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식료품 비용에 3배 곱한 금액으로 설정

주거·보건·자녀양육비는 물론 지역도 고려 안돼



돈을 어느 정도 벌어야 최소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생활 임금’(Living Wage)은 최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기본적인 급여 수준을 의미한다. 과연 ‘생활임금’의 진짜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집중 분석해 보도했다.



정치인들이나 시민단체 모두 걸핏하면 생활 임금을 거론한다. 하지만 정확한 정의는 오리무중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달러25센트다. 하지만 뉴욕이나 시애틀 같은 곳을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임금은 15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면 이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생활임금이란 무엇인가.

생활임금은 대체로 연방정부의 빈곤 기준과 궤적을 함께 한다. 연방 빈곤선 기준에 따르면 2인 가족의 연간 소득이 1만6,910달러 이하이면 빈곤 가정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해당되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시간당 8달러13센트 이상을 벌어야 빈곤을 겨우 면한다.

전국에서 17개 주의 최저임금 수준은 이보다 높다. 뉴욕의 최저임금 15달러를 기준으로 연간 소득을 계산해 보면 3만1,200달러로 나온다. 2인 가정의 연방 빈곤 기준에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소득이다. 하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말 할 수 있다. 가구당 3만2,000달러 정도의 소득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 말이다.

이 처럼 미국의 어떤 지역에서는 1만7,000달러 소득 수준이 빈곤 기준에 맞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1만8,000달러를 번다고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연방 빈곤선이라는 지표는 연방정부 통계 부서에서 일하던 몰리 올샨스키가 1963년과 1964년에 걸쳐 개발한 것이다. 그녀가 세운 기본은 생활비를 기준으로 적절한 영양의 식사를 섭취할 수 있는 비용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었다.

연방 농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55년 미국 평균 가정에서 드는 식품 구입 비용은 가구당 세후 전체 소득에서 3분의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무부의 이런 기준을 적용해 개발한 올샨스키의 지표는 1969년 연방정부의 빈곤 기준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그 이후 한번도 핵심 기준 숫자를 다시 계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소비자 가격 지표를 기반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분을 적용해 조정해 올 뿐이다.

올샨스키가 이전에 밝혔듯 그녀의 공식은 미국 가정이 밥을 못 먹는 빈곤에 빠지는 기준 이하를 설정한 것이다. 빈곤선을 넘는 사람의 빈곤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한다. 가령 실질적인 주거 비용이나 교통비 등 1960년대에는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데이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오늘날에는 풍부한 데이터가 준비돼 있다는 점이다. MIT대학교 에이미 글래스마이어 교수는 지난 2004년 ‘생활임금 계산기’라는 지표를 개발해 냈다. 미국인 가정의 기본적인 생활 비용을 훨씬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따르면 식비는 물론 자녀 양육이나 헬스케어, 보험, 주거, 교통 등 전반에 걸쳐 생활비가 계산된다.

말 할 것도 없이, LA에 사는 가족이 아이오와 주 농촌 지역의 가정과 생활 내용이나 생활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글래스마이어 교수의 계산기는 지역 별로 데이터를 세분화했다. 모든 자료가 전국의 카운티 별로 책정됐다. 또 오늘날 미국 가정의 현실을 보다 적극 적용했다. 어른은 두 명까지, 어린이는 세 명까지 기준을 삼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설정했다. 두 명의 성인이 사는 가정도 한 사람이 일하는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일하는지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계산된다.

먼저 본인이 사는 카운티를 들어가면 가구당 성인 한 명이 시간당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년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 소득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파트타임 일자리는 대부분 월급제가 아니라 시간제로 급여를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식품, 헬스케어, 교통 등 각 항목별로 거주하는 카운티에따라 전국 평균치보다 얼마나 생활비가 더 드는 지도 보여준다.

글래스마이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사정에 맞지도 않는 남의 기준에 맞추면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매달 페이먼트도 제대로 못 낼 지 모릅니다. 그저 전기가 끊어지지 않길 바라며 살 수 밖에 없어요.”

물론 생활임금 계산기 역시 기본적인 것을 보여 줄 뿐이다. 식품값은 농무부가 지정한 저가 식단을 기준으로 삼았다. 외식 비용이나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지출은 포함하지 않았다. 여가 활동이나 레저, 무급휴가 비용도 제외했다. 사는 데는 저축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대상에서 뺐다. 이런 내용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런 것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생활임금 계산기 빈곤선 소득에 해당된다면, 저축을 하거나 외식을 한다는 등 조금이라도 돈을 더 쓰면 곧장 생활비가 쪼달리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글래스마이어 교수는 주거 렌트 비용이 너무 높은 곳에서는 항목에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 비용 같은 핵심 생활비가 상승하는 지역에서는 생활임금 계산기도 실제 주거비가 얼마나 되는지 정밀하게 측정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직종별로 일반적인 연봉 수준도 제시해 준다. 보다 더 상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glassdoor, salary.com, payscale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알아보면 된다. 이들 세 사이트에는 현재와 과거 해당 직종에서 일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본인의 연봉을 밝힌다. 또 자기가 다니는 직장의 임금 상승 전망치도 첨부해 놓는다. 검색을 하면 다른 사람은 어느 직종에서 얼마나 돈을 버는지 비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glassdoor는 ‘Know Your Worth’라는 툴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서 자신의 직업, 지역, 근무 기간 등을 입력하면 해당 직업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고 있는 임금 수준을 알려준다. 평균 수준보다 적게 받고 있다면 이직을 하거나 임금 상승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고, 평균 이상이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면 아예 직종을 바꾸거나 직위나 지역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직장 동료와 급여 내역을 서로 밝히고 의논하는 것은 법이 보호하는 근로자의 권리다. 회사가 이를 금지하면 법을 어기는 게 된다. 하지만 기업 문화가 이런 행동을 꺼리는 편인데다 실제로 위반해도 처벌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만약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진다면, 잘못된 지출 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주에 외식을 했는지, 새로 전화기를 구입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본인의 재정적 어려움은 일단 자기 책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약 직장 동료가 월등하게 임금을 더 받고 있다면, 개선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충분한 돈’이라는 것은 정해진 게 없는 개념이다. 더 많은 돈을 향한 욕구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자기가 사는 지역에 맞는 생활임금을 번다는 것은 편안하게 산다는 수준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글래스마이어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문제는, 당신이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니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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