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도 수면장애
무기력증^불안장애 생겨

억지로 자려 하지 말고
독서나 가벼운 운동 도움

수면제 복용·술 마시면
되레 숙면에 방해요인



“열대야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신경질만 늘었어요.”“만사가 귀찮고 일도 잘 안 돼요.” 무더위에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이런 투정을 하는 사람이 주위에 제법 많아졌다.
열대야에 따른 이상 증상은 주위 온도 변화에 인체가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열대야란 하루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이고,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무더운 여름밤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여름철 수면시간은 6시간40분대로 사계절 중 가장 짧고, 하루 권장 수면 시간(7~9시간)에도 크게 못 미친다(한국갤럽).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장애 클리닉 교수는 “불면증이 지속되면 피로감과 집중력, 기억력 저하가 생기고 심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사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잠자기 적절한 온도는 18~20도
열대야 수면의 특징은 잠이 들긴 들더라도 자주 깨며,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꿈을 꾸는 수면(REM수면)도 줄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찌뿌드드하다. 이런 열대야로 인한 불면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당연히 침실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다.
잠자기에 적절한 온도는 대개 18~20도 정도다.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각성 상태가 이어져 잠이 잘 들지 않는다. 무더위로 인한 불면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실 온도와 습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대야로 선풍기, 에어컨을 밤새 켜놓으면 감기를 앓을 수 있다. 드물게 저체온증이 생겨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정상적인 사람도 열대야에는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는 알코올중독자, 신경계 환자, 심장혈관계 환자, 당뇨병과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들은 열대야에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다면 자칫 체온조절에 실패해 열대야 때 열사병 증세를 일으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이불에서 뒹구는 것은 불면증을 악화시킬 뿐이다. 잠이 오지 않으면 가볍게 책을 읽으면서 잠을 청하는 게 좋다. 
식사시간은 일정하게 맞추되 저녁은 잠자기 3시간 전에 마치도록 한다. 허기가 져서 잠이 오지 않으면 우유 한잔 마시는 게 좋다. 잠자기 전의 TV 시청, 특히 공포 영화는 피하는 게 좋다. 대뇌를 자극해 깊은 잠을 방해한다.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각성 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하므로 삼가야 한다.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더운 여름엔 선선한 초저녁에 가볍게 운동하면 숙면을 돕는다. 새벽이나 해가 지고 난 저녁시간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먹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면제 복용 후 잠은 피로를 회복해 주지 않아 열대야 극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잠들기 2~3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 찬 물로 샤워하면 오히려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만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까지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이트 캡’ 오히려 숙면 해쳐
잠 들기 전에 마시는 술을 ‘나이트 캡(night cap)’이라고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치킨과 맥주 등 이른바 ‘치맥’으로 잠을 이루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술기운을 빌리는 나이트 캡은 오히려 숙면에 해친다. 최수련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술을 마시면 졸음이 오고 빨리 잠들 수 있어 평소보다 잘 잤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알코올의 수면유도 효과는 일시적일 뿐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날 피로를 느끼기 쉽다”고 했다.
잠자는 동안 렘(REM)수면과 비렘(NREM)수면 상태를 오가게 된다. 렘수면은 몸은 잠들어 있지만 뇌가 깨어 있는 것과 가까운 얕은 수면상태다. 꿈도 주로 이때 꾼다. 4단계로 나뉘는 비렘수면은 렘수면보다 깊은 잠이다. 이때는 뇌도 휴식을 취한다. 최 원장은 “알코올은 렘수면과 깊은 잠을 방해해 자주 깨고, 자는 동안 알코올이 분해되는 대사작용으로 인해 갈증을 느끼거나 화장실을 가게 만들어 숙면을 어렵게 한다”며 “특히 더운 날씨로 혈관이 확장된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더 덥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술로 잠을 청하다 보면 음주가 습관이 되고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은 처음에는 수면 유도 효과가 있지만 곧 내성이 생기고 술 마신 이후로 혈중 알코올농도가 떨어지면서 각성작용이 있어 길게 자지 못하고 새벽에 깨게 한다”고 했다. 실제 알코올 의존 환자의 60%가 치료받기 전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알코올을 섭취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는 수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알코올은 호흡 담당 근육을 이완해 코를 골거나 컥컥거리며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술을 하루 한 잔 더 마실수록 수면무호흡증 위험성은 25%씩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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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먹으면 피로도 풀리지 않는 등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