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없는 임금상승 등 현재상황 예상 못해

지난해말 불거졌던 불경기 우려도 수그러져


첨단 기술이 나날이 출현하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급속한 변혁을 겪고 있다.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확실해 보였던 경제이론이나 지표가 21세기에 들어서는 이전과 달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업률 하락과 취업 현황의 호조를 놓고 최근 잇따라 기사를 내면서 배경과 영향을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이 누리는 상황은 당초 가능한 게 아니었다. 얼마 전만 해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급등 없는 실업율 3.6%’라는 수치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 버렸다. 당초 예상할 수 없던 경제 현상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률은 상승하는데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에 26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실업률이 3.6%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해에만 3.2%가 넘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은 1.6%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중반에 연방중앙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실업률이 4.8%대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은 2% 정도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예상대로 됐다면 지금쯤 무려 190만 명이 지금 실직 상태에 빠져 있어야 한다. 중앙은행의 경기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물론 이런 굿뉴스를 놓고 정치판은 서로 자기 공으로 돌리기 바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기들이 내놓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을 넘겨 준 2017년 1월 당시 이미 경제는 충분히 호전된 상태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수년 동안 일자리 시장 현황은 벌써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조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간 무역전쟁과 기이한 통치 스타일 때문에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 역시 지금까지는 틀린 것으로 입증됐다.  

물론 세금 감면 약발이 떨어지는 올해 3분기부터는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고 대부분 전망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지난해 말부터 부각된 불경기 우려도 지금은 상당 부분 수그러든 상태다. 특히 연방중앙은행도 금리 이상 기조를 올해 들어 자제하고 있다.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가라앉았다는 반증이다.

누구의 공으로 돌리든, 어쨌든 최근의 노동시장 호전이 주는 커다란 교훈이 있다. 미국 경제는 20조 달러에 달하고 있는데도, 고용과 관련된 경제적 지식과 대책은 너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이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 동안 ‘필립스 곡선’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업률은 하락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옛 기준이 한물 가면서 필립스 곡선에 대한 과신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든 가능성에 시선을 넓게 열어 놓게 됐다. 20세기 중반부터 써 오던 데이터 기준은 이제 21세기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간을 뒤돌아 보면 그동안 미국 경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등의 부정적인 요소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에 포함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가지 연구와 분석, 전망과 예측은 정책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정책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온 과거의 경제 경험과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향후 경기 전망을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세기는 전 세계가 요동치는 시간이었다. 세계화, 지정학적 변화, 첨단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등 수많은 요인들이 근본적인 지형을 변화시켰다.

노동시장의 붐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정책입안자들도 오픈 마인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제껏 의지하고 사용하던 룰이나 기준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오랫 동안 연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고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황이다. 2009년 대불황이 끝난 이후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대부분의 긍정적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발생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경제적 상황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용율 증가나 경기 확장세는 과거 호황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번 대불황은 10년에 걸친 경기 활황에 뒤 이어 몰아 닥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흔은 깊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1990년대 후반 하이텍 분야나 2000년대 초 부동산 시장이 누렸던 행복감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경기 회복세는 1990년대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경기가 나빠지지도 않았지만 환호도 들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다. 근로자의 소득 증가세가 지지부진하다 최근에야 임금이 오르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심지어 ‘미지근한 경제’가 이제는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고 단언하는 경제학자들도 나올 정도다.

그러나 투자금융회사 바클레이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가펜은 “경기 회복세는 오히려 장기화되고 한결 견고해 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들이 워낙 빚을 내는데 조심하고 있는데다, 비즈니스는 사업 확장에 지나칠 만큼 재빠르게 신중한 모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4월의 경기 지표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다. 또 평균 근무 시간이 감소하고, 임금 상승치도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는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경기 보고서에 안도하고 있다. 연방중앙은행 리처드 클라리다 부총재는 최근 “미국 경제는 아주 좋은 상태이며, 고용율 상승세는 견고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기가 과열됐다는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고용시장에는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첨단 하이텍 분야에서는 신원조회를 위한 백그라운드 첵업을 하지 않는다는 직원 모집 광고가 148%나 증가했다. 심지어 형사범 전과자도 환영한다는 회사가 37%나 늘어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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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지난달 열린 잡페어의 모습.

 <Joe Raedle/Getty Images/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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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에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시간당 평균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사진은 노동절에 시위하는 근로자들.      <Kathy Willens/AP/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