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남극 여행을 본격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극은 세상의 끝이요, 미지의 대륙이며 얼음의 산으로만 생각했었다. 그야말로 지구의 현실과 동떨어진 펭귄만이 사는 자연의 세계, 목숨을 건 탐험가들만이 찾는 탐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남극은 이제 세상의 끝도 아니요 미지의 대륙도 아니다. 호화 크루즈를 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끝없이 펼쳐진 빙산을 감상하고, 흑고래와 펭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여행가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수줍은 영혼의 땅이다. 매년 3만명이상이 찾는 관광지이다. 

남극 크루즈 여행은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 발파이소에서 크루즈에 승선해 남미대륙 땅끝마을을 관광하며 17일의 꿈의 여정을 시작한다. 

  

▦ 푸에르토 몬트/푸레르토 차카푸코 

아름다운 해안도시 푸레르토 몬트는 오랜 항공여정에 지친 여행가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현실 속에 헝클어진 삶의 방정식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편안한 도시다. 

바닷가 산책길을 걸으며 군데군데 나타나는 칠레의 토종음식점에 들러 전통음식인 꾸란토(Curanto)와 세계 2위의 연어 생산국인 칠레의 신선한 연어 요리도 맛보는 추억의 시간을 만들면 좋다. 

크루즈 승선 후 이틀째 기항지인 푸에르토 차카푸코는 칠레의 유명한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칠레 해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피요르드 해안을 따라 펼쳐진 빙하와 빙벽을 볼 수 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호수로 떨어져 장관을 연출하며 해협을 따라 펼쳐진 만년설을 목격할 수 있다. 

▦ 마젤란 해협(Magellan Strait)/푼타 아레나스 

중학교 지리시간의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는 마젤란 해협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남미 남단의 주요 항로다. 이 해협은 태평양을 거쳐 인도항로를 탐험했던 포르투갈의 항해가 마젤란의 이름을 따 명명됐는데 마젤란은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36일이 걸릴 정도로 폭이 좁고 날씨마저 험해 항해에 어려움을 겪었다. 

푼타 아레나스는 남미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칠레의 도시인데 1914년 파나마 운하가 열리기전까지는 남미대륙 남단의 기항지로 번창했었으나 파나마 운항 개통이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내 광장 한복판에 마젤란 동상이 있는데 오른쪽 발가락을 만지면 ‘안전한 항해를 한다’는 미신이 전해오고 있다. 남극여행에 꼭 들리게 되는 남극여행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있다. 

▦ 우수아이아(Ushuaia)/케이프 혼(Cape Horn)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는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지구촌 땅끝 마을’이라 불린다. 

도심광장에 USHUAIA fin del mundo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 남극 크루즈 여행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로 남미 최고의 자연생태관광지이다. 케이프 혼 주변의 바다는 빠른 물살과 거친 파도 등으로 항해시대에 ‘선원의 무덤’으로 알려질 정도로 바다가 거칠기로 유명하다. 

우수아이아에는 농장을 운영하는 한인이 있는데 엘리트 투어 관광객만을 위해 킹 크랩 요리와 상추쌈을 제공해 남극을 다녀온 여행객들로부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게국물로 끓인 라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남극대륙의 손가락’ 단코 코스트(Danco Coast) 

남미대륙과 남극대륙의 경계선이며 남극의 찬물과 북쪽의 따뜻한 물이 만난다는 드레이크 해협(Drake Passage)를 지나 만 하루를 항해하면 사우스 셔틀랜드 군도와 연결된 남극대륙의 여정에 돌입한다. 1 

단코 코스트는 남극 크루즈 여행의 대표적인 관광지역으로 남극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빙하지역이다. ‘남극대륙의 손가락’으로 불리며 1898년 탐험도중 순직한 에밀 단코를 추모해 명명됐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옥 빛 빙하의 언덕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크루즈를 타고 해안가로 다가갈수록 작은 빙하들이 바다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빙하를 타고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펭귄에서부터 해안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펭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남극의 나라에 와 있구나’하고 실감하게 된다. 뒤뚱뒤뚱 잘 걷지도 못하면서 날지도 못하는 새 펭귄, 그래서 차라리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펭귄의 무리가 하얀 남극의 설국을 물들인다. 

수천마리의 펭귄이 수놓은 움직이는 흑백의 풍경화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에서 부터 탄성을 지르는 사람,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 등등. 펭귄의 나라의 그림은 차라리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 남극의 빙하, 그 끝없는 블루 아이스 

크루즈 선창가에 기대어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빙하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남극의 바다를 감상하는 여행은 럭셔리 여행의 끝이라 할 수 있다. 

가끔씩 관광객들의 환호와 함께 바다를 차고 오르는 흑등 고래의 꼬리 짓은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인상적인 풍경이다. 길이가 무려 20미터에 몸무게가 30-40톤에 달하는 거대한 흑등 고래가 새끼들과 함께 공중제비 뜨기를 하노라면 탑승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환호를 지른다. 크루즈를 타고 해안가를 지나다보면 가끔식 쿵 쿵 하고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끔씩 바다표범이 펭귄을 사냥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남극여행은 거대한 자연에 겸손을 배우게 하는 삶의 완성이며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모든 관광객들이 자연 속에 하나가 되는 인간본연의 모습을 찾게 하는 최고의 여정이다. 

▦ 포클랜드 제도/푸에르토 마드린 

포클랜드는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영유권 분쟁이 발발했던 곳으로 양을 키우는 목양지로 유명하다. 4x4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해안가 펭귄서식지를 투어한다. 아르헨티나 대서양에 인접해있는 푸에르토 마드린은 다양한 생태계가 서식하는 세계자연유산지역이다. 세계 곳곳에서 바다 사파리를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9일간의 남극여정을 마무리하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는 우루과이의 수도이자 최대의 무역항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와 접해있는 인구 140만명이 거주하는 지리적 요충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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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설산을 관광하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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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펭귄들.    <빌리장 여행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