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방패막이 역할 제대로 못한다”불만 

   디덕터블, 보험사 외면하는 비싼 치료비 감당 못해



건강보험은 심각한 질병의 불행한 사태가 닥쳐왔을 때 재정적 손실을 줄여주는 유효한 방패막이로 생각돼왔다. 그러나 최근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건강보험은 이런 기본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1/3 이상은 건강보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으로 인해 자신들이 그동안 모아뒀던 저축금 전부 또는 일부를 써버렸다고 답했다. 

이들의 지출금은 보험에서 커버해주기전에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디덕터블과 코페이먼트, 그리고 보험에서 혜택을 주지 않는 치료 등 의료비들이다. 여기에 일을 하지 못하는 등등의 재정적 문제로 건강 보험만으로는 이런 재정 부담을 모두 커버 받지 못한다. 

뉴욕 타임스와 ‘커먼웰스 펀드’, 하버드 T.H. 공중보건대학이 건강보험 시스템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질병자) 미국인들의 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지난 2년 동안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었고 3명의 이사에게 진료를 받은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케이스들은 환자가 이미 숨지거나 설문조사에 답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 환자를 돌봐주는 친척들이 직접 질문에 답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은 우리 모두가 직면할 수 있는 의료비 문제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미국내 약 4,000만명은 의사와 병원, 양로원, 약국(가장 많음)을 자주 찾는 계층으로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그룹에 속해 있다. 


■ 건강보험 가입자 20% 생활비 지불 능력 없어

이들이 직면한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이 재정적 불안정이다.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20% 이상은 기초 생활비조차 지불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1/4 이상은 돈을 내지 못해 컬렉션에 넘겨 졌고 13%는 자신들이 앓고 있는 병 때문에 돈을 빌린 적도 있다. 

그나마 건강보험은 이런 재정적 손실을 막아주는 다소간의 방패막이는 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없는 응답자들은 페이먼트 지불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부채때문에 더 많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보험이 있다고 해서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병증이 심해 치료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코페이먼트를 내야 할 치료들이 늘어난다. 또 이런 집중 치료는 보험사로부터 비용 지불 거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 진다. 

보험회사가 치료를 승인한다고 해도 최근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디덕터블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31%는 건강보험 회사에서 돈을 지불할지 불확실하다고 대답했다. 또 42%는 의사가 권하는 치료방법을 보험회사에서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를 기획한 로버트 브렌든 하바드대학 교수는 “여기서 더 충격적인 일은 환자들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환자들은 보험회사에서 어떤 것을 커버해주는 지 모른다. 결과가 매우 놀랍다”고 덧붙였다. 


■수입의 대부분 의료비 지출

‘척추뼈 갈림증’(spina bifida)을 가지고 태어난 트리스탄 버거(47)는 13살부터 그의 다리에 16차례나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10년전 몇차례 넘어진 후로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는 월마트에서 일하는 부인의 건강보험에 가족으로 등록돼 혜택을 보고 있지만 수입이라고는 소셜시큐리티 장애 보험에서 나오는 연금 수입이 전부다. 그나마 거의 대부분은 의료비로 지출한다. 

투산에 사는 버거는 지난 한해만도 건강보험에서 커버해주지 않는 치료로 1만2,000달러를 썼다. 올해도 교정 수술을 받아 이미 이와 비슷한 비용을 지출했다. 

그는 “매달 어떤 의료 비용을 지출하게 될지 계산하는 것이 일”이라면서 “병원비를 내느냐 아니면 유틸리티 빌을 내야 할 것인가 고민한다”고 딱한 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축을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는 빈곤하게 한가지 수입만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미국인중의 한 부분에 속한다”고 절망했다.

건강보험이 미국인들의 재정적 위험을 어떻게 보호해 주는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의 사라 밀러 부교수는 보험, 특히 극빈층에게 제공되는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는 메디컬)은 재정적 방패막이가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병으로 일 못하면 재정적 압박 가중

물론 건강보험은 가입자가 중병에 걸렸거나 가족 중 한명이 중병에 걸려 일을 줄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버거씨는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시설관리과 디렉터로 일할 때까지만 해도 고정 수입에 베니핏도 좋았다. 그러나 아프기 시작하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이로인해 수입도 떨어졌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53%는 질병으로 일을 하기 힘들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의료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병에 걸렸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에 발표된 미국 경제전망 보고서는 중년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병원 입원은 6년 이상 평균 수입의 20% 하락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가족에게도 재정 부담 안겨

질병은 건강한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재정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대나 루이스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쌍둥이 딸을 돌보면서 건강보험 시스템을 찾는 것 정도는 전문가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남편의 치매가 깊어져 양로병원 입원이 필요하게 되자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그가 거주하는 오클라호마에서 메디케이드를 받으려면 401(k) 은퇴 저축금을 포함해 그녀의 자산부터 써야 한다. 

그녀는 “내 나이가 60인데 은퇴 자금이 전무하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병에 걸린 친척을 돌보는 사람들 역시 이런 재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23%의 응답자는 책임감으로 중병에 걸린 가족이나 친구를 돌보다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답했다. 또 간병인 15%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바꿔야만 했다. 

마리아 일레나 플로레스(64)는 2012년 삼중혈관우회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남편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후 지금은 노인들을 위한 주택 건강보조원으로 일해오고 있다. 남편은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돼 혈관치매로 발전한 후 거친 행동을 보였다. 결국 부인은 지난해 남편을 돌보던 중 남편이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샌이시드로에 사는 이들 부부는 이후 남편에게 맞는 치료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남편의 거칠어진 행동으로 양로병원에서 쫓겨났고 지역 병원에서조차 남편을 돌봐줄 적당한 곳을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 

플로레스는 “남편이 그들에게는 골칫거리여서 아무도 데리고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집에서 직접 돌봐주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재정적 압박으로 제대로 된 치료 불가능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2/3는 의사들이 그들의 의료 비용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나 병원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정확한 의료비용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의사는 의료비용에 대해 환자에게 미지불 의료 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압박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의견을 말해주기도 한다. 

예일 의과대학의 쿠람 나시르 교수는 그가 진료하는 심장질환 환자들이 의료비용 감당을 못해 약을 거르거나 음식을 줄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재정적 독소조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는 “내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런 일을 환자와 말해야 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꺼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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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들은 건강 보험이 있다고 해도 재정적 부담을 모두 커버해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Lennard Kok/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