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10년 이상 식물상태인 남성 간호사

부모“생명 유지돼야”vs. 부인“본인도 원치 않을 것”

1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이정표적인 판결


프랑스 최고법원이 식물인간 상태로 10년 이상 지내 온 한 남성에게서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었다. 이 이정표적인 판결은 최근 1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내려졌다.

간호사였던 올해 42살의 뱅상 랑베르는 지난 2008년 교통사고 부상으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급심은 뱅상에게 인위적으로 음식과 수분이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최고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 열흘째인 11일(현지시간) 오전 8시24분에 렝스의 병원에서 그가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밝혔다고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뱅상 랑베르는 생전에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명시적인 지시를 남겨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연명치료 여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부모와 친지들은 뱅상이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생존을 위한 치료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인인 레이첼과 주변 사람들은 뱅상이 이같은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명보조장치는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 이후 부인 측 변호사는 이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이첼 측 패트리스 스피노지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더 이상의 법적인 장애물은 없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의사들은 지난 2015년에도 생명보조 장치 제거를 허락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를 거부했다. 병원 의료진들이 익명의 협박을 받게 되자, 이 조처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식물상태란 사고와 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 기능인 수면 주기나 체온 조절, 호흡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로 규정한다.

이런 환자들은 때때로 눈을 뜨기도 하고 기본적인 반사 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극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어떤 유의미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수년간에 걸친 물리치료와 간병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의사들은 뱅상의 아내와 상의 끝에 지난 2013년 처음 생명보조 장치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부모들이 반대해 이를 뒤집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법적인 다툼은 프랑스 최고법원과 인권법원을 포함한 유럽 법원으로 번졌다.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도시인 랭스의 한 병원 의사들은 지난 2016년 법적인 후견인이 된 부인의 협조 아래 지난 달 뱅상에게 영양과 수분 공급을 중단하고,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강한 안정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파리 항소법원은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이의 제기를 받아 들여 생명유지 장치를 계속하도록 결정했다. 뱅상의 부모가 유엔 유관기관인 장애인 인권위원회에 이 케이스를 가져감으로써 장애인 인권위가 이 문제의 검토를 마칠 때까지 정부가 뱅상의 생명유지 장치를 존속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최고 법원은 이같은 항소법원의 결정을 기각했다. 프랑스에서는 안락사가 불법이지만 시한부나 회복가망이 없는 치명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서는 가족과 의료 전문가들과의 광범위한 상의를 거친 뒤 생명 보조 장치를 제거하도록 하고, 임종할 때까지 강력한 진통제를 투여하도록 하는 수동적인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교리를 준수하는 부모들은 프로 라이프 행동주의자들의 지원 아래, 아들이 시한부 인생이 아니라 장애일 뿐이어서 프랑스 법이 규정하는 수동적인 안락사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부인과 그 지지자들은 수차례에 걸친 의료 평가 결과 그의 남편은 되돌릴 수 없는 식물상태여서 인위적인 수단에 의해 그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은 프랑스 법이 규정하고 있는 ‘불합리한 아집’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프랑스에는 두 개의 법원 시스템이 있다. 하나는 행정 법원으로 국가나 지방 정부, 혹은 공공 집행에 대한 소송을 다루고 있다. 또 하나의 사법기관은 형사문제나 민간의 법적 분쟁을 관할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 최고 법원은 두 법원 시스템에서 제기되는 법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지난 달까지 랑베르 케이스는 행정 법원에서만 다루어 졌었다. 왜냐하면 이 케이스는 공립 병원이 그를 치료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또 하나의 사법체계인 파리 항소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예외적으로 이 사안은 행정 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이 관여할 수 있는 케이스로 인정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대법원은 항소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과도한 것이며, 랑베르의 개인적인 자유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프랑스 법은 병원에게 특정 상황 아래서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조처를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른 행정 법원들과 유럽 인권 법원도 부인 쪽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놓았다.

프랑스 대법원은 국가가 랑베르의 생명 지탱 장치 유지를 요청하는 유엔 장애인 권리위원회의 결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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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뱅상 랑베르의 아버지 피에르(왼쪽)과 어머니 비비안이 지지 그룹과 함께 랭스의 세바스토폴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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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랑베르의 아내 레이철이 병원 앞에서 울먹이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