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없는 부위라 선호도 낮고

과조리 지나치게 빠른 단점에도

저렴한 가격에 담백한 맛으로

닭가슴살 대체할 백색육 입소문

30년간 기생충 감염 사례 없어

미디엄 레어로 익혀 먹어도 안전


이제 한국 음식점 간판의 동물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텀블러’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모으는 경우도 종종 본다. 각 음식점에서 대표로 다루는, 즉 먹히는 동물들이 활짝 웃는다. ‘엄지 척’도 기본이다. 좀 더 나간(?) 경우에는 자신의 살을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 들고 있다. 다리를 접시에 담고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 세운 닭을 본 적이 있는가? 한국 음식점 간판의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간판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정말로 웃겨서 나오는 웃음은 아니다. 거대한 부조리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무기력함에서 비롯된 실소 같은 것이랄까? 잡아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홍보를, 그것도 웃고 엄지도 척 치켜 세우고 심지어 자기의 살마저 접시에 담아야 한다니 동물에게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한국이 치킨 공화국이다 보니 부조리 간판의 대표주자는 치킨집이다. 작은 동물인데다가 디즈니 만화 영화 등에 단골 출연하듯 마스코트로서 잠재력은 이미 오래 전에 검증 받았다. 한편 음식과 조리의 차원에서도 가슴, 날개, 몸통, 넓적다리와 북채 등으로 부위가 딱딱, 명료하게 나뉘니 들고 자세를 취하라고 은근슬쩍 제 살을 접시에 담아 주기도 쉽다. 그렇지만 진짜 부조리의 동물은 돼지이다. 왜 그럴까. 오늘로 ’세심한 맛’ 연재가 24화째인 가운데, 소든 닭이든 돼지든 동물의 고기는 단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다. 뉴욕타임스에서 오랫동안 음식과 요리 칼럼을 썼던 마크 비트먼의 의견을 빌리자면 고기는 ‘웬만하면 익히기 쉬운, 조리 실패의 확률이 적은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의 불판 위에서 구워질 그 많은 고기가 방증일 것이다. 고기는 대체로 ‘세심한 맛’에서 다룰 만큼 천대 받는 식재료가 아니다.


삼겹살에 밀려 천대 받았던 돼지 안심 

하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삼겹살과 목살이 국가 고기 소비량의 1, 2위를 다툴 정도로 사랑 받으므로 우리는 돼지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과연 돼지를 ‘고기’의 맛으로 즐겨 먹는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지만 사실은 아니다. 삼겹살(지방 비율 28.5%)과 목살(9.5%) 모두 고기 사이 혹은 위아래의 비계, 즉 지방이 익으면서 내는 고소한 맛과 매끄러운 감촉 때문에 사랑 받는다. 돼지는 비계 맛으로 먹는 동물이고 덕분에 소시지나 햄을 비롯한 각종 가공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근육 사이에 미세하고 촘촘하게 낀 ‘마블링’의 소와 달리 비계와 살코기가 동물 안에서 확실하게 나눠져 있으므로 이를 ‘분해 후 재조립’해 좀 더 균질한 고기로 재생산한다는 개념에서 갈아 섞는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돼지의 부조리가 불거져 나온다. 지방이 그렇게 차고 넘치는 가운데 ‘풍요 속의 빈곤’처럼 터럭만큼의 비계도 딸리지 않은, 따라서 인기도 전혀 없는 살코기가 있다. 천대 받는 돼지고기, 안심 말이다. 등심과 뱃살 사이에서 양 끝이 뾰족한 원통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심은 이름처럼 안심하고 먹기 어려운 부위이다. 지방의 도움을 정말 하나도 받을 수 없으니 과조리가 너무 빨리 될뿐더러 맛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하다. 소에게도 똑같은 자리에 똑같이 생긴 안심이 있지만 팔자는 돼지와 확연히 다르다. ‘쇠고기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근육이다 보니 너무나도 부드러워, 등심이나 채끝과는 별도의 맛과 질감을 품은 고급 식재료 대접을 받는다. 오죽하면 자신의 전속 셰프를 시켜 요리했다는 사연으로 프랑스의 극작가 및 정치인인 ‘샤토브리앙’의 이름이 붙었으며, 부드러움을 지키기 위해 미디엄 레어(중심부 온도 섭씨 54도) 이하로 구워 최고가 요리로 팔린다.

그렇다면 돼지 안심은 미디엄 수준으로 익혀 먹을 수 없는 걸까. 모두가 좋아하는 ‘팩트’를 살펴 보면 가능하다. 식재료로서 돼지는 오랫동안 ‘더러운 동물’이라는 오명과 기생충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인분을 먹거나 하수구물을 마시기 때문에 갈고리촌충과 유충인 유구낭미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사실은 묵어도 한참 묵은 이야기이다. 인분을 돼지사료로 썼던 시대는 1960~70년대로 정말 옛날이며 1980년대 이후로 사육 체계가 바뀌어 하수구물을 마시지도 않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사육 돼지는 100% 사료를 먹는다. 기생충만 해도 국립수의과학 검역원에 의하면 1989년 이후로 유구낭미충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된 적이 없으며, 대한기생충학회의 논문에 의하면 2004년 이후 사람에게서도 사라졌다고 한다. 게다가 돼지가 사육 환경만 제대로 갖춰주면 ‘자기관리’를 잘 하는, 깔끔한 동물이라는 사실도 알려진 지 오래이다.

돼지를 향한 선입견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계속 바뀌어 왔으니, 소비 촉진을 위해 미국 농무부가 돼지고기 조리의 새 기준을 내놓은 것도 2011년으로 근 십 년 전의 일이다. 원래 웰던(71도)이었던 굽기를 미디엄 레어(62도)까지 낮춰도 된다고 하니 더 이상 속까지 바싹 익히지 않고, 분홍색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로 먹어도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고민해가면서 돼지고기, 특히 살코기 덩어리로 매력이 떨어지는 안심까지 먹어야 하는 걸까. 글쎄, 고기쯤 되는 식재료라면 그야말로 개인 취향의 영역이니 먹기 싫다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식탁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경우라면 고려해서 손해 볼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돼지고기가 요즘 닭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백색육’으로 홍보의 물결을 타는 데서 알 수 있듯, 안심처럼 지방이 없는 부위가 단백질의 주 섭취원으로 제 몫을 단단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 등 여러 이유로 너무 쉽게 물려 버리는 닭가슴살을 참고 먹는 경우라면 돼지 안심이 가격과 맛 양면에서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2016년 말 기준으로 한국인의 고기 소비는 여전히 부족해 2016년 말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1%이다. 그나마 돼지고기 소비량이 24.3㎏으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뜯어보면 안심은 최대 소비 부위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다.

그래서 안심은 대체 어떻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전체가 균일하게 살코기이니 온도계만 갖추었다면 팬에 통으로 구워 먹는 게 이론적으로는 최선이지만 높은 난이도를 감안하면 선뜻 권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조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쉬운 식재료이기도 하지만, 모양이 뒤틀리지 않도록 굵은 실로 묶어 모양을 잡아 주는 등 잔손도 많이 간다. 한편 보편적으로 통하는 카레나 장조림도 안심에게 사실은 무리이다. 지방이 전혀 없으므로 사실 오래 끓이는 조리법에 견디지 못하니 질기고 퍽퍽해지는데 의식하지 않고, 혹은 참고 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좀 더 단순하고도 빨리 익는 재료의 특성에 맞는 손질 및 조리법을 살펴보자.


돼지 안심 맛있게 먹으려면 

일단 안심 덩어리를 사온다. 도마에 올려 간단히 손질하는데, 일단 은색의 근막을 걷어낸다. 이름처럼 근육과 근육 사이의 막인 근막이 붙어 있으면 조리 과정에서 고기가 뒤틀릴 뿐만 아니라 간도 잘 배이지 않을 수 있다. 근막의 한쪽 끝에 뾰족한 칼 끝을 찔러 고기에서 분리한 뒤, 그 부분을 잡고 반대쪽으로 칼날을 눕힌 채 천천히 움직여 전체를 걷어낸다. 연어(한국일보 2월23일자)편에서 소개한 껍질 벗기기와 거의 비슷한 요령인데, 식도보다 날의 폭이 좁은 과도가 훨씬 더 편하다. 이제 접시나 쟁반 등에 담아 냉동실에 30분동안 둔다. 생고기를 왜 굳이 냉동실에 넣느냐고? 칼질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안심은 너무 부드럽다 보니 섣불리 칼을 댔다가는 뭉개지거나 찢겨 균일하게 썰 수가 없다. 따라서 냉동실에 잠깐 두어 ‘각’만 잡아주는 것인데, 굳이 돼지 안심뿐만 아니라 소 목심 등을 갈아 햄버거 패티 등을 만들 때에도 그라인더의 날에 고기가 엉기지 않도록 쓰는, 일반적인 접근법이다.

30분이 지나 겉이 적절히 단단해졌다면 도마에 올려 뾰족한 양 끝을 잘라내고 30~45도로 비스듬히 안심을 저며낸다. 칼날을 크게 움직여 써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재료에 밀착시켜 저며내는 것이다. 얇을수록 빨리 익히기에 좋으니 두께는 0.5㎝이하가 바람직하다. 끝까지 다 저며냈다면 두 갈래로 나눠 조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채를 쳐서 볶아 먹기이다. 저며낸 안심을 서너장씩 겹쳐 곱게 채친다. 폭은 썰어낸 두께보다 좁을 수록 좋다. 잠깐, 채치기 정도라면 정육점에서 사면서 맡기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니고 정육점에서 훨씬 잘 드는 칼을 써 전문적으로 썰어 줄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생고기를 그대로 썰어주는지라 생각만큼 곱게 채가 나오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포장육으로 파는 ‘잡채용’ 돼지고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냉동실에 넣었다 채치는 등의 수고를 들인 안심은 각자 좋아하는 채소와 볶아 먹을 수 있다. 조리되는 정도가 다른 고기와 채소를 별도로 익히는 게 바람직한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채소를 먼저, 안심을 나중에 볶는다. 안심에는 지방이 없어 배어나올 맛도 없거니와 빨리 익으므로 채소를 먼저 볶아 충분히 달궈진 팬에 잠깐만 볶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기름을 넉넉히 팬에 두르고 안심을 올려, 끊임없이 뒤적이며 겉의 색이 변할 때까지만 볶고 채소와 합쳐 마무리한다. 밥 반찬으로도 좋지만 납작하고 넓은 밀가루 국수를 삶아 함께 볶으면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자기만의 맛이 두드러지는 부위는 아니므로 좀 강하다 싶게 소금간을 하고, 굴소스 등으로 감칠맛을 불어 넣어도 좋다.

두 번째 방법은 볶기보다 더 간편하다. 썬 고기를 그대로, 혹은 도마 위에 올려 고기 망치나 냄비 바닥 등으로 살살 두드려 좀 더 얇게 편다. 이때 고기의 밑면과 윗면 모두에 랩을 씌워 튀거나 뭉개지는 걸 막는다. 역시 간을 강하게 해 기름을 넉넉히 두른 뜨거운 팬에 역시 겉면의 색이 변할 때까지만 지져 먹는다. 밀가루로 보호막을 한 켜 입혀줘도 좋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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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안심은 등심과 뱃살 사이에서 양 끝이 뾰족한 원통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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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달리 돼지 안심은 비계가 전혀 없는 살코기여서 맛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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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편 돼지 안심에 소금으로 간을 강하게 해 밀가루를 입혀 지져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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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소비량의 1위인 삼겹살은 지방이 익으면서 내는 고소한 맛과 매끄러운 감촉 때문에 사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