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 테라피’ 호스피스·양로원에서 인기

치매환자도 따라 불러… 말년의 품위와 평화 선사

 

90세에, 베벌리 허조그는 난생 처음으로 노래 가사를 썼다.

일주일에 한 번씩 뮤직 테라피스트가 와서 그녀의 생각을 노래 가사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그 가사를 기타연주에 맞춰 감미로운 노래로 불러준다. “음악이 사랑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마법처럼 반영시켜주는 것에 놀랐다”고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요양원 ‘히브루 홈’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말했다. “내가 실제로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를 했습니다. 그저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감상하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노래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뭐랄까, 충만한 느낌이었지요”

 기억상실로 고통 받는 허조그는 때로 혼란을 일으킨다. 음악 치료를 담당하는 뮤직 테라피스트 케이틀린 켈리에게 남편 버니가 방문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남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2013년부터 이 요양원에 거주해 온 그녀는 직장 때문에 잠시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쓴 노랫말에 대해선 아직 혼동한 적이 없다. 때론 상당히 세세하게 고치기도 한다. 그녀의 노래들은 자신의 지난날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패밀리 퍼스트’라는 노래를 부른 후 그녀는 켈리에게 말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우리 아버지의 얼굴이 보여요” 4개의 노래를 완성한 후 그녀는 누구보다 어머니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어머니가 계셨다면 눈물을 흘리셨을 거야,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을 텐데…”

음악을 통한 치료, 뮤직 테라피는 자격면허증이 필요한 건강 전문직이다. 미 전체의 뮤직 테라피스트는 약 7,500명으로 집계된다. 뮤직 테라피가 가장 많이 도입된 곳은 너싱홈과 호스피스들이다. 허조그와 켈리 간의 테라피처럼 환자에게 표현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켈리의 전공분야인 ‘생의 말기 뮤직 테라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뮤직 테라피스트의 약 15%가 노인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중 10%는 시한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미 뮤직 테라피 협회의 2017년 서베이는 밝혔다.

메릴랜드 주 ‘엔드 오브 라이프 케어’의 뮤직 테라피 센터의 설립자인 러셀 힐러드가 출간한 연구에 의하면 호스피스의 경우 뮤직 테라피스트들은 환자의 정서적·영적·인지적·사회적·신체적 치료를 계속 담당하는 유일한 전문직이다.

그가 이 분야에서 처음 시작했던 1993년만 해도 그는 미국 내 호스피스에서 종사하는 거의 첫 번째 풀타임 뮤직 테라피스트였다고 힐러드는 말한다. 이 분야 성장세는 그의 직업 환경을 보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가 고위임원으로 있는 ‘시즌즈 호스피스 & 팔리아티브 케어’는 전국적으로 약 80명의 뮤직테라피스트들을 고용하고 있다. 

뮤직 테라피가 수명을 연장한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개선시켜주고 평화로운 감정을 불어넣어주며,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있다는 것을 다수의 연구결과는 보여준다. 현재 대다수의 보험회사와 정부 의료프로그램은 뮤직 테라피 비용을 커버하지 않고 있지만 뮤직 테라피스트도 환자의 말기 치료에서 소셜워커나 성직자처럼 중심 역할을 하는 전문직으로 인정받도록 증명하려는 연구들이 계속 중이다. 

어린이 시한부 환자와 그 부모들을 위한 뮤직 테라피스트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틴 오그래디는 “보통 말기라 하면 소멸이나 상실을 말하게 되지만 음악은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진행과정”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창조의 느낌으로 이 상실과 소멸의 감정에 맞섭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창의적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735명의 노인환자들이 거주하는 ‘히브루 홈’에서 켈리는 말기 치료를 전공으로 하는 유일한 아트 테라피스트다. 그녀가 가장 자주 방문하는 것은 6개월 이하의 시한부 환자들이다.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조언하며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 10~15명 그녀의 환자 중 3분의 1은 노래 가사를 쓰는데 켈리가 그들의 가사에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붙여 들려주면 다 함께 귀를 기울인다.

102세로 청력을 많이 잃은 그레이스 설리번을 방문했을 때 켈리가 물었다. “음악을 듣기 원하세요?” 잠긴 목소리로 설리번이 대답했다. “감미롭고 조용한 것으로” 켈리는 1956년 도리스 데이의 히트곡인 ‘케 세라, 세라’를 불렀다.

뮤직 테라피스트들은 말기치료 환자들에겐 보통 그들이 젊었을 당시의 노래를 들려준다. 활기찼던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휠체어에 앉아 ‘케 세라 세라’ 노래를 따라 부른 설리번도 “아,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라고 즐거워했다.

83세 알츠하이머 환자인 셜리 와인리치에게 켈리는 가사를 바꾼 편안한 노래를 불러준다 : “당신이 미소 지을 땐 정말 눈이 부셔요…” 언젠가는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뮤직 테라피 시간에 참관한 가족들은 때로 깜짝 놀란다. 지난 10월 ‘히브루 홈’에서 타계한  어머니 조이스를 방문했던 아들 제프리 쉑터(44)가 그랬다. 

임종이 가까워진 어느 날 어머니를 방문했던 그는 켈리가 어머니가 좋아했던 유대인 민요를 불러주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치매가 심해지면서 어머니는 아무 것에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켈리가 ‘하바 나길라’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따라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어디서 나온 힘이었을까요? 뭔가 따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지요. 어머니는 큰 소리로 ‘하바 나길라’를 부르고 있었어요…난 그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찍어 둔 그 장면은 그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추억이 되고 있다. 

100세의 호세 레이어스가 타계했을 때도 켈리는 그가 생전에 쓴 가사의 노래를 담은 음반을 딸에게 주었고 딸은 아버지의 노랫말을 장례식에서 낭독했다: “우리는 우리의 어제들을 기억한다/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오늘/우리가 내일을 가질 수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 뿐이니”

플루트를 공부하다 아버지가 타계한 후 뮤직 테라피로 전공을 바꾼 켈리는 “삶의 불빛이 다 꺼져버린 듯한 사람들에게 다시 불을 켜주고 싶어서” 말기 치료 전공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뉴욕의 요양원 ‘히브루 홈’에서 90세 베벌리 허조그가 뮤직 테라피스트 케이틀린 켈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욕의 요양원 ‘히브루 홈’에서 90세 베벌리 허조그가 뮤직 테라피스트 케이틀린 켈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직 테라피스트 케이틀린 켈리가 83세 알츠하이머 환자 셜리 와인리치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뮤직 테라피스트 케이틀린 켈리가 83세 알츠하이머 환자 셜리 와인리치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