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사는 셜리 프라이택은 오는 가을에 입을 코트 하나를 눈여겨보고 있다. 스타일계의 세계적 인물인 앙드레 레옹 탈리가 늘 입는 스타일이다.

지난 주 프라이택은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건축 중인 호화 시니어 레지던스인 인스퍼(Inspir) 사무실에 들렀다.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인스퍼에 그는 입주하려 하고 있다. 녹색 세인트 존 재킷에 스키니 팬츠 그리고 반짝이는 검정 운동화 차림의 그는 외모에 대단히 공을 들인다. 개를 데리고 산보할 때도 립스틱 안 바르고는 하지 않을 정도이다.

은퇴한 부동산 에이전트인 그는 현재 80대. “이제 내 피부과 의사를 만나러 갈 참”이라는 그는 신랄하게 한마디 한다.

“뭐라구요? 내가 가만히 앉아서 검버섯 나오기만 기다고 있을 줄 알았어요?”

80대 90대에 스타일을 생각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이들 멋쟁이 노인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이들은 덥수룩한 머리에 대충 걸치고 인생의 황혼기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 고령 중의 고령인 이들은 외모 가꾸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수 그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감 강하고 은행구좌 튼튼한 이들은 인생 황혼기에 운동을 하고, 전사 요가 포즈를 연습하며 변치 않는 목적의식과 자부심으로 샤핑을 하고 멋스럽게 옷을 갖춰 입는다.

“젊었을 때 멋쟁이였다면,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플로리다, 코랄 게이블스에 사는 이브 그린필드는 말한다. 그가 살고 있는 르네상스 팰리스는 지금 미 전국에 생겨나고 있는 고소득층 시니어 레지던스 중 하나이다.

한때 수영선수였고 못 말리는 샤핑 광인 그는 지난 가을 100세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외모 가꾸기에 여전히 열정적인 그는 “항상 거울을 보고 절대로 늙었다는 생각을 안한다”.

노년층의 외모에 대한 허영심은 활력 징후일 수도 있고, 에너지와 자기애의 표시가 될 수 있다고 마이애미 유태인 보건 시스템의 노인정신과 의사인 마크 마그로닌은 말한다. 외모 허영심이 그 사람의 정체성의 핵심, 자기 자신에게 대해 갖는 느낌 등을 보여준다고 그는 말한다.

평생 화장을 하고 보석류로 치장을 했던 사람이라면 치매에 걸려서도 이를 계속할 것이라고 시니어 주거시설 기업인 심포니의 앤드리아 애봇은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능력이나 독립성을 잃어버렸을 때, 마지막으로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이 종종 외모나 옷차림이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 리버데일의 히브류 홈에 사는 활기찬 주민 젤다 파슬러(86)도 이 부류에 속한다. 그의 화장대는 온갖 화장품들로 가득하다.

“나는 식당에 갈 때마다 머리 브러시와 립스틱, 거울과 지갑을 꼭 챙겨 가요. 그게 나의 방위수단이지요.”

그린필드의 경우는 팰리스에 함께 사는 주민들을 위해 그는 종종 패션과 미용 강의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최신 유행을 따라가려는 욕망이 멈출 줄 모르는 이들 노인층을 겨냥한 최신 헬스센터, 치과 진료, 성형외과, 고액의 거주시설들이 늘고 있다.

이들 비즈니스는 2020년대 중후반이면 소위 실버 쓰나미가 밀려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 시장성을 내다 보고 있다. 이때가 되면 노년층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층은 오는 2030년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할 전망이다.

과거 55세 이상 환자들을 건강상의 이유로 돌려보내곤 했던 특정분야 의사들이나 의료 전문가들이 지금은 입장을 완화해 80대 이상의 환자들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방금 나는 세 번째 남편과 살며 5번째 주름제거 수술을 한 85세의 환자를 봤지요.”

미국 성형외과의사협회의 알랜 마타라소 회장은 말한다.

“고령이 되면 데이트도 안하고, 헬스클럽에도 안가며, 여행도 많이 안할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고령자들은 다릅니다. 성형외과에도 오지요.”

90대에도 주름제거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편 그가 보는 고령 환자의 대부분은 그보다 나이가 젊은 편이고 원하는 시술도 보톡스 주사나 레이저 시술 등 보다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그런 미용시술이나 치아교정은 대부분 고령자들에게 자부심 유지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시카고의 치주전문의인 놀렌 레빈은 말한다.

“그분들에게는 매력적인 미소를 유지하는 게 존엄성의 문제이지요.”

겨우 알아볼 정도로 가볍게 깨진 치아 때문에 고령의 환자가 그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부분 틀니를 제안했다. “그건 나이든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환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가공의치는 어떨까요?”

그 역시 환자는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임플란트를 해달라”는 것었다.

그래서 의사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나이가 98세인데요.”

그러자 환자는 의자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말했다는 것이다.

“이봐요, 의사 선생님,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이들 부유층 고령자가 호화 요양시설을 찾으면서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들이 전국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처음 입주비용이 30만 달러를 넘기도 하고, 매달 렌트비가 6,500달러에서 거의 2만 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노마 카운티의 은퇴 커뮤니티인 파운틴그로브 랏지(Fountaingrove Lodge). 스파, 은행, 헬스센터, 널찍한 옥외 수영장 등을 갖췄다.

뉴욕에서 곧 완공될 인스퍼는 원베드룸 아파트 렌트비가 월 1만7,000달러나 한다. 호화 리조트나 크루즈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급 시설들을 갖췄다고 홍보한다. 평생 별 5개 호텔의 서비스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서비스를 원하는 고소득층 노인들을 겨냥한 프로젝트이다.

비용이 대단히 높지만 인스퍼에 입주하려는 프라이택 같은 고객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니잖아요. 나는 평생 일을 했고, 이제 내 시간이에요.”

여생을 호화롭게 살겠다는 것이다.

이들 노인은 젊어서 안하던 운동을 하고, 전에는 관심 없던 패션에 관심을 갖고, 점점 더 화려하게 멋을 내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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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버데일의 히브류 홈에 사는 젤다 파슬러. 86세인 그는 온갖 최신 화장품을 다 갖추고 화장에 공을 들이며 외모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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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스튜어트에 있는 호화 어시스티드 리빙센터인 심포니. 최근 주민들을 위한 패션쇼에서 한 여성이 모델로 참가해 워커를 밀며 런웨이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