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조용한 섬나라 뉴질랜드(New Zealand)는 우리에게 마오리족과 키위, 그리고 번지점프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기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따라붙는다면 그것은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일 터다.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 짙푸른 숲과 초원, 탄성을 자아내는 피오르, 눈이 시리도록 푸른 호수와 같이 뉴질랜드의 환상적인 풍광은 스크린을 꽉 채우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뉴질랜드에 가면 스크린 너머 존재했던, 날 것 그대로의,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대자연의 너른 품에 안길 수 있다.

뉴질랜드는 ‘아오테아로아’(길고 긴 흰 구름의 나라)라고도 불리우듯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는데, 두 섬은 저마다 독특한 매력으로 전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최대 도시 오클랜드(Auckland)가 위치한 북섬이 화산으로 이뤄진 ‘불의 섬’이라면, 남섬은 빙하의 영향으로 형성된 ‘얼음의 섬’이다.


▲ 유황과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

가장 먼저 찾을 곳은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로토루아(Rotorua)다.

목적지에 가까워갈수록 몸집이 큰 마오리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진한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로토루아는 ‘World Top 10 Spa’로 선정된 폴리네시안 온천을 품고 있다. 수 천년에 걸쳐 형성된 오묘한 빛깔의 온천들부터 하늘로 솟는 간헐천, 온천샘, 진흙이 끓어오르는 머드풀, 거대한 분화구 등 진귀한 광경을 마주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지하에서 직접 분출되는 라듐과 프리스트가 첨가된 광천수를 이용해 근육통이나 관절염, 피부미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년 전, 태평양의 폴리네시아에서 마오리족이 건너와 주로 북섬에 정착했다. 남자는 얼굴 전체에, 여자는 턱 밑에 문신을 하고, 상대방과 인사를 할 때 혀를 내밀거나 코를 비비는 풍습이 있다. 마오리 전통 민속쇼를 감상하면서 맛보는 항이 요리도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항이는 온천 지역 지열을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마오리족의 전통 조리법을 일컫는다. 주로 고기, 채소, 옥수수 등을 땅 속에 묻어 찐 다음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인데 별미가 따로 없다.   


▲ 신이 빚은 ‘밀포드 사운드’

뉴질랜드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피오르랜드(Fiordland) 국립공원은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통하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품고 있다.

밀포드 사운드란,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계곡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이를 ‘신의 조각품’이라 부른다. 마이터봉(1692m)을 비롯한 높고 날카로운 산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국립공원의 14개 해안 협곡 가운데 밀포드 사운드가 가장 장쾌하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란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밀포드 사운드까지 왔다면 크루즈를 경험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크루즈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져 내려가며 웅장한 산과 기암절벽, 또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를 보여준다. 어디 그뿐이랴. 돌고래 가족은 무리지어 유영하고, 물범들은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가마우지는 여행가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수면 가까이 낮게 난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놀라운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밀포드 사운드는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비슷한 듯 다르다. 오히려 바다라고는 믿기지 않는 잔잔한 수면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피오르를 연상시키도 한다. 일반 해협과 같이 ‘V’ 자가 아니라 빙하가 끊어 놓은 ‘U’ 자 협곡이다. 

약 16㎞ 길이의 협곡 곳곳에서 젓가락처럼 얇은 폭포들이 부드러운 안개를 만들어낸다. 그중 높이 155m의 스털링 폭포가 가장 유명하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3배 높이다. 스털링 폭포의 물을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크루즈는 폭포 앞 절벽까지 다가가고, 여행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갑판으로 나와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는다.   


▲ 반전 매력, 퀸즈타운

퀸즈타운(Queenstown)은 빅토리아 여왕에게 어울리는 경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여 이같은 우아한 이름이 붙었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경치는 필자가 꿈에 그리던 이상향에 흡사해 이곳에서의 유유자적한 노후를 그려보게 한다.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이 도시는 반면 익스트림 스포츠의 성지이기도 하다. 번지점프가 시작된 고장으로 번지점프 외에도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제트보트 스릴 넘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와카티푸 호수는 멀리서 보면 옥색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투명하다. 고요한 호수에는 오래된 증기선이 연기를 뿜으며 떠다닌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등장한 백 살 넘은 증기선 ‘TSS언슬로’호다. 


▲ 남반구의 알프스, 마운틴 쿡

해발 3,754m의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 산맥의 높은 산들 중 단연 돋보인다. 서든 알프스에는 노르웨이, 알라스카, 심지어는 아이슬랜드에서나 봄직한 절경이 널려 있다.

마운틴 쿡을 중심으로 1만 피트가 넘는 18개의 봉우리가 계곡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다. 이 나라의 최고봉인 웅장한 자태의 마운틴쿡을 원주민들은 ‘아오랑기’(구름을 꿰뚫는 산)라고 부른다. 정상에 쌓인 웅장한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는 데카포 호수까지 이른다. 데카포 호수는 빙하에서 나온 암석 성분이 물에 녹아들어 신비로운 밀키 블루 빛을 띈다. 호숫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자리해 더욱 로맨틱하다. 1935년에 세워진 착한 양치기의 교회가 그 주인공인데 이 교회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경관은 그 자체로 그림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진다. 산으로, 바다로, 또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필자는 한 해에도 몇 번씩 남태평양을 찾는다. 똑똑, 하고 뉴질랜드의 문을 두드리면 지상낙원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대자연은 그 너른 품으로 우리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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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신의 조각품’이라 부르는 밀포드 사운드. 영화‘반지의 제왕’과‘호빗’의 주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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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과 온천으로 유명한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원주민들의 전통 춤과 전통 음식 등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