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인 절반 건강정보 이해력 떨어져

“의료계의 소통 노력 필요하다” 지적도



텍사스주 휴스턴에 거주하는 두엔 팸-메이든의 70대 노부모는 매번 새 처방약을 받을 때마다 약국에 들고 간 아이패드를 가장 먼저 켠다. 딸이 알려준 대로 페이스타임에 로그인한 뒤 수백 마일 떨어진 미주리주 블루 스프링스에 사는 딸에게 새로 처방받은 약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팸-메이든의 어머니는 79세, 아버지는 77세로 8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이가 고령인 만큼 여러 종류의 약품에 의존해야 하는데 각 약품의 복용법을 이해하는데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팸-메이든은 “약품 설명서에 한 번에 한 알씩 하루 세 차례 복용하라고 적혀있다면 아버지가 하루에 한 번 복용하거나 세알을 한 번에 복용할까 봐 항상 걱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75년 베트남에서 이민한 팸-메이든의 부모는 영어로 읽고 말할 수는 있지만 원어민처럼 유창하지 않다. 팸-메이든에 따르면 아버지가 최근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도넛 홀’(Doughnut Hole)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구나”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건강과 관련,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건강 정보 이해력’(Health Literacy)이라고 한다. 건강 관련 팸플릿을 읽고 특정 진단을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 그래프를 통해 자신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적정 체중을 이해하는지,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보장하는 수술 종류를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해력이 건강 정보 이해력이다. 2006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약 53%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고 관련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중간 수준의 건강 정보 이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높은 건강 정보 이해력을 보유한 성인은 약 12%에 불과했고 기본 또는 기본 이하 이해력을 보유한 성인은 각각 약 20%와 약 14%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건강 정보 이해력은 교육 수준, 인종, 재산 수준 등의 요인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연령별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기타 연령대에서 중간 수준 건강 정보 이해력을 보유한 비율이 약 53%~약 58%인 반면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약 38%로 뚝 떨어진다. 노인들 중 소수에 해당하는 약 3%만 높은 건강 정보 이해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기본 및 기본 이하 이해력 보유자 비율은 타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제니퍼 울프 존스 홉킨스 대학 공공 의료 서비스 부문 박사는 “젊은 세대에 비해 노인들의 교육 수준이 비교적 낮고 시력, 청력,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의학 정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설명했다. 

미시간주 랜싱에 거주하는 데보라 존슨의 어머니는 올해 84세로 평생 매우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지난 여름 ‘경도 인지 장애’로 진단받고 해당 약품을 복용한 뒤로부터 성격 변화, 무기력, 어지럼증, 혈압 급상승 등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존슨은 어머니가 아마도 처방약을 과도 복용한 것 같다고 짐작했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어머니가 “약을 많이 복용하면 빨리 나을 것 같아 과다 복용했다”라고 존슨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여러 질병과 약품을 달고 사는 노인들에게 건강 정보 이해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나야 할 전문의와 복용해야 할 약품이 많은 데다 병원 일정을 잡고 건강과 관련된 적절한 판단을 내리려면 젊은 층에 비해 높은 수준의 건강 정보 이해력이 요구된다. 그러난 현실은 정반대다. 조사에 따르면 건강 정보 이해력이 낮은 노인들은 예방 진단율이 낮아 건강 악화로 인한 병원 방문이 잦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의료 비용을 지불하는 등 건강상 여러 불리함을 안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프 박사는 “의료 보험 시스템이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추세로 미래 노인들의 건강 정보 이해력이 개선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 리마 러드 하버드 대학 건강 정보 이해력 연구원은 의료 기관과 의료 전문인들 의사소통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러드 연구원은 “의료 관련 지침서들이 이해하기 쉽게 작성되었는지 의문”이라며 “약어 등 이해가 힘든 용어가 사용된 자료를 환자가 이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올해 64세인 스티븐 로센은 몇 년 전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두 달 이상 입원해 있었다. 하루는 사회 복지사가 방문, 그의 부인에게 “환자를 내일까지 ‘엘텍(L.T.A.C.)’로 옮겨야 한다”라고 말하고 떠났다. 부인은 ‘엘텍’이란 단어의 뜻을 몰라 되물었지만 명쾌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엘텍은 ‘Long Term Acute Care’의 약어로 너싱홈으로 가기 전에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는 시설을 말하는 데 이 경우 부인의 건강 정보 이해력이 낮다고 탓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회 복지사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였는지가 의문이다. 

울프 박사는 70대 이상 노인들의 건강 정보 이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가부장적인 의료 시스템’(Patriarchal Medical System)과 질문이 익숙지 않는 시대에서 성장했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울프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 문제를 스스로 관리하고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관리하거나 아예 가족과 담당 의사에게 맡기는 노인도 약 3분의 1로 상당수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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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건강 정보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