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부분 혼재된 병리현상 불구

근본원인을 아밀로이드로 보고

플라그와 탱글에 초점 두고 연구



“치매 진짜 원인 아직 못 찾았다”

“여러 요인들이 어울려 치매 유발”

현재의 연구방법 바뀌어야 지적




알츠하이머는 달리 치료법이 없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뇌는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상증상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법을 찾기 위한 기존의 접근법 역시 재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작은 이랬다. 지난 2017년, 은퇴한 변호사 겸 사업가였던 앨런 갤럽이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사망하기 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전국규모의 알츠하이머 연구를 위해 그의 뇌를 검시한 세인트 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은 그의 뇌 조직에서 이상 단백질(abnormal protein)과 실타래처럼 뒤엉킨 단백질 구성체인 플라그(plaque)와 루이체(Lwwy body)라고 불리는 단백질 덩어리들 및 무증상 뇌졸중(silent stroke)의 징후를 발견했다. 알츠하이머의 전형적 특징인 플라그 외에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이상 증상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갤럽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거의 모두 몇 개의 혼재된 병리현상(mixed pathologies)을 보였다.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에게 이른바 혼합 병리현상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정 환자의 경우 이들 중 어떤 질환이 기억상실의 공범인지, 아니면 그 모두가 공동정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 디렉터인 로데릭 코리보는 뇌 체조직에서 발견된 이상증상들은 그 자체로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한 치매 원인이 만들어 낸 결과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질문들은 알츠하이머를 정의하는 핵심을 강타한다. 만약 증상을 제대로 정의할 수 없다면 치료법을 발견하기란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플라그와 뒤엉킨 단백질 덩어리 외에 무증상 뇌졸중과 다른 혈관질환들은 물론 해마경화증(hippocampal sclerosis)이라 불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증상까지 발견된다. 이외에 또 다른 공범으로는 루이소체를 형성하는 이상 단백질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이 꼽힌다. 일부 환자들은 뇌 속에 TDP-43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상 단백질을 갖고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 속에 이처럼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이상 단백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하기에 의료진은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려든다.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치매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혼합 병리현상에 관해 말하기조차 꺼린다. 그러나 하버드 T.H. 찬 공중보건대학원 역병학 과장인 알버트 호프만은 “우리도 언젠가는 보다 현실적이 되어야 하며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알츠하이머의 발견과 동시에 시작됐다. 1906년 독일 심리학자이자 신경해부학자인 아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는 노인성 치매를 지닌 50세 여성에 관해 기술했다. 

숨진 여성의 부검을 실시한 알츠하이머 박사는 그녀의 뇌 조직에서 특이한 플라그와 이른바 탱글(tangles)로 알려진 뒤엉킨 스파게티같은 단백질 뭉치를 발견했다. 그 이후로 플라그와 탱글은 알츠하이머를 규정하는 특징으로 간주됐다. 

현재 과학자들은 숨진 여성이 중년 들어 반드시 알츠하이머에 걸리게끔 만드는 희귀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신한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환자들은 플라그와 탱글 이외의 다른 병리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순수한 형태의 알츠하이머 환자인 셈이다. 

따라서 이후 수 십 년 동안 플라그와 탱글이 치매 연구의 초점이 되었다. 

희귀한 유전적 돌연변이는 플라그에 들어 있는 이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의 과잉생산으로 연결된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것을 알츠하이머의 근본원인이 아밀로이드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환자의 연령에 상관없이 플라그가 많을수록 치매의 정도는 심해진다. 따라서 연구원들은 아밀로이드를 공격하거나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생쥐들에게서 아밀로이드 생산을 중단케 만드는 약품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했다. 이들 약품은 생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기막힌 효과를 보였다. 

과학자들은 자연상태에서 치매를 일으키지 않는 생쥐들이 불완전한 실험 모델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연구결과는 어쨌건 고무적이었다. 

이 때문에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이은 임상실험에서 새로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이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자 과학자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러 요인들이 한데 어울려 치매를 일으킨다거나 치매의 진짜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안티 플라그에 초점을 맞춘 치매약 테스트는 계속되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자들은 새로운 프레임을 찾느라 애를 먹는다. 일부는 연령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인트 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의 신경학 교수인 존 모리스 박사는 “알츠하이머의 최대 위험요인이 나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다른 병리현상들은 모두 나이와 관련된 것들로 젊은이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캠브리지대학의 역학전문가 캐롤 브레인 박사도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명확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0살이 되면 2명 당 1명이 치매에 걸린다. 

보다 낙관적인 견해는 뇌 안에 다수의 병리현상을 촉발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요인을 차단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호프만 박사는 증세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뇌로 흐르는 혈행의 감소라고 확신한다. 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는 혈관질환이다. 

이런 견해를 지지하는 데이터도 있다. 미국과 서유럽에서 실시된 9개의 연구는 지난 25년에 걸쳐 신규 알츠하이머 케이스 발생건수가 15%하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프만 박사는 일반적으로 혈관건강이 개선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혈관 건강을 개선한 최대 요인으로 흡연인구 감소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가의 성인들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철저히 통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병리학교수인 세스 러브 박사는 알츠하이머의 핵심적 특징은 대뇌를 거치는 혈액량의 감소라고 지적했다. 

중년에 거의 예외 없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들에게도 이런 현상은 어김없이 일어난다. 치매를 일으키기 15년-20년 전부터 뇌로 흐르는 혈액은 줄어든다. 러브 박사는 “아직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니면 다른 모든 문제들을 일으키는 주범이 아밀로이드 일 수도 있다. 일부 연구원들은 안티 아밀로이드 약품을 조기에 투입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임상실험들은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릴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임상실험에서 치료약이 효과를 보인다 해도 알츠하이머 진단환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 환자들에게도 과연 동일한 효과가 있을까? 노인 환자들은 순수한 형태의 알츠하이머를 앓는 게 아니라 혼재된 병리현상을 보인다.

하디 박사는 혼재된 병리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신약은 약간의 효과를 보이는데 그칠 수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 조그마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엘리 릴리 제약사의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우리가 찾는 것은 그런 종류의 치료약이 아니다”며 “우리는 엄청난 효과가 큰 약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앞으로 진지한 자기탐구를 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초기와 중기 단계에 속한 나이 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가 투입한 안티 아밀로이드 약품은 거의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풀어야 할 과제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언제 어떤 환자에게 치료약을 투여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치매 환자들의 뇌 속에 있는 다른 병리현상들 모두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가?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지금이야말로 이렇듯 까다로운 질문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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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의 뇌조직을 찍은 현미경 사진. 알츠하이머의 특징인 검은 물방울 모양의 탱글과 둥근 갈색 집합체인 아밀로이드 플라그가 보인다.            <사진출처: Thomas Deerinck, NCMIR/Science Source/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