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응급실 환자
2013년 5만여명 퇴원

멀쩡한데 왜 계속 입원?
병원선 잠 못 자고 발작
고양이 먹이 줘야 해요
환자 치료비 등 이유 다양

의사는“증세 관찰 필요”
사망률·재입원율 높고
소송 리스크에 사인 요구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로
만족스런 해법 찾아야


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은 빨리 집에 가기를 소원하고, 많은 경우 의사의 의견을 거스른 채 거역퇴원(A.M.A.-against medical advice)을 강행한다. 이같은 거역퇴원이 미국 병원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왜 그럴까? 윌리엄 칼라한의 예를 들어보자.



뉴저지의 교외에 살고 있는 82세의 칼라한은 오랜 심장병력을 갖고 있고 몇 년 전부터는 알츠하이머병 증세도 보이지만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는 데는 불편이 없는 노인이다. 지난 봄 그가 이웃을 방문하러 걸어가던 중 길에서 쓰러졌다. 그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이웃에서 벌써 911을 불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칼라한의 딸 에일린 칼라한은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의 노인병 전문의인데 소식을 듣자마자 응급실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괜찮아 보였고 앉아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CT 스캔, 혈액검사, 심박수, 바이탈 사인 등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아마 잠깐 탈수현상을 일으켰던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 집에 가겠다는 아버지를 위해 응급실 의사에게 자기가 밤새 아버지 곁에 머물며 지켜보겠으니 퇴원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는 절대 안 된다며 병원에서 밤새 상태를 모니터하고 다음날 아침 심장전문의를 만난 다음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병원에 있으면 잠도 못자고 발작적인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낯선 공간에서는 넘어지기도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의사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밤새 간병인을 제공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동안 안절부절 못하다가 심장 모니터를 떼어버렸고 점점 더 흥분하면서 심한 동요를 보였다. 
다음날 오후까지 심장전문의는 나타나지 않았고 칼라한의 가족은 계속 불평하고 전화했으나 병원에서는 퇴원을 불허했다. 결국 이들은 에일린의 결정에 따라 거역퇴원 양식에 사인한 후에야 아버지를 모시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양식은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퇴원하는 환자가 서명해야하는 서류로, 의학적 및 법적 위험도를 환자 측이 인지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고 격노한 에일린은 “아버지는 E.R.에서 즉시 퇴원했어야만 했다”면서 “생각 없이 매뉴얼대로만 하는 의술은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사건이 미국의 병원에서는 상당히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젊은 환자들이 거역퇴원을 더 많이 하지만 최근 미국노인병학회 저널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2013년 전국 샘플 분석 결과 65세 이상 환자의 5만650명이 거역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이야기다.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환자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물론 서명같은건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에 A.M.A. 폼에 사인하고 퇴원한 노인의 숫자는 4만5,535명이었다. 노인 입원의 0.37%에서 0.42%로 늘어난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 거역퇴원은 무척이나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 중의 하나라고 학더 아서 더스는 말했다. 위스콘신 의과대학의 생명윤리 및 의학인류 센터 소장인 그는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 환자인데도 ‘미안하지만 가볼게요’ 하고 나갈 때 난감하다는 것이다. 상태가 좀 나아져서 그럴 수도 있고, 치료가 겁이 나서 그럴 수도 있으며, 그냥 집에 가서 고양이 먹이를 줘야한다는 사람도 있다. 재정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마운트 사이나이 조사에서 거역퇴원한 노인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었다.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역퇴원한 환자들의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A.M.A. 양식을 내밀 때도 환자가 남아있도록 설득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거역퇴원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결정해야 하는 과정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이를 불합리한 제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런 절차와 양식이 훗날 법적 소송을 피하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양식 내용이 여러 가지 옵션과 리스크, 혜택에 관한 대화를 숙지한 다음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법정에서 이 서류가 모든 책임 소송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닥터 더스는 말한다.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환자 중심의 케어’를 원한다. 정신적으로 멀쩡한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든지 거부하든지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환자들은 입원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별개로 며칠씩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기동력이 떨어지고 섬망증이 생기며 감염과 낙상의 위험도 커진다. 그 결과 곧바로 너싱홈으로 옮겨지는 일이 많은 것이다. 
닥터 칼라한에 따르면 노인병 전문의들은 어떡해서든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노인의 입원은 인생이 바뀌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카고의 시인 바바라 바그(70)는 몇 달전 버스 정류장에서 쓰러졌다. 그녀는 2014년에 심근경색을 일으킨 바 있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약간씩 구토 증세를 느껴왔다. 그날도 구토 때문에 주치의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는데 지나던 행인이 그녀가 쓰러지는 걸 보고 911을 불렀다. 바그는 응급실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파라메딕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병원 응급실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병원에서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는 바그는 최근 들어 두번 입원했는데 한번은 페이스메이커를 교체했고, 또 한번은 동맥폐색 검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바그는 응급 케어를 거부하고 “그냥 나의 주치의를 만나게 해달라”며 버텼다. 그녀의 주치의는 바로 길 건너에 오피스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병원 직원들은 그녀를 데려다주지 않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달라는 부탁도 거절했다. 
그녀는 두 번이나 응급실을 걸어 나왔지만 스탭들이 따라나와서 “보내줄 수 없다”며 다시 데려갔다. 결국 바그는 A.M.A. 폼에 사인한 후에야 병원 보조원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서 주치의한테 갈 수 있었다. 주치의는 구토증세의 약을 처방했고 문제는 해결됐다.
병원과 응급실 의사들이 노인 환자들에게 좀더 융통성을 가질 수는 없을까? 
거역퇴원을 한 사람들은 다시 증세가 생기거나 심해져도 병원을 찾아오려 하지 않는다. 젊은 환자들이 많은 북가주 오클랜드의 하이랜드 하스피틀의 조사에서도 거역퇴원한 사람들은 적절한 후속 치료와 약물치료를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왜 퇴원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대화와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좀더 만족스런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노인병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외래 치료나 방문 치료, 또 정맥주사 대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복용약 처방 같은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닥터 스턴스는 한 환자의 퇴원을 막기 위해 병실로 애완 앵무새를 가져오도록 허용한 적도 있다면서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면 대부분 할 수 있다. 우리는 간수가 아니라 의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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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쓰러졌다가 응급실로 실려간 시카고의 시인 바바라 바그는 거역퇴원 양식에 사인한 후에야 자신의 주치의에게 갈 수 있었다.
 <사진 Whitten Sabbatini/ NY Times>