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두 번째 일요일 새벽 4시. 패사디나의 로즈보울 스태디엄에서는 머리 전등들이 반딧불처럼 빛을 발한다. 보물을 찾아 나선 컬렉터들이다. 골동품 의자나 낡아빠진 리바이스 청바지(되도록이면 1971년 이전 제품), 수 십년 전 콘서트 기념 티셔츠 등을 찾는 사람들이다. 빈티지 의류점 주인들은 살 만한 게 없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면서도 항상 다시 찾아올 뿐 아니라 문을 열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모여든다. 그러다가 플리 마켓이 개장하면 우르르 몰려든 사람들이 티셔츠 하나를 두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밀고 당기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웨스트 할리웃, 라브레아에 상점을 갖고 있는 켈리 코울은 지난 달 검정색, 흰색, 분홍색 해골 프린트 티셔츠를 발견하고는 막 집어 들려는데 다른 사람이 반대편에서 셔츠를 잡아당기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결국 셔츠가 찢어졌다. 그래도 그는 셔츠를 기어이 차지했는데 가격표를 본 순간 후회했다. 

“150달러였어요. 50달러짜리도 안 되는 물건이었는데.”

그래도 그는 티셔츠를 샀다. 남의 물건을 망친 것이 걸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동부에서 플리 마켓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추운 겨울 아침 옷을 잔뜩 껴입고 플리 마켓을 찾아 가고 싶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이다. 웬만한 물건은 이베이나 엣지 등 온라인 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품질 보증도 더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발품을 팔며 찾아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역시 온라인에서 쉽게 팔 수 있는데 굳이 픽업트럭에 물건을 싣고 나가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맨해턴 첼시에서 매주 열렸던 플리 마켓들은 한때 앤디 워홀, 그레타 가르보, 수잔 손탁 등 명사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근 30년을 번창하던 맨해턴 플리 마켓이 지나나 2005년부터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웨스트 25가 주차장 안에 있던 마켓은 지난 2014년 문을 닫았다. 

매서추세츠, 브림필드에서 매년 3번씩 열리는 가구 전문 플리 마켓, 브림필드 앤틱 쇼는 아직 열리고 있다. 하지만 물건이 전 같지 않고, A급 딜러들이 전 같이 몰리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LA에서는 스왑 밋이 여전히 성황 중이다. 온화한 기후, 부족한 일자리, 치솟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웨스트 할리웃의 페어팩스 고등학교에서 매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리는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에는 생음악 밴드가 등장하고 푸드 트럭들이 와서 아침용 부리토를 팔고 있다. 그래서 물건 팔려는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다보니 플리 마켓 주최 측은 빈자리가 나면 제비뽑기로 자리를 내어 준다. 

실버 레이크에서 15년 전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던 스왑밋은 한 달에 한번이던 것이 매주 한번으로 바뀌었다. 판매상들의 1/3 정도는 디지털 세계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구시대 플리 마켓 타입들이다.

하지만 최소한 절반은 20대와 30대 초반으로 손으로 만든 목공예품이나 집에서 만든 과일 잼들 그리고 1990년대 스트릿 패션들을 팔고 있다. 

이들을 플리 마켓으로 내모는 것은 멋지고 싶고 인스타그램에 새 포스팅을 올리고 싶은 욕망이라고 마켓 주최 측은 말한다. “‘이 아이들’은 소셜미디어나 굿윌, 헌 옷가게들을 뒤지고 다니면서 뭔가 희귀한 것들을 찾고 나면 한두번 입고는 플리 마켓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고는 다시 다른 것을 사지요.”

마리화나 합법화가 플리 마켓을 활성화 시킨 측면도 있다. 마켓에서 팔리는 물건들 대다수가 마리화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패사디나의 로즈 보울 플리 마켓은 매달 둘째 일요일에 열린 지 50년이 되었다. 부스 당 100달러를 낸 판매상들 2,500명이 모여든다. 로즈 보울 플리 마켓은 리처드 개리 캐닝이라는 사업가가 콘서트 홍보와 자동차 쇼를 위해서 처음 시작한 것이었다. 플리 마켓은 수입을 좀 더 올리기 위해 부차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콘서트 호보는 사라지고 마켓만 남은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로즈 보울 플리 마켓에서 가장 주를 이룬 것은 골동품 마켓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에는 빈티지 의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샤넬 핸드백, 찰리 브라운 스?? 셔츠 등 팝 컬처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플리 마켓이 열리는 날이면 판매상들은 해뜨기 전에 모여들어 부스를 차리고 우선 자신들끼리 사고팔기를 한다. 그리고 8시가 되면 수염 기르고 문신 새긴 히피풍의 고객들이 몰려들어 부스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그 중에는 몇 년 전 브래드 피트도 있었다. 그는 배우 이전에 가구 전문가로 이 동네에서 잘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피트는 이곳에서 갖고 싶었던 의자 하나를 발견했다. 판매상이 부른 가격은 600달러. 하지만 피트는 의자의 가치가 그 보다 훨씬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현금 다발을 꺼내들고는 2,000달러를 판매자에게 보너스로 주었다.

 

로즈 보울에는 각 시대별 미국 물품들이 넘쳐나지만, 고품질의 골동품이나 정장, 화려한 장신구들은 이전만큼 많이 나오기를 않는다. 이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서 장사를 한다기보다는 각자 수집하는 물건들을 사들이기 위해 물건을 판다. 희귀한 새 물건을 발견하고 사는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사들이는 게 정도가 심해서 중독이라고 할 정도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로즈보울 플리마켓. 패사디나의 이 플리마켓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Krista Schlueter - 뉴욕 타임스>
로즈보울 플리마켓. 패사디나의 이 플리마켓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Krista Schlueter - 뉴욕 타임스>

 

 

로즈보울 플리마켓. 패사디나의 이 플리마켓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Krista Schlueter - 뉴욕 타임스>
로즈보울 플리마켓. 패사디나의 이 플리마켓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Krista Schlueter - 뉴욕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