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메스꺼움·구토 증상

태아 형성시기에 인체 방어기제

유전성 GDF15 단백질과 관련


임신부 약 복용·의사 처방 기피

제약회사들도 꺼려 치료 걸림돌



임신한 여성은 왜 입덧을 할까?

입덧은 임신부 5명 중 4명이 겪는 고통스런 증상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최근까지도 이렇다 할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원인 규명과 함께 치료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는 임신 초기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메스꺼움부터 아주 심한 임신오조(악성구토)까지 증상이 다양한데 심하면 영양실조, 체중감소, 전해질 불균형으로 이어져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까지 위험할 수 있다. 임신오조는 임신 중 입원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이며 전체 임신의 0.3~3%에서 발생한다.

임신오조를 연구하는 UCLA와 USC의 유전학자 말레나 페조 박사는 그녀 자신이 이러한 심각한 증상을 겪었고 여러 약물치료, IV 수액주사, 삽관을 통한 영양급식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기에 유산을 하고 말았다. 페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심한 입덧은 가족력에서 발생하며, 자매 중에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이를 경험할 위험이 17배 증가한다. 입덧이 덜 심한 케이스 역시 유전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조 박사의 연구진은 입덧과 관련된 몇 가지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임신 초기에 태반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GDF15라는 단백질이 이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것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인체의 방어체계로, 태아가 조직을 갖춰가는 중요한 시기에 임신부가 독소나 병균 있는 음식을 섭취할 기회를 줄이려는 진화 전략의 하나라는 기존의 가설과도 부합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진대사 유닛 디렉터인 스티븐 오라일리는 “임신 초기에 극히 위험이 적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진화의 산물일 것”이라고 말하고 즉 “이 기간이 지나갈 때까지 많이 먹지 말고 구석에 누워서 기다리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입덧을 경험한 여성들은 유산 위험이 낮았다.

페조 박사와 오라일리 박사는 GDF15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임신오조 치료에 유용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임신부에게 신약을 시험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입덧 치료를 위해 사용됐던 약이 기형아 출산을 가져왔던 탈리도마이드 재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때 이후 임신한 여성들은 약 먹기를 두려워했고, 의사들은 처방할 것을 두려워했고, 제약 회사는 신약 개발을 두려워하게 됐다”고 설명한 페조 박사는 “미국의 거대한 소송 문화 역시 의약품 투자를 저해함으로써 임신부의 입덧 치료를 위한 약은 적절한 실험이나 공식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남아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임신오조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치료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입덧을 단지 임신의 한 부분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산부인과 전문의 학회는 입덧하는 임신부는 먼저 식이요법과 생활습관의 변화를 시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 방법들이 도움 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 안전한 약물 요법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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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입덧을 줄이는 약의 개발은 기형아 출산의 두려움 때문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림 Stuart Brad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