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필요로 하는 처방약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품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희귀병의 경우 치료를 받으려면 약값으로만 2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처방약값은 보험사들과 납세자들 모두에게 심각한 현안이다. 대선 열기가 점화되면서 대중적인 핫 이슈로 떠오른 처방약값과 관련해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해법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이든 미국인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할 처방약 값에 제한을 두자는 일부 제안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즉각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꼼수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효성 없는 이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까지 정치권이 제시한 해법들의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방정부와 제약사의 직접적인 가격협상

민주당의 진보적 의원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직접 제약사들과 협상을 벌여 메디케어 처방약값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은 민간보험사들이 제약사와의 협상을 맡고 있다.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연방정부가 가격이 비싼 250개 약품에 대해 제약사와 매년 가격협상을 벌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법안은 아직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의회를 통과할 경우 연방보건후생부가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담당하게 되며, 협상에 불응하는 제약사들은 전년도 해당 약품 매출실적의 절반에 준하는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턱없이 비싼 일부 처방약이 전체 약값의 고공행진에 상당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행이 되면 적지 않은 약값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정부의 개입과 자국 산업에 대한 호된 세금 부과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의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메디케어 수혜자 약값 본인부담 축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가격주범으로 PBM을 지목했다. 보험사, 약국, 제약사의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는 PBM(pharmacy benefit manager)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를 상대로 약값과 리베이트를 협상한다. 원래는 보험청구 대행업체였으나 지금은 의약품가격 협상 및 보험등재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약사에게 리베이트를 받고, 이를 이용해 고객의 의료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PBM은 리베이트가 환자부담금(Out-of-Pocket-Cost)을 낮추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고시가격(list price)은 제약사의 뜻에 따라 임의적으로 인상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약사는 시장가격에 리베이트를 합산한 가격이 고시가격인데 PBM에게 주는 리베이트가 너무 많아 의약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메디케어 소비자들은 종종 시장가격이 아닌 고시가를 기준으로 처방약을 구입하기 때문에 약값의 일부를 자비로 부담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베이트에 대한 법적보호조항을 제거해 할인된 약값이 PBM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실질적인 약가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소비자들의 본인부담액을 다소 낮춰 줄 수 있지만 메디케어 드러그 플랜 수혜자 전체의 프레미엄과 연방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비용이 동반상승하게 된다. 의회예산국(CBO) 추산에 따르면 이 방안이 채택되면 향후 10년간 납세자들은 1,770억 달러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안에 의약품 가격 인하안을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다.

■메디케어 약값 본인부담 상한제

파트 D로 알려진 의약품 커버리지 프로그램에 따라 65세 이상의 성인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직접 지불하는 약값에는 제한이 없다. 값비싼 약품을 구입할 경우 수 천 달러를 자비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65세 이상 성인의 의약품 구입시, 자비부담액에 상한선을 두자는 일부 제안은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은 파트 D 수혜자의 연간 본인부담액을 5,100달러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아이오와 출신의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으로 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찰스 그래슬리는 더 많은 재정책임을 제약사에게 넘기고, 본인부담에는 제한을 두자는 입장이다.

■외국의 의약품 가격과 연계

트럼프 행정부는 메디케어가 적용되는 일부 의약품 가격을 외국의 약가를 바탕으로 작성한 지수에 연계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의 약품가격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비싸다.

이 방안은 프랑스처럼 전국민 의료보험제를 시행중인 국가의 시스템에 편승해 묻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화당소속 대통령이 취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비정통적인 조치다. 제약업계를 비롯한 로비단체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제약사들의 가격경쟁 회피 제한

의회에 계류 중인 의약품가격조정 관련 법안들 가운데는 특허상품의 독점권을 유지하려는 제약사들의 꼼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적지않다. 이미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도 상당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는 법안 중에는 브랜드 네임 제약사가 독점 상품의 샘플을 경쟁사에 넘겨 보다 저렴한 제네릭 제품의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다른 법안은 특허권자인 브랜드 네임 제약사가 특허분쟁 중인 타사에 일정 대가를 지불하고 시장진입을 지연하도록 하는 이른바 ‘역지불합의(pay-for-delay)’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이다.

■TV광고에 의약품 가격 고시 의무화

TV광고 가격 고시제는 올해 여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은 TV광고를 통해 한달 35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약품의 고시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머크, 엘리 릴리와 암젠 등 3대 제약사들은 지난주 이 같은 규정이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새로운 규정이 1차 연방수정헌법에 위배되며 소비자들을 오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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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제악샤들은 TV 광고에 매월 35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약품의 고시가격을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