었고, Aβ올리고머 검출 기술이 없어 뇌 신경세포에 쌓인 Aβ 총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주요 실패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Aβ 단백질은 우리 몸에 해롭지 않고 항생제 역할도 한다. 하지만 2개 이상이 엉겨붙은 Aβ올리고머는 뇌 등 정상 세포를 죽이는 독성물질로 변한다. 피플바이오는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해 혈액 속 단백질 가운데 Aβ올리고머처럼 2개 이상이 뭉쳐진 것만 선별적으로 검출하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한국·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특허등록했다. Aβ올리고머는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노인성 황반변성·근염·심장비대증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이 뭉쳐서 독성작용을 해 발병하는 파킨슨병 조기진단 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증상이 있든, 아직 나타나기 전이든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 유병자로 추정된다”며 “운동을 하거나 술을 끊어도 혈중 Aβ올리고머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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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이오가 시판에 들어간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키트.

<사진제공=피플바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