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이건, 의사의 지시를 완벽하게 따르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의사의 지시를 액면 그대로 따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때론 자신이 선호하는 치료법을 찾기도 하고, 개인의 일상적 필요와 스케줄에 맞춰 슬쩍 둘러가기도 한다. 

이걸 꼭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차피 따르지 않거나, 따를 수 없는 치료법은 환자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을 감안해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직접 고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게다가 동일한 질환을 지닌 환자 모두에게 잘 듣는 치료법은 없다. 실제로 10명의 환자들 중 1명에게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정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가 현실적인 치료법의 관건인 셈이다.  



보스턴 공중보건대학 부교수이자 하버드 T.H. 찬 공중보건대학 겸임부교수로 활동하는 오스틴 프락트 박사는 양쪽 발에 족저근막염이 생겨 고생을 했으나  6개월간 이를 무시했다. 

평소처럼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했고, 주로 앉아서 업무를 보는 데스크 잡을 갖고 있었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게 됐고, 걷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대신 운동 삼아 수영을 시작했다. 덕분에 통증은 조금 완화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라이프스타일에 조금 더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변화를 주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해 의료과학과 의사들은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의술에는 ‘회색지대’가 의외로 많다.

족저근막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으로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며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어 보행 시 발의 역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족저근막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변성이 유발되고 염증이 발생한 것을 족저근막염(PF: plantar fasciitis)이라 하는데 미국 전체 인구의 10%가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족저근막염 치료법은 수 십 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동일한 치료효과를 가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일상에 치료스케줄을 집어넣기도 녹록치 않다.  

프락트 박사는 의사들이 추천한 치료법 가운데 치료효과가 좋다는 증거가 확실하고, 정기적으로 따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추려내 우선순위를 매겼다. 가끔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체의 연조직이 입은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족저근막염 환자들의 90%도 수술을 배제한 치료를 통해 4-6개월이면 통증에서 해방된다. 프락트 박사는 “치료란 결국 라이프스타일의 변경”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의 조언을 듣고, 인터넷을 뒤지고, 같은 병으로 고생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끝에 프락트 박사는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법을 찾아냈다. 

그중에서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나이트 스프린트(night splint)라 불리는 간단한 보조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슬리퍼처럼 생긴 나이트 스프린트에 발을 고정시켜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의 재활운동을 돕는 방법이다. 

이처럼 인체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교정하는 장치를 보조기라고 한다. 처방전 없이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조기는 맞춤형에 비해 치료효과는 동일하지만 가격은 1/10에 불과하다. 

족저근막 보조기 중 하나인 교정 깔창은 신발에 깔아 넣은 후 신고 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치료효과도 좋다.  

늘어나는 운동 테이프인 키네시올로지 테이프(kinesiology tape)도 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한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테이프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몇 달러를 주어야 하고 테이프를 감는데도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매일 사용할만한 가치는 없다.  

나이트 스프린트와 교정깔창을 함께 사용하면 힐링이 가속화되지만 잠을 잘 때 불편하다. 프락트 박사는 이들을 착용한 후 3시간 정도 자다가 벗어놓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하면 잠을 편히 자면서도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은 족저근막염에 큰 효과를 보이지 않지만 단기적인 불편함을 덜어주기 때문에 자주 추천된다. 

족저근막염의 통증을 덜어주는 대표적인 스트레칭 방법으로는 스탠딩 카프 스트레치(standing calf stretch)와 시티드 푸트 스트레치(seated foot stretch)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앉아서 하는 푸트 스트레치가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세 번씩, 한번에 10분간 스트레칭을 하는 것조차 생각처럼 쉽지 않다. 프락트 박사는 스트레칭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회의시간이나 컨퍼런스 콜을 하는 도중에 테이블 밑에서 푸트 스트레칭을 했다. 

스탠딩 카프 스트레치는 이빨을 닦거나 출퇴근 기차를 기다리느라 서 있는 동안 비슷한 동작을 취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기본적으로 마사지에 해당하는 트리거 포인트 테러피도 족저근막등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설사 치료효과는 별로 없을지라도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프락트 박사는 타이핑을 할 때마다 마사지 볼로 발바닥을 자극해주었고, 서류를 읽으면서 양 손으로 종아리를 마사지했다. 따로 시간을 내서 매일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근력 강화운동인 스트렝스닝(strengthening)이 있다. 일부 스트렝스닝 접근법을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한 탄력성을 지닌, 단단하게 고정된 줄에 발뒤꿈치를 걸어 온 몸을 당겨 올리는 변형동작이 효과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화운동은 체력소모가 많아 쉽게 피곤해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특히나 재활병원에서 하는 강화운동은 한번에 3세트 이상의 동작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발뒤꿈치에 걸린 줄에 의존해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도 포함된다.    

보조기구나 장치를 쓰지 않는 숏 푸트 운동도 있다. 발가락 전체를 벌 뒤꿈치를 향해 끌어당기듯 구부려 발등이 아치처럼 둥그렇게 만드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취하는 것인데 이 역시 족저근막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어디서나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솟 푸트 운동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프락트 박사는 요가 블락을 회사로 가져와 전화통하를 하는 중에 발꿈치 들어올리기 운동을 한다. 

프락트 박사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혼합한 자신만의 접근법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 환자 개개인이 독창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어드바이스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 자신의 리서치 등에 근거해 기존에 나와 있는 치료법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접근법을 택하고, 정기적으로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방법은 제외시키면서,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추가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치유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프락트 박사는 “지속가능하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족저근막염 치료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기존의 다양한 접근법 가운데 의료과학만이 아니라 삶의 현실까지 감안해 개인의 필요에 맞게 변형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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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증이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인 족저근막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 염증이 발생한 것을 말하는데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10%가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Janet Worne/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